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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경희대 대학원 입시 논란에 붙여…"본질은 교수와 대학"

[취재파일] 경희대 대학원 입시 논란에 붙여…"본질은 교수와 대학"
유명 아이돌 멤버가 경희대 대학원 박사과정에 지원해 당시 학과장인 교수의 주도 아래 면접 시험을 보지 않고도 입학했다는 내용의 기사를 지난 16일 단독 보도했다. ( ▶ [단독] 유명 아이돌 멤버, 면접 없이 박사과정 합격…경찰 수사)

이후 일주일이 지났다. 단독 기사가 보도된 당일부터 다른 매체들의 기사가 이어졌다. SBS가 보도하지 않은 내용을 새로 발굴해 보도한 매체들도 있었지만, SBS 기사를 입맛에 맞게 특정 내용만 강조해 줄여 쓴 기사들도 상당수 있었다. 사실 관계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정리한 칼럼과 기사도 눈에 띄었다. 이로 인해 많은 분들이 "사실 확인을 제대로 했느냐" "오보를 정정하라"는 내용의 메일을 기자에게 보내왔다.

분량의 한계가 있는 방송 리포트 특성상 취재 내용을 모두 담아내지 못해 생긴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에 첫 보도를 한 취재기자로서 이번 보도의 배경과 과정, 취재 내용과 함께 왜 보도를 결정했는지 설명하려 한다.  

● 두려움에 입을 닫은 이들…"사안의 본질은 입시 주도한 교수"

경희대 대학원 입시에 문제가 있어 경찰이 수사를 하고, 학교 관계자들을 불러 조사하기 시작한 건 대략 작년 여름부터다. 많은 이들의 진술을 맞춰보고 적용 가능한 법률을 고민하고 최종적으로 사법 처리 여부를 검토하는 데 있어 신중하게 조사를 진행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기자가 취재원으로부터 이 내용에 대한 얘기를 처음 들은 건 약 두 달 전쯤이다. '이런 얘기가 있어 경찰이 수사 중이다'는 정도였고, 구체적인 사실 관계 확인을 위해 학교 관계자들과 대학원생들을 찾아다녔다. 최대한 많은 이들을 만나기 위해 연락을 취했는데, 대다수는 얘기하길 꺼렸다. 이번 입시 논란의 한 가운데 있는 이 모 교수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었다. "할 얘기가 많지만 안될 것 같다" "이 바닥이 좁다, 먹고 살 걱정도 해야 한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어렵게 입을 연 이들도 얘기 중간 중간 망설이길 반복했다. 

이번에 문제가 된 곳은 경희대 일반대학원 박사과정 '응용예술학'.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대로 이 대학 실용음악 전공의 박사과정이다. 한 대학원생은 "이 교수는 경희대에서 실용음악 전공 개설에 가장 큰 역할을 한 사람"이라며 "그만큼 대학 내 영향력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실용음악 전공인 한 학부생은 "공연계와 연예계 인맥이 두터운 인물"이라며 "수업 등 학교 관련 일보다는 대외 업무에 관심이 더 많았다"고 말했다. "이런 이 교수에 대한 불만으로 학생들이 학교 측에 이 교수에 대한 투서를 낸 적도 있다"며 "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기자님께 얘기해봤자 바뀌는 건 없을 것이고, 괜히 얘기한 사람만 곤란해질 겁니다…."

● "교수가 경찰 제보자를 찾고 있다"…보도 결정과 아이돌 익명 표기
아이돌 멤버 대학원 면접 없이 합격
취재에 나섰을 때는 이미 경찰 수사가 시작된 지 반년이 지난 상황. 일부 대학원생들과 학교 관계자들은 기자에게 "교수가 경찰에 수사 의뢰를 한 사람을 찾고 있다"고 토로했다. 2차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보도를 결정한 결정적인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단순히 연예인의 구설만을 노렸다면 실명을 썼을 것이다. 익명을 표기하더라도 추정 가능한 단서를 남기는 방법도 있다. 성씨를 추정할 수 있는 이니셜, 나이, 소속사 건물 영상 등. 남길 수 있는 단서는 많다. 하지만 이 가운데 어느 하나도 남기지 않았다. 익명 표기한 정용화 씨와 달리 대학 이름을 공개하고 교수의 성 씨를 공개한 건 "논란의 본질은 입시를 주도한 교수와 대학 시스템에 있다"는 학교 관계자들과 학생들의 지적 때문이었고, 기자 역시 이 같은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유명 아이돌그룹의 멤버'라고 표기한 건 최소 이번 논란과 관련해 해당 교수로부터 절차상의 편의를 제공받을 수 있는 인물이 어떤 위치인지 보여야 했기 때문이다. 보통의 사람의 경우 박사과정에 지원해 입학 승인을 받기 위해선 그만큼의 편의를 제공받을 수 없다. 이는 분명한 사실이다. 

논란과 관련된 다른 연예인과 기업 대표가 있다는 내용을 기사에 포함하면서도 정 씨와 달리 기사에 크게 다루지 않은 이유는 단순하다. 정 씨에 비해 증언을 하는 이가 많지 않아 구체적인 사실 관계를 좀 더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따랐다. 

● 면접 불참 '0점' 처리에… 대학 직원 "이러면 곤란한데…"

정 씨가 두 차례 모두 '공식' 면접에 불참했지만 그 중 처음 한 차례만 불합격 처리된 된 건 당시 한 면접관이 '0점'을 줬기 때문이다. 결과를 통보 받은 학교 직원은 "이 모 교수와 얘기된 것 아녔느냐, 이러면 곤란한데"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면접관은 해당 직원에게 "지금이 때가 어느 때인데 아직도 그런 얘기를 하냐"며 "면접에 안 나온 사람을 0점 준 게 당연한 것 아니냐"고 항의했다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당시는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의 이화여대 입시 비리 문제가 여러 사람의 공분을 사던 시기였다. 

정 씨는 이때 불합격 처리됐는데, 이와 관련해 정 씨의 소속사는 "학교 측에서 '원서 접수 오류'로 떨어졌다고 통보해왔다"고 설명했다. 일반 전형에 응시하면서 특별 전형으로 체크했다는 건데, 면접과 상관없이 다른 이유로 떨어진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이에 대해 경희대는 "학교에선 입시 결과를 지원자 개인에게 따로 통보하지 않고, 정 씨의 불합격은 면접 불참이 맞다"라고 설명했다. 정 씨의 불합격 사유를 본인 입맛에 맞게 통보한 누군가가 따로 있을지 모른다는 의문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소속사 측에선 해당 통보를 해온 학교 관계자가 누군지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선 학교 측의 구체적인 조사가 필요해 보인다.

이후 추가 모집이 이뤄졌고 첫 면접에서 0점을 준 면접관은 다시 치러진 면접 시험에서 배제됐다. 학부 전임교수 2명이 참여했고  정 씨는 면접에 불참했지만 최종합격했다. 경희대는  정 씨가 최종 합격한 추가 모집에선 '면접 점수를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면접관으로 참여한 관계자는 기자에게 "정 씨가 면접시험에 나타나지 않은 게 맞다"고 확인했다. "면접을 보지 않고도 합격할 수 있냐"는 질문에 "상식적으론 불가능하죠"라고 답했다. 

정 씨가 여론의 지나친 뭇매를 맞는다고 억울해할 순 있다. 소속사 주장대로 "이 교수가 지원하라고 해서 했고, 이 교수가 진행한 개인면담을 면접이라고 생각했다"면 말이다. 다만 일부 그의 팬들의 주장대로 "무지했다"는 이유만으로 단순 '피해자'가 될 순 없다.

학교 관계자들은 면접시험에 누가 면접관으로 들어가든 마무리는 이 교수가 했다고 입을 모았다. "다른 교수들이 면접 시험을 평가하러 들어가지만 점수를 직접 기재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면접 시험이 끝나면 으레 자신이 알아서 마무리하겠다고 했다"며 "반대하긴 어려웠다"고 전했다. 이 같은 내용은 경찰에도 진술됐다.

● 동료 교수들 사직…"관행이라서 괜찮다면, 바꿀 수 있는 건 없다"

SBS 보도 이후 이번 논란이 대학원의 입시 관행이기 때문에 크게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 교수도 경찰 조사에서 "절차에 문제가 있었다는 건 인정한다"면서도 "다만 크게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주장에 대해 기자가 만난 학교 관계자들과 대학원생들은 "설령 이번 논란을 백번 양보해 관행이라고 한다면, 그래서 문제 될 것이 없다면 우리 사회에서 바꿀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다"고 답답해했다. 사회 안팎으로 이슈가 되는 많은 문제들이 관행이란 이름으로 용인돼 왔고 지나쳐왔다는 지적이었다. "무엇보다 학내 구성원들이 평소 문제라고 느끼던 것들이 불거진 것"이라며 "당사자들이 느끼는 문제 의식을 학교 밖의 사람들도 공감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문제가 해결될 수 있도록 연예인이 아닌 교수와 대학 시스템에 주목해달라"고 호소했다.

논란이 된 2017년 전반기 대학원 입시 전 전임교수는 이 교수를 포함해 총 5명이었다. 대학원 입시는 이 학부 전임 교수들이 평가에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가 불거진 이후 2명의 교수가 사직한 뒤 학교를 떠났다. 이후 교수 한 명이 새로 임용돼 현재는 총 4명의 교수가 재직하고 있고, 이 가운데 연구년을 떠나 있는 1명을 제외한 3명의 교수가 강의 등에 참여하고 있다.

동료 기자들과 함께 이 모 교수에게 수차례 연락했지만 보도 이전 "면접 과정에 문제가 없었다"는 해명 외 다른 내용의 설명은 없었습니다. 이번 취재파일은 기자의 인터뷰 요청을 거절한 한 대학 관계자의 메시지로 마무리할까 합니다. "아무 얘기도 할 수 없어 미안하다"며 남긴 메시지의 일부입니다.

'10여 년이 넘게 이어진 불법과 비리가 밝혀진 게 일부에 불과할 정도로 심각하지만, 묵묵히 기도만 하면서 학과의 변화를 소원하고 있습니다…공정하게 잘잘못을 가려낼 수 있도록 언론이 현명한 감시자 역할을 잘 감당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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