LIVE 제보하기

[취재파일] 하늘로 간 6살 파키스탄 소녀…"성폭행당한 뒤 살해"

송인호 기자 songster@sbs.co.kr

작성 2018.01.18 11:19 수정 2018.01.20 08:49 조회 재생수188,166
프린트기사본문프린트하기 글자 크기
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하늘로 간 6살 파키스탄 소녀…"성폭행당한 뒤 살해"
● 연쇄 살인범, 6살 파키스탄 소녀 성폭행 뒤 살해

지난 11일 파키스탄 동부 펀자브 주 카수르에서 올해 6살 소녀 자이나브의 장례식이 많은 시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습니다. 이 소녀는 일주일 전 마을 종교교육시설에서 이슬람 경전인 쿠란 수업을 받고 귀가하던 중 실종된 뒤 닷새가 지난 9일 길가 쓰레기 더미에서 주검으로 발견됐습니다. 부검 결과 어린 소녀는 성폭행 당한 뒤 목 졸려 살해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후 공개된 CCTV에서 자이나브와 손을 잡고 걸어가는 성인 남성이 포착됐습니다. 어린 소녀를 살해한 유력한 용의자로 추정됩니다.
6살 자이나브/납치 당시 CCTV 사진, 6살 자이나브, 수사 촉구 기자회견, 파키스탄 '미투' 캠페인2누가 이 어린 소녀를 살해했을까? 펀자브주 정부 대변인은 심리적 장애를 가진 정신병자가 소녀를 살해했을 가능성이 높고, 연쇄 살인범으로 추정된다고 밝혔습니다. 다른 6건의 미성년자 성폭행 살해 사건에서 같은 DNA가 발견됐기 때문입니다. 특히 희생자들의 몸에서는 공통적으로 목 졸린 흔적과, 그을린 흔적, 문신 같은 상처가 발견됐습니다. 6살 자이나브도 살해되기 전 고문을 견딘 흔적이 나왔습니다.

● 파키스탄 애도 물결…슬픔이 분노로 변해

소녀가 살해된 뒤 카수르에서는 슬픔이 분노로 바뀌었습니다. 최근 2년 동안 마을에서 반경 2km 이내 지역에서 12명의 아동이 성폭행 당한 뒤 살해됐는데도 경찰이 범인을 쫓기는 커녕 미온적인 반응을 보였기 때문입니다. 수천 명의 시민들은 경찰서로 몰려가 항의시위를 벌였고, 정치인의 집에 불을 질렀습니다. 이 과정에서 시민 2명이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숨지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시위대는 범인이 검거될 때까지 시위를 멈추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6살 자이나브/납치 당시 CCTV 사진, 6살 자이나브, 수사 촉구 기자회견, 파키스탄 '미투' 캠페인2시위는 파키스탄 전역으로 확산했습니다. 펀자브대학교 학생 등의 도로 점거 시위가 벌어지는가 하면, 소셜미디어에서는 범인의 조속한 검거를 촉구하는 글과 소녀를 추모하는 영상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습니다. 야당은 펀자브 주 총리와 법무장관의 사퇴를 촉구했고, 급기야 샤리프 주 총리가 자이나브의 집을 찾아가 유족들에게 위로를 건넸습니다. 또 범인에게 9천6백만원의 현상금도 걸었습니다.

● 파키스탄 당국, 아동 성범죄 대처 '미온적'…"경찰 무능" 질타

파키스탄 카수르는 극악무도한 범죄로 악명이 높은 지역입니다. 2015년에는 최소 280명의 어린이들이 남성들에게 성적 학대를 당했는데, 용의자들은 카메라로 이 장면을 촬영해 피해자 가족들에게 돈을 달라며 협박을 일삼았습니다. 경찰은 이때도 거의 움직이지 않다가 피해자 가족들이 관계 당국에 거세게 항의하고 사회적 이슈가 돼서야 수사하는 척했습니다. 문제는 아동 상대 범죄가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지난해 1월~6월까지 카수르 에서 아동 성폭행과 살인 등 흉악범죄가 129건이나 발생했습니다. 피해 부모들은 한결같이 경찰의 무능을 질타했습니다.

파키스탄은 알라신을 숭배하는 보수적인 무슬림 국가입니다. 남성 우월주의가 팽배해 학교에서 성교육이 전무하고 그러다 보니 비뚤어진 소아성애자들이 많습니다. 어린 소녀뿐만 아니라 소년도 성범죄 타킷이 되고 있습니다. 특히 사법권이 미치지 않는 이슬람 사원의 신학교에서 아동 성폭행 범죄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은 범죄가 더 많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아동 성폭력 추방 운동을 하는 한 행동가는 “권력자들이 아동을 성폭행하고 살해해도 가벼운 처벌만 받기 때문에 희생자는 늘 약자일 수 밖에 없다.”며 울분을 토했습니다.

● 파키스탄서도 '미투' 운동…"어릴 적 성폭행 당해"
6살 자이나브/납치 당시 CCTV 사진, 6살 자이나브, 수사 촉구 기자회견, 파키스탄 '미투' 캠페인2여성들이 숨죽여 살던 파키스탄에서 최근 변화의 조짐이 일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시작한 “나도 당했다”, 일명 ‘미투’ 운동이 확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주로 직장 상사 등 갑의 위치에 있는 남성에게 성폭력을 당한 일반 여성들이 ‘미투’ 운동을 주도하고 있는데 반해, 파키스탄은 어릴 때 성폭행 당하고 지금껏 숨죽여 지내왔던 유명 여성 인사들을 중심으로 전개하고 있습니다. 그들 가운데는 여배우와 패션 디자이너, 유명 모델이자 행사 기획자도 동참하고 있습니다. 어린 나이에 성직자나 가족 주변인들에게 성폭행 당한 사실을 34년이 지나서야 당당하게 공개하고 있는 겁니다.

파키스탄 6살 어린 소녀의 죽음은 머나먼 나라의 이야기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소녀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파키스탄 당국이 나서서 연쇄 살인범을 하루빨리 잡고 미성년자 상대 성폭력 범죄에 강력히 대응할 것을 전 세계가 나서 촉구해야 합니다. 천사와 같은 한없이 맑은 미소를 지녔던 자이나브. 소녀의 엄마는 예쁘고 영리한 딸을 먼저 하늘에 보내며 제2, 제3의 희생자가 나오지 않기를 간절히 바랐습니다.

-관련 유튜브 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