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취재파일] 시행 첫해 헌재 가는 종교인 과세, 쟁점은?

[취재파일] 시행 첫해 헌재 가는 종교인 과세, 쟁점은?
2018년이 열렸습니다. 역사적인 종교인 과세가 시작됐습니다. 건국 이래 이땅에서 처음으로 종교인도 세금을 낸다고 합니다. 의미있는 일입니다. 하지만 역사는, 올해를 종교인 과세 '특혜'의 원년으로도 기록할 것입니다. 세금 안 내는 특혜는 사라졌지만, 세금을 납세자인 종교인이 셀프로 조절할 수 있고, 세무조사도 사실상 안 받는 특혜가 생겼습니다. 

대한민국은 시민을 종교인과 비종교인 두 부류로 나눈 뒤, 둘을 차별하는 과세 체계를 갖게 됐습니다. 여러분과 '같은 소득'을 얻는 종교인은 여러분보다 세금을 덜 내고, 그 격차를 벌릴 수도 있고, 세무조사도 피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세무 전문가들과 여러 시민사회단체의 비판 목소리는 좀처럼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이번 정부의 '불통' 사례라 할 만합니다.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은 2017년 마지막 국무회의에서 통과됐습니다. 

● "SBS, 이제 그만 하실 거죠?"

종교인에게 특혜를 몰아준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 지난 11월 30일 입법예고 된 뒤에 한 달 넘게 SBS는 '조세 형평성'을 심각하게 무너트린다는 취지의 보도를 이어왔습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가 취재진에게 가장 많이 한 말은 뭐였을까요. 특혜가 아니라는 주장을 했을까요? 아닙니다. "이제 그만 하실 거죠?"라는 말입니다. 12월 26일 국무회의가 끝난 뒤에도 그랬습니다. SBS 보도 내용은 모두 맞다는 취지의 말도 했습니다. 그래서 저희도 '특혜 논란'이라 하지 않고, '특혜'라고 보도했습니다. 언론이 법안의 특혜를 지적하면서 '논란' 두 글자를 붙이지 않는 것은 이례적입니다. 그만큼 특혜는 또렷했습니다.

● "법으로 특혜 줬으니, 시행령도 특혜"

기획재정부를 지배한 논리는 이렇습니다. 종교인에 대한 특혜가 아니라고는 안 하고, 국회가 만든 법부터 잘못돼 있으니 종교인 특혜는 어쩔 수 없다는 식이었습니다. 종교인 과세는 2015년 국회가 '소득세법'을 개정하면서 확정된 것인데, 그 소득세법 자체가 종교인과 비종교인을 차별하고 있다는 취지입니다. 종교인은 근로소득과 기타소득을 스스로 선택해서 세금을 신고할 수 있는데, 일반 직장인은 그런 일이 있을 수 없죠. '기타소득'으로 신고하면 대개 세금을 덜 내니까요. 저희가 한국납세자연맹에 의뢰해서 계산해보니 연봉이 같을 경우 종교인이 직장인보다 57~72%의 세금을 내더군요. 

기재부는 그렇게 소득세법부터 특혜니까 소득세법의 하위 법령인 '시행령'에서도 종교인과 비종교인을 차별하는 것은 순리라는 논리를 갖고 있습니다. 법 체계의 일관성이라는 게 특혜를 주는데도 지켜져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비판의 화살을 자신들이 아니라 국회로 돌리고 싶었을 겁니다. 그래도 국회니까 그 정도의 혜택은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한 결과라고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기재부가 더 얹어준 특혜들은 과도합니다. 여론은 분명히 특혜를 더 얹어주지 말라는 쪽이었습니다. 민의를 역행했습니다. 

● '거수기' 회의 된 국무회의 

기획재정부의 논리는 결국 국무회의까지 지배했습니다. 여론의 따가운 시선을 의식해 '보완'을 지시했던 이낙연 국무총리도 12월 26일 국무회의에서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습니다. 김동연 부총리만, 일단 시행하는 것이 중요하고 보완은 나중에 하겠다는 취지로 발언했습니다. 나머지 국무위원들은 특혜를 아는지 모르는지, 찬성에 힘을 보탰습니다. 사실 국무회의가 정책을 세밀하게 논의하는 자리는 아닙니다. 그래서 김동연 부총리가 이번처럼 종교인 특혜안을 밀어주려고 작정하면 막을 수 없습니다. 

기획재정부가 가만히 살펴 보니 비판 여론이 따갑기는 하지만, 보수 개신교계의 압력보다는 약해 보였던 것이지요. 비판 여론은 살에 와닿지 않지만, 보수 개신교계의 압력은 대면 접촉을 통해 와닿았던 것이기도 합니다. 또 비판 여론은 모래처럼 흩어져 힘을 쓰지 못했지만, 보수 개신교계는 똘똘 뭉쳐 순교를 외치기도 했었습니다. 종교인 특혜를 막기 위해 촛불을 들어야 되느냐는 SNS 글도 있었지만, 그 촛불이 광화문광장을 뒤덮을 정도가 돼야 비로소 엄중하게 생각하는 것이 정부입니다. 정치적 좌우를 떠나 촛불 한두개로 정부가 움직이지는 않습니다. 

● 국회가 정부 견제는 안 하고…

기재부가 특혜를 밀어부치고, 그걸 관철할 수 있었던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국회 견제가 전혀 없었기 때문입니다. 국회는 견제는커녕 보수 개신교계를 대변하는데 앞장섰습니다. 민주당 김진표 의원이 대표적입니다. 종교인 과세를 또 2년 유예하자는 법안을 내는가 하면, 법이 안 되니 시행령으로 특혜를 만들어보려고 물밑에서 뛰기도 했습니다. 결국 '과세 유예에 버금가는' 성과를 거뒀습니다. 보수 개신교계는 자축했습니다.

보수 개신교계를 대변하는데는 여야 가릴 것 없습니다. 자유한국당 이현재 의원도 '2년 유예 법안'을 김진표 의원과 함께 발의했었죠. 두 사람 모두 교회를 다닙니다. 이현재 의원은 종교인 세무조사를 사실상 못하도록 시행령을 만드는데 큰 힘을 보탰습니다. 기재부가 시행령을 입법예고 하기 전 주요 내용을 보고하려고 국회에 들고간 적이 있는데, 그 자리에서 기재부를 압박해서 종교인 세무조사를 아주 어렵게 만들어 놓은 것이 이현재 의원입니다. 기재부가 이런 압박에는 바로 움직였습니다. 

이 의원은 취재진에게 자신이 교회를 다니는 것과는 무관한 일이다, 자신은 종교인 세무조사와 관련된 규정을 명확하게 해달라는 취지로 말했을 뿐이라고 해명을 했었습니다. 비공개 회의 속기록을 보면, 국회-기재부 회의 자리에 참석한 다른 의원들은 특혜를 특혜라고 말을 못합니다. 그냥 지켜만 봅니다. 종교인 특혜를 지적해봐야 득 볼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특히 올해는 지방선거도 있지요. 정치권에서 종교인 특혜를 공개적으로 비판한 것은 정의당이 유일합니다. 정의당을 제외한 정치권 전체가 침묵했고, 국회-정부의 합작으로 종교인 과세는 누더기가 됐습니다. 

● 헌법재판소 가는 종교인 과세, 쟁점은? 

종교인 과세는 이제 헌법재판소로 갑니다. 한국납세자연맹은 종교인 과세안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위헌 소송을 제기할 계획입니다. 세금을 얼마나 낼지 납세자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허점을 만든 것은 종교인과 비종교인을 차별하는 것이다, 또 종교인에 대한 세무조사를 사실상 못하도록 만든 것 역시 종교인과 비종교인을 차별하는 것이어서 위헌이라는 주장입니다.

납세자연맹 김선택 회장은 또 '법률'로 규정된 내용, 즉 종교인만 기타소득-근로소득 가운데 선택해서 신고할 수 있도록 한 조항, 또 종교단체는 빼고 종교인 소득만 세무조사 할 수 있도록 한 조항, 그리고 기타소득 신고자 가운데 종교인만 근로장려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한 조항도 이번 달(1월) 안에 위헌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설명했습니다. 모두 법률입니다. 종교인 과세가 제도 시행 첫해부터 위헌 논란에 휘말리게 된 것이죠. 

보수 개신교계는 국무회의 직전까지 순교를 각오한다, 거센 조세저항에 직면하게 될 거다, 이렇게 격한 대정부 성명서를 내고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기도를 했는데, 국무회의에서 최종 통과된 직후엔 아무런 움직임이 없습니다. 다시 조용해졌습니다. 기재부가 종교활동비라는 것을 세무서에 신고하도록 해서 반발을 한 건데, 사실 보수 개신교계의 특혜를 제한하거나 조세 형평성을 위한 조치는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청와대 앞 기도는 일종의 엄살, 헐리웃 액션이었던 셈입니다. 

● '특혜'와 함께 '탐욕'의 이미지를 얻다

보수 개신교계는 특혜를 쟁취해냈지만, 종교다운 이미지를 잃었습니다. 종교가 탐욕스럽다는 이미지를 얻게 됐습니다. '탐욕'은 개혁적인 개신교 단체에서 보수 개신교계를 비판하면서 나온 말입니다. 종교인 과세 기사에 달린 댓글을 보면 더 심한 표현도 수두룩합니다. '주식회사'라는 댓글이 그렇습니다.

수년 전부터 근로소득으로 납세를 실천해 온 천주교계, 정부 정책에 따라 착실히 납세를 준비해 온 불교계는 무척 존경할 만합니다. 이번 논의 과정에서 단 한 번도 반발하거나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정부를 압박한 적이 없습니다. 돈에 얽매여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소수의 개혁적 개신교계도 마찬가지입니다. 보수 개신교계가 지난해 청와대 앞에 이어, 올해는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도하는 풍경을 보게 될지 모른다는 것은, 씁쓸한 일입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