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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임신 전후 고농도 미세먼지 노출, 선천성 기형아 출산 위험 높아진다

[취재파일] 임신 전후 고농도 미세먼지 노출, 선천성 기형아 출산 위험 높아진다
크리스마스를 앞둔 지난 23일, 한파가 물러가자 한동안 잠잠하던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했다. 서울의 하루 평균 미세먼지 농도는 연평균의 2배를 크게 넘어서는 111㎍/㎥까지 올라갔다. 초미세먼지 또한 급격하게 높아져 서울, 경기와 강원, 경북지역 곳곳에 초미세먼지 주의보까지 발령됐다.

1주일 정도 뒤인 지난 29일에도 추위가 물러가자 또다시 고농도 미세먼지가 나타났다. 하루 뒤인 30일에는 서울의 일평균 미세먼지 농도가 128㎍/㎥까지 올라갔다. 평상시보다 미세먼지가 3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서울, 경기와 인천 등 수도권에는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됐다. 제도가 도입된 이후 처음이다. 찬바람이 물러가고 공기가 정체하면서 미세먼지가 빨리빨리 빠져나가지 못한데다 고농도 중국발 미세먼지까지 더해져 세밑 하늘이 온통 뿌옇게 변한 것이다.

최근 세계적인 소아청소년과 학술지 ‘소아과학 저널(The Journal of Pediatrics)'에 미세먼지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논문이 발표됐다. 미국 오하이오주 신시내티대학교 연구팀의 연구 결과다(Ren et al., 2017).

연구팀은 2005년부터 2010까지 미국 환경청(EPA)이 관측한 신시내티 주 각 지역의 초미세먼지(PM2.5) 자료와 2006년부터 2010년까지 초미세먼지를 관측하는 각 지역에서 일정 거리 안에 있는 지역의 출생 기록을 분석했다. 연구팀은 월평균 초미세먼지 자료를 산출해 분석했는데 임신(수정) 전후 각각 2개월과 수정이 이뤄진 달 1개월 등 모두 5개월 동안 초미세먼지에 노출된 정도와 출산 후 아이의 선천성 기형과의 관계를 조사했다. 총 분석 대상 출생 건수는 54만 8천여 건으로 초미세먼지 관측소와의 거리가 10km 이내에서 태어난 경우는 약 29만 건, 7km 이내는 21만 건, 5km 이내는 14만 건이었다.
전국 곳곳 미세먼지 나쁨
분석기간 동안 관측소와의 거리가 10km 이내인 지역의 초미세먼지 평균 농도는 13.79㎍/㎥이었다. 2016년 서울의 연평균 초미세먼지 농도가 26㎍/㎥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절반 수준에 불과하지만 현재 미국 환경청(EPA) 권고 기준인 12㎍/㎥보다는 조금 높은 수준이다.

분석결과 임신(수정) 전후에 고농도 초미세먼지에 노출될 경우 선천적인 기형아 출산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천성 기형아 출산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정되는 다른 요소의 영향을 모두 제거하고 오로지 초미세먼지의 영향만 산출할 경우 초미세먼지가 선천성 기형아 출산에 미치는 영향은 ‘보통(modest)’ 정도인 것으로 분석됐다. 영향이 대단히 강력하고 모든 임신부가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영향이 아주 작지도 않은 수준이라는 뜻이다.

특히 임신 1개월 전 한 달과 임신 초기인 임신 1개월 후 한 달 동안에 노출되는 고농도 초미세먼지가 선천성 기형아 출산에 가장 큰 위험요소가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신 직전과 함께 태아의 장기가 활발하게 만들어지는 시기인 임신 초기에 초미세먼지가 기형아를 유발하는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선천성 복막기형과 요도기형 등은 임신 전후, 특히 임신 1개월 전에 노출되는 고농도 초미세먼지에 큰 영향을 받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이 강조하는 것은 초미세먼지가 선천성 기형아 출산에 미치는 영향이 아주 강력하지 않고 ‘보통’ 수준이라고 해도 결코 무시할 수 없다는 점이다. 전 세계에서 매년 수많은 사람이 임신을 하고 아기를 낳는데 초미세먼지의 영향이 강력하지 않고 ‘보통’ 수준이라고 하더라도 임신 전후에 고농도 초미세먼지에 그대로 노출되는 임신부가 수없이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초미세먼지로 인해 태어나는 기형아 또한 결코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2016년 인하대 임종한 교수팀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9~2010년 국내 7대 도시에서 태어난 선천성 기형아는 신생아 100명당 5.5명꼴이다. 1993~1994년에 태어난 선천성 기형아가 100명당 3.7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늘어난 것이다. 미국의 경우 선천적으로 기형을 갖고 태어나는 아기의 비율은 3% 정도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초미세먼지를 당장 모두 없앨 수는 없다. 적어도 임신 1~2개월 전부터 그리고 각종 장기가 활발하게 만들어지는 임신 초기에는 반드시 고농도 초미세먼지만큼은 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참고 문헌>

* Sheng Ren, Erin Haynes, Eric Hall, Monir Hossain, Aimin Chen, Louis Muglia, Long Lu, Emily DeFranco. Periconception Exposure to Air Pollution and Risk of Congenital Malformations. The Journal of Pediatrics, 2017; DOI: 10.1016/j.jpeds.2017.09.0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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