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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안 나겠어요?"…화장실에서 휴지통을 없앤 날

화장실에서
휴지통을 없앤 날
“요 며칠 화장실이
계속 막히니까
화가 안 나겠어요?”

- 을지로 지하상가 가게 주인 이모 씨
세 칸짜리 작은 화장실에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립니다.
“변기가 막혀서
이 앞 우리 가게에 냄새가 들어오고
파리까지 꼬여서
골치 아파 죽겠어요.”

- 을지로 지하상가 가게 주인 이모 씨
정부가 ‘휴지통 없는 화장실’을
본격적으로 시행한
새해가 밝았습니다.

을지로, 종로의 공중 화장실을
찾아가 봤습니다.
문을 열었다가
불쾌한 상황에 맞닥뜨리기
일쑤였습니다.
종로 지하상가의 한 화장실은
변기 10개 중 2개가 막혀 있었습니다.
“막혀서 못 들어가고 있어요.”

- 20대 여성
휴지통이 있던 자리에는
온갖 쓰레기가
널브러져 있었습니다.
스타킹, 쇼핑백
생수통, 비닐봉지
대체 정부는
왜 화장실에서 휴지통을
없애라고 한 걸까?
담당 공무원이 밝힌 이유는
세 가지입니다.
① 더러운 휴지통을 보고 시민들이 불쾌해한다.
② 벌레가 생기는 등 위생상 좋지 않다.
③ 선진국 화장실엔 휴지통이 없다.
그런데,
변기가 막힐 일은 없을까요?
“화장지는 물에 다 녹습니다.
이물질을 넣지 않고 휴지만 넣으면
막히지 않아요.”

- 행정안전부 생활공간정책과 관계자
그런데 왜 이렇게 새해부터
공중화장실 변기가 막히고 있나요?
“휴지만 넣으면 괜찮은데
이물질을 넣기 때문입니다.

물티슈나 생리용품 등은
변기에 버리면 안 되죠.
그러면 배관이 막힙니다.”

- 이장훈 교수 / 광운대 환경공학과 수질환경연구실
3년 전 서울 지하철 5~8호선에선
휴지통 없는 화장실 정책을
전면 시행했습니다.
휴지통을 없앤 뒤 첫 2주간
변기 막힘 건수가
두 배로 뛰었습니다.
담당자들도 당황했습니다.
그 뒤 특단의 대책을 시행해야 했습니다.
대변기 수압도 높이고
배관을 정비하는 등

갖은 노력 끝에야
화장실을 정상화할 수 있었습니다.
휴지통 하나 없앤다는 건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화장실 담당 직원도, 시민들도
적잖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습니다.
새해부터
갑자기 더러워진 화장실.

온라인에선
시민의식의 부재에 대한 지적도 있었지만
섣부른 정책 시행에 대한
아쉬움도 터져 나왔습니다.
휴지통 없는 깨끗한 화장실,
누구나 바라는 모습입니다.

하지만 시민들은 묻습니다.

부작용을 최소화하도록
좀 더 세심하게 
정책을 추진할 수 있지 않았을까요?
18년 새해가 밝자 갑자기 공중화장실에 휴지통이 사라졌습니다. 정부의 '휴지통 없는 화장실' 정책이 일제히 시행되었기 때문입니다.

종로, 을지로 일대 공중화장실에 가봤더니 변기가 막히거나 쓰레기가 널브러져 있는 모습이 발견됐습니다.

휴지통이 없어지자 일부 시민이 물티슈, 신용카드 등 온갖 이물질을 변기에 넣었기 때문입니다.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지만 이런 상황에 대비한 공중화장실은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새해가 밝으면서 화장실이 더럽고 불편해졌다고 시민들은 하소연합니다. 보다 세심한 정책 시행이 아쉽기만 할 따름입니다.

기획 하대석, 권수연 / 그래픽 김민정
(SBS 스브스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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