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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닝 스브스] "봐주는 건 없다"…임신하자 회사가 내민 '야근 동의서'

최근 대구 가톨릭대병원에서 임신한 간호사를 대상으로 "봐주는 건 없다. 야근도 똑같이 해야 한다"라는 야근 동의서에 서명을 하게 했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그런데 몇 년 전에도 간호사 A 씨 역시 똑같은 일을 겪었다고 합니다.

A 씨는 몇 년 전 첫 아이를 임신했는데 자주 야근을 하다 결국 아이를 유산했습니다. 많은 병원들이 그렇듯 간호사의 근무환경은 아주 열악합니다.

한 명당 평균 15명 정도 환자를 간호해야 하는 탓에 너무 바쁜 날은 화장실도 가지 못해 방광염에 걸리는 동료가 적지 않습니다. 특히 가장 조심해야 할 임신 초기에 밤을 새며 일하는 것은 너무 힘든 일입니다.

그래서 간호사 A 씨는 임신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병원 측에 임신 사실을 알렸고, 이후 회사 관계자가 A 씨를 따로 불러서 종이 한 장을 내밀었는데 그건 임신한 직원에게 받는 야근 동의서였습니다.

누가 임신을 하거나 아파도 자신의 환자를 맡아줄 대체인력은 없다는 걸 간호사들은 모두 알고 있습니다. 때문에 A 씨는 동의서에 서명할 수밖에 없었고 밤 9시부터 아침 8시까지 한 달에 7~8번은 야근을 해야 했습니다.

버티기 힘들었던 그녀는 결국 아기를 유산했습니다. 너무 화가 났지만, 이미 야근동의서에 서명한 터라 병원 측에 따질 수도 없었습니다.

지난해 12월 누군가의 폭로로 이 야근 동의서는 세상에 알려졌고 그제서야 병원 측은 더 이상 임신한 간호사에게 야근을 시키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녀는 '간호사는 봉사하고 희생하는 존재'라고 병원 입사 때부터 지금까지 쭉 들어왔다는데요, 하지만 소중한 아이의 생명까지 잃어가며 일하는 게 과연 올바른 희생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의문입니다.

▶ "봉사·희생하는 존재"…임신하자 회사가 내민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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