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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 설마∼" 대충 만들었는데 1등 한 이모티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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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가 묘하게 기분 나쁜 무표정.
어딘가 묘하게 기분 나쁜 단답형 멘트.
이걸 진짜 이모티콘으로 만든다고 했을 때 주변의 반응도 묘했습니다.
다들 그냥 친구니까 대충, 응원해줬습니다.
하긴 원작자인 저 또한 정~말 기대 안 했으니 할 말은 없습니다.
아시다시피, 좀 많이 성의 없어 보이긴 하잖아요.ㅋㅋ
(실제로도 처음에 쉽게 만듦)
안녕하세요, ‘대충하는 답장’을 만든 작가, 김규진입니다.
이모티콘이랑 저랑 닮았다는 사람들이 있는데…
맞습니다. 평소 제 표정을 보고 그렸으니까 닮을 수 밖에요.
아, 그리고 이모티콘 말투나 표정 때문에 다들 짐작을 못 하시던데
저 사실 사표낸 지 얼마 안 된 전직 ‘직딩’입니다.
제가 하던 일은 대학교 행정 업무였습니다.
경영학부를 졸업하고 난 뒤 막막하던 저에게 안전한 선택이었지만,
정말 원하고 갈망하던 일은 아니었습니다.
성적도 그럭저럭, 꿈도 그럭저럭.
사실 학창시절부터 저는 모든 게 ‘그럭저럭’인 아이였습니다.
그러다보니 직장인이 된 이후로 저의 생활도 딱 그 정도였죠.
회의감이 들었습니다. 그 때,
우연히 알게 된 게 이모티콘 공모였습니다.
평상시 친구들과 메신저로 대화할 때 미처 표현이 안 돼 아쉬웠던 얄미움을 담아보기로 했습니다.
어렸을 때 딱 한 번 다녀본 미술 학원의 기운을 끌어 모으고,
수업 시간에 교과서에 낙서하던 감각을 최대한 되살렸습니다.
마지막으로 평소 저의 진짜 표정 한 방울.
주변의 우려 섞인 반응, 그리고 제 예상과 달리 이모티콘은 심사위원을 통과했고
상품화 과정을 거쳐 당선된 지 한 달 반 만에 사람들 앞에 선보이게 되었습니다.
…심지어 출시되고 난 뒤에는 인기 순위에서 1위를 차지하기까지 했습니다.(;;;)
폭발적인 반응에 2탄도 만들게 되었습니다. 움직이는 버전, ‘정성스런 답장’.
아직도 얼떨떨합니다. 그림판으로 그린 것 같다는, 그런 이모티콘인데
이렇게 인기가 많을 줄 정말 몰랐어요.
근데요, 여러분. 저는 여러분이 이런 저를 보면서 뭐든지 작게라도 시도해봤으면 좋겠습니다.
고작 낙서 같은 그림이 이렇게 저를 이모티콘 작가로 만들어줄지 누가 알았겠어요.
전 여태껏 잘 하는 게 뭔지, 좋아하는 게 뭔지 고민한 적이 없었는데
요즘은 열심히 생각 중입니다.
만약 이 낙서가 혼자만의 끼적임으로 끝났다면 저는 여전히 직장인 A였겠죠?
사표 낸 지 벌써 몇 달 째인데 전 요즘 제일 행복합니다.
낙서인 듯 낙서 아닌 낙서 같은 이모티콘이 있습니다. 그림판으로 대충 그린 것 같은 퀄리티에 단답형의 얄미운 말투인데, 이모티콘 인기 순위에서 상위권을 떠나지 않습니다. '대충하는 답장'이라는 이름의 이 독특한 이모티콘을 만든 사람을 만나봤습니다.

기획 하대석, 김경희 / 그래픽 김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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