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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개미가 부풀린 '가상화폐 예치금' 2조 670억 원

[취재파일] 개미가 부풀린 '가상화폐 예치금' 2조 670억 원
가상화폐 투기 광풍을 잡겠다는 정부. 새해 시작과 동시에 신규 투자를 금지했다. 그런데도, 시세는 여전히 고공 행진. 비트코인 시세는 한 달 전과 비교하면, 여전히 2배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거래소들이 은행에 예치금을 크게 늘린 것도, 또 다른 부담거리가 될 전망이다. 2018년 가상화폐 '제로 그라운드' 한국은, 이런 뉴스로 한 해를 시작하고 있다.

1월 1일부로 정부는 가상화폐 거래에 쓰던 기존 은행 가상계좌 발급을 금지했다. 은행에서 실명 확인을 거친 성인만 거래할 수 있도록, 투자자 요건을 강화한 것이다. 길게는 한 달이 걸린다. 국내 시장에 새로 돈을 싸들고 진입하려는 신규 투자자들의 발길을 잠시 돌리고 있는 것이다. 돈줄은 어느 정도 조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가상화폐 투자 열기는 전혀 식을 기미가 없다. 오늘(2일) 오후 서울 중구 시청 부근 빗썸 광화문 고객센터. 투자자나 투자를 고려하는 사람 10여 명이 상담 대기 중이었다. 60대 은퇴자인 이 모 씨는 회원가입만이라도 미리 해두려고 고객센터를 찾았다고 말했다. 그는 "가상화폐는 거래 편의성이 매우 높다는 면에서, 장기적인 미래에 기존 화폐를 대체할 잠재성이 있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그의 옆에선 그의 손에 이끌려 함께 고객센터를 찾은 다른 은퇴 남성도 보였다.
[취재파일]개미가 부풀린 ‘가상화폐 예치금’ 2조 670억 원
[취재파일]개미가 부풀린 ‘가상화폐 예치금’ 2조 670억 원
[취재파일]개미가 부풀린 ‘가상화폐 예치금’ 2조 670억 원
지난해 12월 28일 고강도 투기 대책 발효 직후, 2천만 원 선이 무너진 비트코인 개당 가격도 1천8백만 원 후반에서 멈춰 있다. 기축 통화 격인 비트코인이 폭락장세로 추락하지 않으면서, 이더리움은 물론, '알트코인'으로 불리는 다른 가상화폐들 역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겉으론 확실히 평온을 찾은 모습이다. 일종의 관망세. 신규 유입은 없지만, 기존 투자자들이 투자한 돈을 빼지 않는 것이다. 한 30대 여성 투자자는 "중국도 거래소를 상당히 옥죄었지만, 시세가 폭락하지는 않았다."라고 말했다. 다른 투자자들의 동향을 그야말로 예의주시하며 매수 시점을 판단하겠다는 거였다.

개미 투자자들이 2017년 한해 투기 광풍을 이끌고 나서, 자신들이 쌓은 성을 지켜보는 형국이다. 해가 바뀌었지만, 여전히 그 성의 재질을 모를 뿐. 모래일 수도 벽돌일 수도 있다.

투자자 대부분이 처음 출근하는 1월 2일. 조간 경제신문엔 눈여겨 볼만한 통계가 처음 공개됐다.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들이 은행에 쌓아두는 상시 예치금만 2조 670억 원에 육박했다는 거다. 불과 1년 새 64배로 급증한 수치다. 금융감독원이 각 은행에서 취합한 걸, 국회 정무위원회 박용진 의원실에서 공개한 거였다.
[취재파일]개미가 부풀린 ‘가상화폐 예치금’ 2조 670억 원
거래소들은 투자자들의 매도와 매수 주문에 신속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 특히 단타로 비교적 소액의 시세 차익을 노리는 고객이 많으면 많을수록, 많은 돈이 필요하다. 항상 쌓아두고 즉시 인출 했다가 메우는 용도다. 거래소 입장에선 지난해 1년 동안, 이런 응대 수요가 60배 넘게 늘었다는 뜻이다. 결국, 단기 투자수익에 골몰한, 개미 투자자들의 업적이다.

현재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의 예금 액수는 1조 800억 원이다. 카카오뱅크는 4조 9천억 원인데, 지난해 9월만 해도 1조 8천억 원대였다. 가상화폐 거래소들이 은행에 케이뱅크 예금액의 2배 정도를 쌓아두고 있단 얘기다. 지난해 12월 12일 기준 통계니까, 지금은 더욱 늘었을 것이다.

2조 670억. 하지만, 아직은 유동성에 해 끼칠 수준은 아닌 걸로 보인다. 약 600조로 추정되는 유동자금 규모와 견주어 아직은 작다. 하지만, 걱정을 안 해도 되는 건 아니다. 홍익대 경영학과 홍기훈 교수는 이 자금을 둘러싼 '상황'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이 액수 가운데 투자자가 실제론 찾길 원하는 돈이 많을수록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비트코인 국내 거래과정에서는 실제 '지연 입금' 관행에 불만이 적지 않았다. 비트코인을 팔고 현금을 받고 싶을 때, 사흘에서 닷새까지 걸리기도 하는 것이다. 만약 시세 조정이나 폭락이 시작될 경우, 이런 상황은 곤란하다. 거래소 입장에선 며칠 새 10~20% 가치가 폭락한 가상화폐를 받고, 시세가 높을 때 값을 쳐줘야 할 수도 있다. 차익은 거래소 재정에 부담을 줄 것이다.

보안 문제도 걱정거리다. 새해가 됐다고 비약적으로 개선되지 않았다. 여전히 보안이 허술한 거래소들이 점차 많은 돈을 쌓아두는 상황에서, 이들 예치금 계좌 정보를 노린 해킹 범죄는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 거래소 내부 직원에게 피싱 문자메시지나 이메일을 보내, 이걸 열어본 직원의 컴퓨터를 열어본다. 거기에 예치금 계좌 정보가 있다면? 실제 벌어진 해킹 수법이다.

개미가 단타를 원했고, 단타가 시장을 키웠다. 덩달아 예치금도 커졌다. 60배가 넘을 정도다. 그러나 국내 거래소의 보안 수준과 거래 안정성은 6배도 나아지지 않았다. 개미가 남긴 업적은 새해 또 다른 뇌관일 수 있다. 2018년,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들은 작은 은행 예금액의 2배를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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