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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혜의 논픽션] "닝겐은 긴장하라"…스크린 빛낸 '개' 연기파

[김지혜의 논픽션] "닝겐은 긴장하라"…스크린 빛낸 '개' 연기파
2018년 무술년(戊戌年)은 10간과 12시의 풀이에 따라 '황금 개띠'라고도 불린다. 황금과 만난 개라니 꽤 기대되는 수식어가 아닐 수 없다.

1,000만 애견인 시대에 개만큼 인간에게 친숙한 반려동물도 없을 것이다. 개가 인간의 삶에 미치는 영향력이 상당하다. 가족의 구성원인 동시에 마음을 나누는 친구로도 주목받고 있다.

현대인들의 삶의 풍경은 현실의 거울인 영화에도 상당 부분 반영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강아지를 소재로 하거나 주요 캐릭터로 설정된 영화도 빈번하게 제작되고 개봉됐다. 영화에 출연한 개들은 신통방통한 연기력을 자랑해 닝겐(일본어로 '인간'이라는 뜻으로 동물 관점에서 부르는 말) 배우들마저 긴장하게 했다. 

황금 개띠해를 맞아 스크린을 빛냈던 특별한 개 배우들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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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犬, 3B 법칙의 최고봉…닝겐도 놀란 메소드

광고계에는 3B 법칙이라는 게 있다. 아기(baby), 미인(beauty), 동물(Beast)가 광고에 등장하면 주목률이 높아지는 현상을 일컫는다.

영화에서도 3B는 꽤 강한 주목도를 자랑한다. 다만 광고계는 이들의 특정 이미지를 짧게 소비한다면, 영화는 스토리 텔링 안에서 하나의 캐릭터나 중요한 상징으로 기능한다.

지난해 12월 개봉해 전국 4만 관객을 돌파하며 사랑받고 있는 영화 '패터슨'에는 세계에서 가장 연기 잘하는 강아지가 등장한다. 극 중 패터슨(애덤 드라이버)과 사라(골쉬프테 하라하니)가 키우는 반려견 '마빈'이다. 넬리라는 이름을 가진 잉글리쉬 불독은 2016년 칸국제영화제 견 그랑프리인 '팜도그'(Palm Dog Award)상을 받았다. 

넬리는 실제로는 암컷이지만 극 중에서는 수컷으로 등장했다. 여주인인 사라를 지극히 따르는 마빈은 패터슨과 사라가 행복한 시간을 보내면 질투하는 연기를 보여 웃음을 자아냈다. 측은한 표정과 질투 어린 표정을 주특기로 관객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게다가 자고, 먹고, 일하는 패터슨의 일상을 반복적으로 보여주는 이 영화에서 마빈은 가장 드라마틱한 사건을 일으키는 주범으로 맹활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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넬리에 앞서 칸영화제 팜도그상을 받아간 개 연기파가 있다. 2012년 아카데미 작품상과 남우주연상 등 5관왕을 받은 '아티스트'의 어기다.

'아티스트'는 1920~30년대 미국 할리우드를 배경으로 남녀 배우의 사랑을 그린 흑백 영화. 두 배우의 삶과 사랑을 통해 무성 영화 시대에 대한 헌사와 향수를 그리는 작품이기도 하다. 무성 영화 방식의 연출을 구사하는 이 영화는 대사가 없다.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영화였지만 배우들의 뛰어난 동작, 표정 연기가 무언의 공백을 메운다. 특히 극 중 조지(장 뒤자르댕)의 출연 영화마다 등장하는 잭 러셀 테리어 어기의 재기발랄한 연기는 시종일관 웃음을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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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기 지도의 어려움…더블 캐스팅은 옵션                     

완성된 영화만 봤을 때는 어떤 개도 연기파다. 하지만 관객을 놀라게 할만한 연기를 끌어내는 과정이 만만치는 않다. 갓난아기만큼이나 뜻대로 안 되는 게 동물들의 연기 디렉팅이다.

모든 개가 명품 연기를 펼치는 것은 아니다. 아주 많은 예외가 존재한다. 울음과 옹알이로 그들만의 언어를 내뱉는 아기처럼, 강아지는 으르렁과 뜀박질로 자신의 감정 상태를 드러낸다. 이들의 세계관과 언어는 인간의 두뇌로 파악하기가 어렵다.

무엇보다 수십 대의 카메라와 조명이 세팅된 영화 현장은 강아지 연기자들에겐 낯설고 싫은 공간일 터. 평소엔 주인 말을 철썩같이 알아듣던 강아지도 카메라 앞에서는 얼음이 되기 일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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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컨트롤이 안될 때의 묘안은 더블 캐스팅이다. 2015년 개봉한 한국 영화 '터널'의 '탱이' 역할은 두 명의 퍼그 곰탱이와 밤탱이가 연기했다. 

탱이는 터널 안에 갇힌 정수(하정우)에게 남겨진 유일한 친구이자 고립무원의 빛 같은 존재로 등장한다. 퍼그는 예측불허의 행동으로 주인도 제어하기가 만만치 않은 견종으로 알려져 있다.

제작진은 새끼 두 마리를 300만 원에 분양받아 전문 트레이너에게 연기교육을 맡겼다. 그 결과 개 사료 먹방 장면을 비롯해 연기 파트너 하정우와 환상적인 연기 호흡을 보여줬다. 

2018년 황금 개띠해에는 어떤 개 연기파가 관객들의 사랑을 받게 될까. 개배우의 활약이 기대된다.

     

(SBS funE 김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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