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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룸] 북적북적 120 : 파괴와 공존의 경계에서…'말이 칼이 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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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좋은데, 퀴어문화축제 같은 것만 안 하면 안 되겠냐"고하거나 "내 눈에 띄지만 않으면 괜찮다"라는 식의 요구 자체가 차별이다. 어떤 존재를 향해 그 정체성을 드러내지 말라고 요구하는 것은 결코 관용이 아니다."

새해 낭독할 첫 책으로 고른 건 법학자 홍성수 교수의 [말이 칼이 될 때]입니다. 본의 아니게 '혐오 표현'의 전문가가 돼 버린 홍 교수가, 혐오가 일상이 된 시대, 공존의 사회를 위해 해야 할 일에 대해 정리하고 제안한 책입니다. 

"치밀한 논거 없이 민주화운동을 왜곡하는 발언을 처벌하겠다는 진보나 편의적으로 표현의 자유를 치켜세웠다 버렸다 하는 보수 사이에서 표현의 자유는 제 갈 길을 찾기는 어려워 보인다"

"표현의 자유는 자신의 정당한 권리를 찾고자 하는 모든 이들의 문제, 특히 소수자의 문제다... 서로 하고 싶은 말을 제약받는 정도가 커질수록 이득을 보는 쪽은 강자다... 여전히 표현의 자유는 옹호되어야 하지만 동시에 혐오표현을 적절히 규제하는 것도 우리의 과제가 되었다."

"한국에서 남녀가 평등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대개 여성혐오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반면 불평등의 현실이 심각하다고 여길수록 여성혐오의 문제는 심각한 사회문제로 간주된다. 한국 사회의 맥락에 대한 이해가 다르기 때문이다."

"남혐이나 개독이 혐오표현이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기보다는 현재 시점의 한국 사회에서는 '어렵다'라고 표현하는 것이 적절하다. 먼 미래에 남성차별 문제가 심각해지고 기독교가 탄압받는 소수종교가 된다면 남혐과 개독은 악랄한 혐오표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증오범죄법 제정보다 더 중요한 것은 증오범죄에 대한 우리 사회의 입장이다… 편견이 혐오로, 혐오가 차별과 폭력으로 이어지는 것은 순식간이다... 백주 대낮에 오로지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이주자라는 이유로, 정신질환자라는 이유로 집단 린치를 당하는 비극적 사태는 이제 '임박한' 현실이 된 것이다."

"대항 표현의 가장 큰 의의는 혐오의 지형을 바꾼다는 것이다... 당사자 개인 이외에 사건 현장의 목격자들, 그리고 사건을 전해 들은 다른 공동체 구성원들이 집단적 항의에 나서야 한다. 그렇게 함께 혐오표현에 대응함으로써 피해자가 아니라 발화자를 고립시키는 것이 대항 표현의 궁극적 목표가 되어야 한다."

2017년은 '혐오표현'이 본격화한 해 같기도 합니다. 본격화했다는 건 이를 문제로 인식하는 이들이 많아졌고 심각하게 여기는 이들 또한 늘어났다는 의미이기도 할 겁니다. 그래서 이런 책도 나왔겠죠. 2018년은 좀 더 진전된 해가 됐으면 합니다. 올해의 첫 책으로 읽었는데 2018년 말 ‘조금은 나은 방향으로 달라졌구나' 하고 돌아볼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한편, 책을 처음 접하고는... 제 직업이 그렇다 보니 기자들을 흔히 멸시해서, 혐오하여 부르는 그 멸칭이 떠올랐습니다. 그렇게 부르는 이유는, 함부로 쓰는 기사로 인해 너희들의 말과 글이 칼이 되어 누군가를 해쳐왔다는 거겠죠. 한편으로 아무도 상처받지 않고 다치지 않는 기사라면 뒤집어 보면 권력 비판과 감시라는 역할에 전혀 충실하지 않은 기사이기도 할 겁니다. 그렇더라도 저의 말이, 글이 칼이 될 수 있다는 걸 늘 염두에 둬야 하겠습니다. 늘 그러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만. 

*출판사 어크로스로부터 낭독 허가를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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