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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일본취업, 어떤 회사가 한국인을 많이 찾나? ①

[월드리포트] 일본취업, 어떤 회사가 한국인을 많이 찾나? ①
국내 취업난이 심각해지면서 해외 취업을 생각하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습니다. 한국의 청년층(15~29살) 실업률은 지난달 기준 9.2%로 1999년 10.3% 이후 가장 높았습니다. 체감실업률은 21.6%에 이릅니다. (체감실업률은 아르바이트생과 취업준비생 등을 실업자로 분류한 고용 보조지표입니다.)

해외취업국가 가운데 요즘 가장 핫(Hot)한 나라가 바로 일본입니다. 미국 트럼프 정부가 외국인 취업비자 심사를 강화하면서 상대적으로 일본이 더 주목받는 모습입니다. 일본의 실업률은 지난해 11월 기준 완전취업률 수준인 2.7%입니다. 유효구인배율은 1.56배입니다. 유효구인배율은 구직자와 일자리의 비율을 정리한 수치로 구직자 100명에 일자리가 156곳 정도 있는 셈입니다. 정규직만 따져봐도 1.05배에 이릅니다.

이런 이유로 우리 정부가 일본 취업을 적극 지원하고 있는 것도 이해가 갑니다. 지난해 10월 말 부임한 이수훈 신임 주일 한국대사도 가장 중요한 업무 가운데 하나로 '일본 취업 증대'를 꼽았습니다. 청와대의 관심도 높다고 했습니다.

일본 취업과 관련해선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이 'K-move'라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국내외에서 다양한 일본 취업 행사를 열고 있죠. 이런 노력 덕분에 일본의 기술인문국제 비자를 신규 취득한 한국인 수는 지난 2014년 1231명에서 2016년 2487명으로 두 배 이상 늘었습니다. (10여 종의 일본 취업비자 가운데 가장 보편적인 비자가 바로 기술인문국제 비자입니다.) 지난해 6월 현재 기술인문국제 비자를 가진 일본 내 한국인 수는 2만1091명으로 역대 최다입니다.

그런데, 일본 취업시장이 좋다고 무조건 일본으로 달려와선 안 됩니다. 전체 취업 시장이 좋은 것보다 우리 한국 젊은이들에게 좋은지 살펴봐야 합니다. 그래서 지난해 12월 후생노동성이 발표한 '직업별 일반직업소개상황(실수/파트타임 포함)' 자료를 바탕으로 일본 취업 시장을 분석해보겠습니다. (직업별 산출과정에서 계절조정 등이 이뤄지지 않아 공식 수치 1.56배보다 다소 낮은 1.46배로 집계됨)
일본 일반직업소개상황 (2017.12.26 후생노동성)
1) 정말 사람이 부족한 업종은?

지난해 11월 기준 일본에서 유효구인배율이 높은 업종은 [건설골조공사](10.85배), [가정생활지원서비스](8.43배), [보안경비](8.14배), [건축토목측량기술자](5.76배), [의사약제사](5.54배), [건설](4.62배) 의 순입니다. 건설 분야가 가장 인력이 부족합니다. 2020년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일본 전역에서 건설공사가 이뤄지고 있고 2011년 동일본 대지진, 2016년 구마모토 대지진 등을 거치며 내진보강 공사나 임시주택 건설 등도 한창이니다. 특히 일본 건설업계는 안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자격증 소유자를 의무화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인재를 구하기 어렵습니다.

고령화로 인해 노인 돌봄서비스 등 [가정생활지원 서비스]도 사람이 부족합니다. 일본 정부가 지난해 11월 베트남인, 필리핀인 등 외국인 기능실습생들이 일할 수 있는 분야에 노인 돌봄 업종을 포함시킨 이유이기도 합니다.

2) 일본 IT업계는 정말 한국인 많이 찾나?

건설보다는 덜 하지만, IT 업계도 인력난이 심각합니다. [정보처리.통신기술자]는 2.59배, 각종 생산연구분야에서 일하는 [개발기술자]는 2.32배입니다. 2016년 6월 경제산업성은 'IT 인재의 최신동향과 장래추계 조사결과'를 발표했는데요, 당시 조사시점에도 일본의 IT 인력은 17만 명 넘게 부족했습니다. 그런데, 2030년에는 부족인력이 78만 9천 명을 넘을 전망입니다.

바로 이 IT 업종에서 한국인들이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한국무역협회 도쿄지부가 지난해 일본 내 한국인 취업자 143명을 설문조사했는데요, 근무직종을 밝힌 137명 가운데 90명(65.7%)이 IT 근로자였습니다.

하지만, 주의할 점도 있습니다. 일본 IT 업계는 우리나라처럼 철저한 하청 시스템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도시바, NTT, 히타치 등 대기업 계열 IT 업체가 대규모 시스템 개발을 수주하면 이후 2차 3차 하청 업체들이 사업을 나눠 개발합니다. 이 하청업체들을 '수탁 시스템 개발업체'(SIer)라고 부릅니다. 하청 Sler 업체들이 사람을 많이 찾습니다.아래는 지난해 8월 경제산업성이 발표한 'IT관련산업의 급여 등에 관한 실태조사 결과' 보고서입니다.
일본 IT 관련산업의 급여 등에 관한 실태조사 (2017.8.21 경제산업성)
수탁시스템개발업체와 기술자파견(인력파견업계) 쪽이 인력부족을 많이 호소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 업계에는 저임금 악덕 기업들이 적지 않습니다.일본 IT 기술자들도 악덕 기업을 피하기 위해 각종 회사랭킹 사이트를 참고하고 있습니다. ( http://www.itranking.net/blg/2017/02/28/si-ranking-2017 일본어)

또 일본 내 외국인 IT 인력은 한국인뿐이 아닙니다. 한국 IT 인력의 5,6배에 이르는 중국인들이 일본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단적인 예로 일본에는 '고도전문직 1호(나)' 비자라는 것이 있습니다. 일본 정부가 좀 더 고급 IT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도입한 비자로 최단 1년 만에 영주권 신청이 가능하는 것 등 다양한 혜택이 있습니다. 이 비자를 취득한 한국인이 140명입니다. 그런데, 중국인은 3013명에 이릅니다. 한국인들이 개별적으로 전문직 비자를 취득하고 있는 데 비해 중국인들은 일본 내 중국계 IT 기업에서 일하며 체계적으로 비자를 취득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립니다.

3) 일본대학에 진학해서 졸업하면?

요즘 일본대학으로 유학을 오려는 한국 학생들이 많습니다. 지난해 11월 일본 최대 민영방송인 닛테레(NTV)는 수능시험이 끝난 한국 뉴스를 전했는데요, 그러면서 취업난을 피해 일본대학에 진학하려는 한국 고교생들도 적지 않다고 보도했습니다.
일본대학을 목표로 공부하는 한국 학생들 (NTV화면)
그럼 일본대학 한국인 졸업자들의 취업 상황은 어떨까요? 정확한 통계는 없습니다.

다만, 일본 젊은이들과 똑같이 취업 경쟁하기는 만만치 않을 겁니다. 일단 일반 사무직 입사는 일본인에게도 쉽지 않습니다. [일반사무직]은 가장 취업자 수가 많은 업종입니다만, 유효구인배율은 0.36배에 불과합니다. [회계사무]도 0.76배입니다. 즉, 인력난이 아니라 구직난입니다. 그나마 영업판매 쪽은 사람을 많이 찾습니다. [상품판매직] 2.48배, [판매유사직] 2.98배, [영업직] 1.73배입니다.

한국인 졸업자들을 찾는 곳은 역시 수출 및 무역 관련회사들입니다. 그런데, 일본의 무역의존도는 32.5%로 한국 63.9%보다 훨씬 낮습니다. 남은 67.5%의 내수 기업들은 한국인 직원을 별로 찾지 않습니다. 단순히 얘기하면 32.5%의 수출입 업체 가운데서도 한국 시장에 관심이 있는 회사가 한국인 고용에 호의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전세계 무대에서 뛰고 있는 일본 대기업이나 중견기업들도 한국 사업을 위해 또는 조직의 다양성 확대를 위해 한국인을 뽑습니다. 하지만, 이런 기업들은 일본인들 사이에서도 취업 경쟁률이 높습니다. 일본 젊은이들도 좋은 기업에 입사하기 위해 20,30개 사에 원서를 넣습니다.
SBS 8시뉴스 (2017.6.3 방송화면)
이밖에 [생산공정직종], 즉 공장 근로자 일자리의 경우 1.76배입니다. 사무직에 이어 두 번째로 일자리가 많은 업종이죠. 금속제조, 과자, 도시락, 수산물, 우유, 햄, 맥주, 술, 의류 등 다양한 제조공장에서 일하는 겁니다. 그런데, 또 자동차의 도요타, 반도체의 소니 등 일본 대기업 제조회사들은 [생산공정직] 아래 [기계조립직]에 해당됩니다. 기계조립직은 0.84배로 구인난이 아니라 구직난입니다.

4) 이밖에 눈에 띄는 업종

[생활위생서비스업] 4.39배, [접댁 급사 업] 4.15배,[운송 우편사무업종] 3.89배, [음식물조리업] 3.38배 등도 사람이 부족한 업종입니다.

접객 급사 업종은 식당 업계와 호텔 업계 등을 말합니다. 일본 정부는 2017년 말 현재 2800만 명인 외국인 관광객 수를 2020년 도쿄올림픽 때까지 4천만 명으로 늘릴 계획입니다. 일본 전국에서 호텔 건설이 한창입니다. 그런데, 외국인 관광객의 20~25%가 한국인입니다. 지난해 방일 한국인 관광객은 역대 최다인 700만 명(추정) 수준이었습니다. 외국인 관광객 4천만 명을 달성하려면 한국인도 최대 1천만 명까지 늘어나야 합니다. 그만큼 한국인 호텔리어들이 많이 필요합니다.

화물차 배달업 등 운송 업종도 운전자 부족으로 걱정이 많습니다. 일본 TV에 여러 차례 소개된 운송회사 '가에츠'는 직원들에게 스포츠카를 무료로 대여해주고 초호화 리조트까지 무료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일본 운송업체 가에츠, 직원에 스포츠카 무료 대여
가에츠가 내세우는 직원복지 특전
위 업종들에 취업하라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유효구인배율이 높은 업종은 1) 자격증이나 기술이 필요하거나 2) 저임금 등 3D업종이거나 3) 지방 근무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잘 판단해야 합니다.

일본 취업시장의 현실은 이렇습니다. 이 글은 일본 취업시장을 원거리에서 매크로(Macro)하게 바라본 겁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틈틈이 우수한 한국 젊은이들을 원하는 일자리들이 더 있을 겁니다. 다만, 막연한 생각으로 일본을 취업천국으로만 생각해선 안 된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내일(13일) 2편에서 일본 젊은이들의 실제 수입과 생활, 모레(14일) 3편은 일본 취업 비자 문제와 한국인들의 충고 등을 전해드립니다.     

▶ [월드리포트] 일본취업, 월급 얼마나 받아 어떻게 사나? ②
▶ [월드리포트] 일본 취업, 일본 직장에서 알아둘 것들 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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