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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저널리스트] '개고기 요리' 시키더니 '인사 보복'까지…새마을금고 이사장의 갑질

※ SBS 뉴스의 새로운 컨텐츠 '더 저널리스트(THE JOURNALIST)'. 이번 순서는 VIP 회원과 대의원을 접대해야 한다며 직원들에게 개고기 요리를 만들게 했던 새마을금고 이사장의 '갑질'을 지난 10월 단독 보도한 기획취재부 조기호 기자입니다. 조 기자는 보도 이후 내부고발자들이 보복 인사를 당한 사실을 끈질기게 후속 취재해 최근 고발 보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편집자 주>

■ 새마을금고 이사장의 '갑질 인사'가 수면 위로 드러났습니다. 지난해 일어난 사건에 대한 보복 인사의 성격이 강해 보이는 근거는 무엇인가요?
 
최초 보도는 작년 10월 16일에 나갔습니다. 이미 초복·중복·말복이 끝났을 때였는데 새마을금고 직원들이 사진을 보내왔어요. 개고기가 담겨있는 조리가 안 된 상태의 양철 대야에 개고기가 담겨 있는 모습이었어요. 개 이빨이 다 보이는 사진이었는데 저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이게 무슨 사진인지 직원들한테 물어봤죠. 들어보니 새마을금고 이사장이 직원들에게 직접 삶으라면서 죽은 개 한 마리를 통째로 줬다고 합니다.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거 같아서 개를 삶으라고 한 이유를 알아봤더니 초복·중복·말복쯤 해서 새마을금고와 연관된 VIP 고객, 대의원 그리고 이사장의 지인을 접대하기 위해 삶으라고 했다는 겁니다.
 
처음에 직원분들이 개고기가 대야에 담겨있는 사진만 보내주셨는데 추가로 취재를 하다 보니까 큰 강당이 있었어요. 그 강당에 개고기와 여러 가지 음식이 준비가 돼 있었고 직원들이 유니폼을 입고 서빙하는 사진들이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여기가 어떤 식당인 줄 알았는데 직원들에게 어디인지 물어보니 회의나 행사를 하는 새마을금고 2층에 연결된 강당이라고 하더라고요. 되게 황당했습니다. 게다가 직원들에게 갑자기 죽어있는 개를 던져주면서 해체하고 삶으라고 시켰으니 얼마나 징그러웠겠어요. 너무 충격적이라 그 사건 뒤로 음식을 잘 못 먹었다고 털어놓은 직원들도 있었습니다.

■ 직원들에게 개고기를 삶게 했다는 것만으로도 충격적인데 억지로 술도 따르게 했다는 게 사실입니까?

당시 자리에는 대의원, VIP, 이사장 지인들까지 백여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왔습니다. 그런데 그 사람들 사이사이에 직원들을 앉힌 거죠. 물론 그중에는 남자 직원도 있고 또 여자 직원도 있었는데 특히 여직원들 같은 경우는 옆에 앉아서 술 한잔 달라고 하면 술도 따라줘야 하고 원치 않는데 본인도 술을 마셔야 되는 상황이 벌어졌던 겁니다.

처음 취재를 할 때 당연히 이야기를 들어야 하니까 이사장을 만났습니다. 그런데 아무 말도 안 하고 새마을 금고 밖을 빠져나가는 거예요. 저희가 한 200m 정도 계속 쫓아가면서 질문을 했는데 결과적으로 당시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전국에 1200여 개가 있는 새마을 금고의 관리감독기관이 새마을금고중앙회거든요. 중앙회가 이 사건을 감사했는데 그 결과는 더 황당했습니다. 이사장이 직원들에게 개고기를 삶게 한 게 타당한 일이냐 물었더니 "밖에서 음식을 시켜 먹으면 돈이 많이 드니까 영업비 절감 차원에서 크게 문제없다고 본다"라는 황당한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 보도 이후 감사가 나왔다고 들었습니다. 사건이 마무리됐을 줄 알았는데 새로운 제보가 들어왔다고요?

지난해 10월 16일에 보도가 나갔고 3개월 정도 지났는데 그사이에 직원분들이 "감사가 나왔는데 달라진 게 없다"라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오히려 직원들에게 보복성 인사 조치를 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새마을금고 측이 어떤 조치를 했는지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사건이 발생한 새마을금고에는 20여 명 정도의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사장이 보도가 나간 뒤에 신규 직원들을 10명 가까이 뽑았습니다. 원래 있던 직원들의 절반 정도를 뽑은 건데 사실 이게 전무후무한 일이라고 하더라고요. 새롭게 뽑은 사람들은 정규직이 아니라 시간제 근로자였습니다.

새마을금고 내부규정에 따르면 시간제 근로자들에게는 고객의 자산관리 업무인 입출금이나 보험 개설, 계좌 개설, 통장 해지 이런 업무를 맡기지 못하게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새마을금고 측은 규정에 아랑곳하지 않고 신규 직원들에게 이런 업무를 맡겼습니다. 물론 신규 직원들이 잘못한 것은 아닙니다. 위에서 시키는 대로 한 것인데 이사장이 내부규정까지 어겨가면서 새로 뽑은 시간제 근로자들에게 적절하지 않은 업무를 맡긴 거죠. 그렇다면 기존 직원들은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요? 요즘은 직원을 함부로 자를 수 없잖아요. 그러니까 새마을금고는 기존 직원들에게 책상도 컴퓨터도 없이 신규 직원들 뒤에 서서 업무를 가르쳐 주는 일을 시켰습니다.

■ 이사장이 멋대로 내부규정을 무시했다는 것도 황당한데요. 감사팀이 감사를 실시하긴 한 겁니까?

보도 직후에 새마을금고는 내부고발자를 색출하는 작업을 했습니다. 이사장의 측근이 직원들에게 전화를 걸고 회유와 압박을 한 겁니다. 또 이사장은 내부고발에 가담했다고 생각되는 직원을 불러서 작년 기준으로 "연말까지 네 거취를 결정"하라고 말했습니다. 이사장의 말을 들은 직원이 "왜 제가 거취를 결정해야 하냐"라고 반문하자 "너 행정안전부에도 왔다 갔다 하고 민원 낸 거 알고 네가 주도했다는 거 안다"는 식으로 말을 하면서 입장을 정리하라고 강요했습니다. 이사장한테 이런 강요를 받은 직원은 한 집안의 가장이자 새마을금고에서 30년 가까이 근무한 지점장급 직원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직원에게 하루아침에 나가라고 이사장이 얘기한 거죠.

새마을금고를 감사한 감사팀은 새마을금고중앙회에서 나온 팀입니다. 그런데 이 감사팀이 내부고발을 주도한 퇴직 직원을 찾아냈습니다. 그리고 그 직원과 같이 근무했던 사람을 불러서 진술서를 쓰게 했습니다. 퇴직한 직원의 대출 업무에 문제가 있는 거 같으니 '문제 있다'는 진술서를 쓰라고 한 겁니다. 같이 근무했던 직원이 진술서를 작성하려고 하지만 문제가 별로 없는 데다가 쓸 말이 없어서 주저하니까 감사팀은 연필로 직접 진술서를 써줍니다. 문제가 있는 부분이 무엇인지, 그리고 액수는 얼마나 잘못됐는지 코치를 해 준 거죠.

진술서를 작성하라고 불려갔던 직원은 본인이 작성한 진술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다음날 감사팀에 찾아갔습니다. 그리고 "제 본의로 쓴 진술서가 아니니까 돌려달라"는 요구를 했는데 감사팀은 "어, 그래 돌려줄게 그런데 복사해서 돌려주겠다"며 원래 썼던 진술서는 효력이 있기 때문에 원본을 줄 수 없다고 합니다. 그 직원이 "시켜서 쓴 진술서 아니냐"라고 반문을 하니까 감사팀은 "내가 다 그렇게 쓴 건 아니잖아"라며 사실상 거짓 진술서를 쓰게 했다고 인정하는 말을 했습니다.

■ 감사를 한다는 중앙회가 거짓 진술서까지 쓰게 하는데 그냥 둘 수밖에 없는 건가요?

두 가지 문제점이 있어요. 새마을금고중앙회가 새마을금고를 감사할 수 있는 권한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중앙회를 관리 감독할 수 있는 권한은 행정안전부에 있습니다. 중앙회가 감사를 제대로 못 하면 행정안전부라도 나서서 감사나 관리 감독을 해야 하는데 그게 실질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거죠. 직원들은 중앙회에서 제대로 된 조치가 이뤄지지 않으니까 행정안전부에 연락해서 '우리 새마을금고에 이런 문제가 있으니 제발 나와서 좀 살펴봐 달라'라고 여러 차례 이야기했습니다. 그런데 행정안전부는 '이런 민원이 들어왔는데 중앙회가 알아보라'며 중앙회에 다시 그 사건을 내려보냈습니다. 그럼 중앙회는 또 내부고발을 주도한 직원들을 표적 감사하고 정작 감사해달라고 한 이사장에 대해서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는 악의 순환고리가 반복되는 게 첫 번째 문제인 겁니다.

두 번째는 '새마을금고중앙회가 왜 이사장을 제대로 감사하지 못할까'라는 의문에서 시작되는데요. 이 부분은 추론의 영역인데 중앙회에는 회장이 있고 이 회장은 새마을금고 이사장이 대의원이 돼서 뽑습니다. 쉽게 말하면 전국의 새마을금고 이사장이 모두 대의원은 아니지만 대의원이 될 자격이 있고 그들이 회장을 간접적으로 뽑는 대의원 제도가 있는 겁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중앙회는 이사장의 비리 의혹 등이 제기돼도 제대로 감사를 할 수 없는 상황인 거죠. 이사장들이 회장이 받을 수 있는 표를 그리고 회장이라는 자리를 좌지우지할 수 있으니까요. 저는 이게 신빙성 있는 추론이라고 생각됩니다.

■ 새마을금고 이사장의 계속되는 갑질, 이렇게 보고만 있어야 하는지 답답합니다.

이사장은 '갑질 인사', '보복 인사'에 해당하는 같은 행동을 하고 있는데 교정이 안 되니까 이런 문제가 끊임없이 반복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행동이 잘못됐다는 것을 새마을금고중앙회나 행정안전부가 지적하고 잘못의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하는데 그런 부분이 없으니까 이사장이 직원들에게 갑질을 하고 보복성 인사 조치를 할 수 있는 거죠. 실제로 이사장은 보도가 나가고 다음 날 직원들한테 또 인사 조치를 내렸습니다. 제대로 된 감사, 제대로 된 감독이 이뤄지지 않다 보니 이사장이 이렇게 전횡을 휘두르고 있는 겁니다.

이사장 A 씨는 보복성으로 시간제 직원을 대거 채용했다는 지적에 대해 "3월 신규 점포를 만드는 데 인원이 필요해 충원한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또 고발자로 의심받은 직원들의 업무를 규정을 어기면서까지 시간제 직원들에게 맡겼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기존 직원들에게 업무를 가르쳐주라고 한 것일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SBS 보도본부 기획취재부의 조기호 기자입니다. 새마을금고 사건을 계속 파헤치고 있는데요. 이사장이나 다른 임원 때문에 지금도 다른 새마을금고에서 고통 받고 있는 분들은 언제든지 메일을 주시기 바랍니다. 제보가 없으면 저희가 취재를 할 수 없으니까요. 제보를 주시면 저희가 잘못된 부분을 끝까지 파헤치겠습니다.

◆ SBS 조기호 기자 / 기획취재부
조기호기자
조기호 기자는 사회적으로는 낙천론자, 정치적으로는 회의론자이지만 세상을 보는 시각은 평등론자라고 합니다. 사건팀과 법조팀을 거친 조 기자는 현재 경제부를 거쳐 기획취재부에서 세상과 소통 중입니다.

(기획 : 정윤식 / 구성 : 안준석, 장아람 / 촬영 : 주범 / 편집 : 김보희, 한수아 / 일러스트 : 정혜연 / 내용정리 : 박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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