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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으로 귀를 기울이면…'학교폭력'의 진짜 해법

상담사가 된 왕따이야기
지독했던 15개월이 지났습니다...
한때 쪽지가 유행했어요.
형형색색의 펜과 귀여운 스티커들.
애들은 무언가 그렇게 즐거운 대화를 주고 받았죠.
그런데, 내 쪽지는 달랐어요.
새빨간 볼펜으로 적힌 욕설들. 
'혹시 미안하다는 말은 없을까'
쪽지를 꾸역꾸역 읽어 내려 갔지만 욕설뿐이었어요.
그리고, 
수시로 찢기는 교복과 젖어버린 교과서‥.
가장 견디기 힘들었던 것은 무심한 눈빛들이었어요.
이따금 찢긴 체육복을 
주워주는 애들이 있긴 있었어요.

얄팍한 죄책감을 지우기라도 하려는 듯이.
'뭐지‥.'
협박 쪽지에 두려워 떨던 어느 날.
우연히 제 손등에 난 상처를 보고 '카타르시스'를 느꼈어요.
그날부터였습니다.
미친듯이 손등과 팔에 생채기를 냈어요.
피부를 뚫고 오르는 붉은 핏방울들.
'누군가 내 얘기를 들어준다면
이 지독한 학교 생활도 이겨낼 수 있을까.'
"무슨 상처니?"
소매로 미쳐 감추지 못한 상처들.
선생님께 자학하고 있다는 걸 들켰어요.
"동정하는 거야?"
"나를 환자 취급하는 건가?"
  
등떠밀려 시작한 상담은 지루했고 때로는 화가 났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선생님이
제게 한 가지 제안을 했어요.

"네가 한번 상담 선생님이 되보면 어떠니?"
"네? 제가요?"
'또래 상담자' 교육이라는 
프로그램이라는 게 있더라고요.

 저와 같은 상처를 가진 친구를 
도울 수 있을 거란 생각에 한번 해보기로 했어요.
상담방법에 대한 
교육을 이수 한 뒤 또래 학생을 만났어요.

 "엄마의 잔소리가 힘든데,
내 얘길 들어줄 수 있니?"
물론 해답을 줄 순 없었어요.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끝까지 그 친구의 말을 들어주는 것뿐.
그런데, 상담을 하면서
친구뿐 아니라 제 생각도 달라졌어요.

'날 괴롭혔던 애들도 
어쩌면 또다른 상처가 있는 건 아닐까.'
문득 이 세상에
나만 힘든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따돌림을 당할 때에도
예전처럼 크게 동요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그렇게 친구들의
아픔에 답하기 시작했어요.

 진심어린 상담을 마치면
오히려 내가 치유되는 것 같았습니다.
그제야 
귀 기울임의 것의 힘을 알게 됐어요.

'마음을 다해 
그대의 말에 귀를 기울여요.'

저는 파란 안개꽃의 꽃말처럼 살기로 했어요.
선생님이 내 손등의 상처를 
모른 체 하지 않았던 것처럼

 학교 폭력 해법의 시작은
'방관하지 않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지독한 겨울이 지났고

오랜만에 따스한 날입니다.
실제 제주도의 한 여중생이 학교폭력 피해를 극복한 사연입니다. 이 학생은 또래상담사라는 상담교육을 이수하면서 자신의 상처를 치유해 갔습니다. 또, 또래 친구들의 고민상담까지 해주며 관계도 회복했습니다. 이 학생은 학교 폭력 문제의 해결의 시작이 '방관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기획 하대석, 채희선 / 그래픽 김태화 / 제작지원 교육부

(SBS 스브스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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