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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준의시사전망대] "대통령 기자회견, '봉숭아 학당'이라 불리는 이유…"

인터뷰 자료의 저작권은 SBS 라디오에 있습니다. 전문 게재나 인터뷰 인용 보도 시, 아래와 같이 채널명과 정확한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방송 : 김성준의 시사전망대 (FM 103.5 MHz 18:05 ~ 20:00)
■진행 : SBS 김성준 앵커
■방송일시 : 2018년 1월 10일 (수)
■대담 : SBS 원일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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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정부 기자만 300여명, 춘추관도 잘 모르겠다 말할 정도
- 각본 없는 기자회견…기자들끼린 '봉숭아 학당' 이라고 해
- 노무현, 사전 질문 없고 후속질문까지 허용한 첫 대통령
- 盧 정부때, 靑 브리핑 기자실 시스템 미국식 스탠드로 바뀌어
- MB-朴 정부 사전 질문 받고 순서 정하고 각본 짜기 다시 등장
- 트럼프, 美 역사상 언론과 최악의 관계 朴정부 시절 보는 듯
- 대통령 기자회견은 사회의 성숙도와 정치적 민도를 아는 척도
- 다음 文대통령 회견은 후속 질문 허용하는 기자회견 됐으면


▷ 김성준/진행자:

<원일희의 '왜?'>, 해설의 명수 원일희 SBS 논설위원과 함께 하는 순서입니다. 오늘은 대통령 기자회견의 변천사를 살펴보겠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 SBS 원일희 논설위원:

예. 안녕하세요. 원일희입니다.

▷ 김성준/진행자:

오늘 문재인 대통령 기자회견. 보셨죠?

▶ SBS 원일희 논설위원:

예. 봤습니다. 내용은 따로 전해주실 것이고. 그걸 보면서 제가 여러 가지를 많이 느꼈습니다. 기자들이 엄청 많더라고요.

▷ 김성준/진행자:

몇 명이나 됐다고 합니까?

▶ SBS 원일희 논설위원:

지금 청와대 출입 기자 물어보니까 300여 명이라고 대답하네요. 도대체 정확히 몇 명이냐고 했더니 모르겠대요.

▷ 김성준/진행자:

펜 기자, 카메라 기자 다 합해서요?

▶ SBS 원일희 논설위원:

아니요. 펜 기자만. 취재기자만 등록제로 바뀌었기 때문에. 자기들도 정확히 모르고 춘추관에서도 잘 모르겠대요. 그런데 그 300여 명이 다 들어오는 게 아니고. 기사를 송고해야 될 인력도 있는데. 분명한 것은 옛날에 저희가 대통령 기자회견을 했을 때처럼 1사 몇 명. 이런 게 없대요.

▷ 김성준/진행자:

그냥 들어올 사람 다 들어와라.

▶ SBS 원일희 논설위원:

예. 원하는 사람은 다 들어와라. 이렇게 됐다는 거예요. 그런 걸 보면서 분위기가 정말 바뀌기는 많이 바뀌었구나. 이런 걸 느꼈습니다.

▷ 김성준/진행자:

그렇겠네요. 기본적으로 문재인 정부 출범하면서부터 얘기했던 게 대통령 기자회견 과거처럼 안 하겠다, 사전에 각본 없다, 질문 미리 받는 것 없다, 질문 순서 없다. 이랬던 것 아닙니까? 그게 잘 지켜졌나 모르겠네요?

▶ SBS 원일희 논설위원:

제가 똑같이 질문했어요. 후배들에게 물었어요. 정말 사전 각본 없었냐? 진짜 큐시트 없이 사전 질문 조율도 안 한 거야? 분야별로 보통 나눌 수는 있는 것 아닌가? 이렇게 질문을 해봤어요. 그랬더니 펄펄 뛰더라고요. 1문 1답 시작하면 기자들이 저요, 저요 손들게 하고. 사전부터 그렇게 하자고 했대요. 그래서 기자들끼리는 자기들끼리 봉숭아 학당이라고 한대요. 저요, 저요 하면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지목을 해서 하는 형식이니까. 어찌 됐든 사전 질문 없고, 질문 기자 사전 선정 없었고, 조율 없었다. 제가 두 번, 세 번 확인했습니다.

▷ 김성준/진행자:

그러면 대통령에 무게가 굉장히 실리는 건데.. 누가 대통령의 선택을 받느냐의 문제였겠는데요?

▶ SBS 원일희 논설위원:

대통령 눈에 띄려면. 우리 옛날에 워싱턴 시절에 그런 경험 많잖아요. 손 높이 들어야 하니까 일어나서 드는 기자도 있고, 소리를 내는 기자도 있고. 별 기자가 다 있잖아요.

▷ 김성준/진행자:

사실 백악관 대통령 기자회견을 보면. 뜻밖에 민주주의가 그렇게 꽃 피운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사실 비민주적인 요소들이 많아요. 예를 들어서 메이저 언론들, 그 다음에 연차가 높은 기자가 아예 맨 앞줄에 지정석에 앉아 있잖아요. 아무나 못 앉잖아요.

▶ SBS 원일희 논설위원:

그렇죠. 그건 좀 다른 이야기예요. 제가 조금 있다가 말씀을 드리려고 하는데. 우리 기억나잖아요. 너무 이상하잖아요. 프레스룸에 딱 들어갔는데 앞에 아예 쓰여 있잖아요. ABC, UPI, 로이터 해서 딱 메이저 방송 4사, 케이블 2개, 통신 3사, 그리고 전국지 4개. 이래서 9개석, 12개석 정해져 있고. 기자들 뒤에 쭉 서있지만 아무나 거기에 못 앉잖아요. 그래서 대통령 기자회견 시작하면 그 기자들이 조용히 펜을 들면 그 사람부터 하는 거잖아요? 뒤에 있는 기자들 감히 거기에 끼어들지 못하고.

▷ 김성준/진행자:

아무리 손들고 일어서도 안 되죠.

▶ SBS 원일희 논설위원:

이것을 비민주적이라는 측면도 있기는 하지만. 미국 언론들은 이것을 권위, 전통, 기자들의 경력 인정. 이런 국민들의 신뢰가 있죠.

▷ 김성준/진행자:

우리가 그러면 잘 안 되겠죠?

▶ SBS 원일희 논설위원:

그렇죠. 우리는 박근혜 정부 시절에 기자회견 자체도 잘 안 했지만. 기자회견 한다고 해도 일문일답 없이 담화문 발표하고 돌아서는. 그 다음에 질문 좀 하려고 하면 레이저나 맞고 했던 시절이 불과 1, 2년 전이잖아요. 그랬던 것의 반작용으로 문재인 정부는 어찌 됐든 각본 없이 하겠다. 일문일답 하여튼 하는 대로 다 물어라. 이랬는데. 그 약속은 지켜진 것 같아요.

▷ 김성준/진행자:

아마 보니까 마지막으로 남은 것은 라이브로 진행하는 상황에서 누가 엉뚱한 질문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대통령이 그것에 대해서 굉장히 노련하게 대답을 해주는 모습. 이런 게 하나 남은 것 아닌가 싶은데. 어쨌든 우리 원일희 논설위원은 김대중 정부 청와대를 출입하셨잖아요?

▶ SBS 원일희 논설위원:

그렇죠. 2000년 전후였으니까 DJ 시절에 이른바 청와대 출입기자였습니다.

▷ 김성준/진행자:

그 때는 청와대 출입기자 펜 기자가 몇 명이었습니까?

▶ SBS 원일희 논설위원:

정확히 기억나요. 딱 30명. 신문은 1사 1인, 방송은 1사 2인, 지방지 50명, 별도 기자실 운영. 딱 그게 됐었고. 그 전에는...

▷ 김성준/진행자:

지방지까지 합치면 80명이네요.

▶ SBS 원일희 논설위원:

그렇죠. 전체적으로는 80명 쯤 됐지만 중앙지 기자실만 따로 있었기 때문에. 만나는 일도 없었고 별도로 운영이 됐었고. 딱 30명밖에 없었기 때문에 얼굴도 서로 다 알고 이름도 다 알고 그랬죠. 대통령도 다 알았어요. 그 때는. 그런데 지금은 300명 넘으니까 10배가 넘었더라고요. 그래서 물어봤더니 제가 애용했던 중간에 있던 긴 소파도 없어진 지 오래라고 합니다.

▷ 김성준/진행자:

지금 소위 말하는 춘추관, 일종의 청와대 기자실인데. 그것은 노태우 대통령 시절에 만들어진 기자실이죠? 그 벽에 아세요?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 선생의 작품이 걸려있는 것.

▶ SBS 원일희 논설위원:

그 작품이 백남준 선생 것이었어요?

▷ 김성준/진행자:

그게 백남준 선생 작품이었는데. 문제는 전기 절약한다고 코드를 뽑아서 불이 들어오지 않아서 안타까웠던 기억도 납니다.

▶ SBS 원일희 논설위원:

제가 출입할 때는 30명이었는데. 우리 김성준 앵커가 MB 정부 때 출입할 때는 몇 명이었어요?

▷ 김성준/진행자:

제가 MB 정부 초기에 출입했었는데. 그 때는 그것보다 더 많이 늘었죠. 중앙기자실만 해도 50명이 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 SBS 원일희 논설위원:

점점 늘어가는 추세이기는 했어요. 왜냐하면 매체가 많아져서 늘어난 건데.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은 노무현 정부 시절이에요. 노무현 정부 시절 때 보니까 청와대 출입기자를 등록제로 바꾸고 기자실에 대못을 박는다면서 기자실을 없애버렸잖아요. 브리핑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갑자기 260명으로 급증한 겁니다. 아까 제가 농담처럼 얘기를 했지만, 청와대 기자실에 있던 수석들이 와서 브리핑을 하던 긴 소파, 앉아서 편안하게 차를 마실 수 있는 티타임이란 것은 그 때 다 없어졌어요. 다 서서 딱딱하게 브리핑 형식으로, 미국식으로 바꾼다고 했는데.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 청와대 출입 기자 변천사는 모든 정부의 브리핑 시스템, 기자실 시스템을 전부 원천적으로 바꿨었죠. 기자회견 자체는 그 때 형식이 혁신적으로 바뀌었어요.

▷ 김성준/진행자:

그 때는 사전 질문 없는 첫 시도가 시작됐죠.

▶ SBS 원일희 논설위원:

첫 시도가 시작됐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제가 높이 평가하는 게 딱 하나 있습니다. 제가 미국 얘기도 했고 옛날 얘기도 하고 있잖아요? 지금 각본 없다고 해서 기자들이 흥분하는데, 저는 흥분하지 않아요. 왜? 본질적으로 달라진 것은 없습니다. 이유는 딱 하나입니다. 각본이 있고 없고가 중요한 게 아니라 기자들에게 후속 질문을 허용하는 시스템으로 기자회견이 바뀌어야 하는 거예요. 첫 질문, 뭐라고 질문하든 간에 대통령은 준비된 답변을 하면 그만인 거예요. 그런데 미국 기자들 안 그렇잖아요.

음, 첫 질문 그렇게 답변할 줄 알았어. 그러고 난 다음에 그런데요, 지금 말씀하신 것 중에 지난번에는 그렇게 얘기했지만 이번에는 이렇게 앞뒤가 맞지 않습니까. 대통령을 몰고 가면서 압박하는 후속 질문이 허용되어야 하는데. 지금은 각본 없이는 됐다고 하지만 후속 질문은 없는 거예요. 그러면 기자회견을 통해서 무언가 숨겨진 진실을 대통령 입에서 끄집어내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유일하게 노무현 전 대통령이 그것을 허용했던 대통령이라고 저는 기억해요. 그랬다가 기자들뿐 아니라 검사들과의 대화에서도 이제, 막 가자는 거지요?

▷ 김성준/진행자:

거기서도 사후 질문이.

▶ SBS 원일희 논설위원:

옛날 같았으면요. 제가 출입을 했던 김대중 전 대통령까지도 누구하고의 회견 형식으로 일문일답을 할 때도 후속 질문을 허용하지 않았어요. 청와대에서. 그것은 전략이었습니다. 질문을 허용하면 계속 대통령이 물려 들어가는 것이거든요. 검사들과의 대화가 각본 없이 하다보니까 후속 질문을 허용해버렸잖아요.

▷ 김성준/진행자:

거기서 무시무시한 질문들이 많이 나왔죠.

▶ SBS 원일희 논설위원:

그랬다가 이 정도 되면 갈 때까지 간 거죠 소리까지 나오는 거죠. 그 뒤에도 노무현 전 대통령만큼 그렇게 파격적이고 실질적인 기자회견은 없다. 저는 이렇게 평가하고 있습니다.

▷ 김성준/진행자:

노무현 전 대통령이 파격적이고 실질적인 기자회견을 처음으로 도입한 것이고. 반면에 후반부로 들어서면서 사실 기자실을 폐쇄하는 조치가 있었던 것이고. 거꾸로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부터는 사전 질문 받기, 순서 정하기, 각본 짜기가 다시 등장을 했고. 제가 그 기억을 하는 게 이명박 정부 들어서고 나서 첫 번째 기자회견의 첫 번째 질문을 제가 했었고.

▶ SBS 원일희 논설위원:

그런데 그것도 다 정해졌었죠?

▷ 김성준/진행자:

예. 사실은 좀 그런 면이 있었고.

▶ SBS 원일희 논설위원:

그런 면이 있는 게 아니라 그랬었잖아요.

▷ 김성준/진행자:

다만 그 당시에는 소위 지금 말하는 사후 질문이 초반부에는 허용이 됐었어요. 일부 허용이 돼서 그랬다가 뒤로 가면서 점점 좀 더 꽉 막힌 기자회견으로 바뀌었고.

▶ SBS 원일희 논설위원:

정권이 후반기로 가면서 기자회견을 점점 두려워하고, 부담스러워 하고, 기자들의 후속 질문을 힘들어 하죠. 그래서 청와대 출입 기자들이 힘든 게 기자회견 자체에서는 알맹이가 안 나오니까. 끝나고 난 다음에 후속 취재해야 하고, 수석들 붙잡고 물어봐야 하고, 술자리 취재해야 하고. 이렇게 되는데. 그게 마치 한국 언론의 관행처럼 돼버렸는데요. 이번 기자회견 보면서 많이 달라졌지만 근본적으로 우리가 여러 차례 시도했던 이런 문제가 해결이 되어야 진정한 언론 자유가 오는 것이다. 이런 것이 열린 기자회견이 되는 것이지. 권위를 탈피했다고만 해서 꼭 평가 받을 일은 아니다. 이런 한계를 제가 좀 느꼈습니다.

▷ 김성준/진행자:

오늘은 원일희 논설위원이 그 부분을 분명히 짚으셨으니까 다음 대통령 기자회견에서는 후속 질문도 가능한 것으로 변하지 않을까 기대를 한 번 해보겠습니다.

▶ SBS 원일희 논설위원:

한 가지 위안하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은 그나마도 미국에서도 기자회견 안 하잖아요.

▷ 김성준/진행자:

미국이 오히려 거꾸로 가고 있는 것 같아요.

▶ SBS 원일희 논설위원:

거꾸로 가고 있어요. 박근혜 정부 시절 보는 것 같아요. 트위터로 직접 정치하고, SNS 정치한다는 것은 지지층만 보고 간다는 거잖아요. 기자회견 안 하다보니까 기존 언론과 백악관의 관계는 지금까지 역사상 가장 최악의 관계라고 미국 언론들은 혹평하고 있습니다.

▷ 김성준/진행자: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도 짜증이 날 만도 한 게. 기자회견만 열면 기자들이 어찌나 공격을 하는지.

▶ SBS 원일희 논설위원:

공격도 공격이지만 바보 취급을 해버리니까. 그런데 기자회견을 통해서 보면 그 사회의 성숙도와 정치적 민도를 알 수 있기 때문에. 전세계가 미국을 보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 양식을 보면서 걱정하고 있는 겁니다.

▷ 김성준/진행자:

네. 알겠습니다. 오늘 <원일희의 '왜?'>, 문재인 대통령의 기자회견. 성숙하고 발전된 기자회견이라고 박수를 보내고요. 다음번 회견은 후속 질문을 허용하는 기자회견이 되어야 한다는 강력한 제안을 하면서 오늘 마무리 하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 SBS 원일희 논설위원:

네. 좋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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