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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 의사라던 카톡 친구, 알고 보니 '로맨스 스캠' 사기

미국인 의사라던 카톡 친구, 알고 보니 '로맨스 스캠' 사기
수도권에 사는 50대 여성 A씨는 몇 년 전 남편과 헤어지고 혼자 돈을 벌면서 적적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런 A씨는 올해 9월쯤 백인 남성 B씨로부터 카카오톡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B씨는 자신이 미국인이며, 미국에 사는 정형외과 의사라고 소개했습니다.

그는 온라인 번역을 이용한 서툰 한국어로 "한국에 관심이 많아 한국인 친구를 사귀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A씨는 처음에는 경계심을 품었으나, B씨가 카카오스토리에 올리는 글·사진이나 A씨에게 보내는 사진들을 보면서 진짜 미국인 의사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더구나 매일같이 안부 문자와 사소한 일상이 담긴 사진을 보내는 B씨에게 A씨는 조금씩 마음을 열었습니다.

얼마 후 B씨가 "사실 나도 아내와 헤어져 혼자 지내고 있다"고 털어놓으면서, 두 사람은 동병상련을 발판 삼아 결혼 얘기까지 나누는 사이로 발전했습니다.

혼담이 오가자 B씨는 A씨에게 "의사 일을 하면서 말레이시아에 의료기기를 수출하는 사업도 하고 있는데, 세관 통과에 문제가 생겨 돈이 필요하다"면서 돈을 빌려달라고 하기 시작했습니다.

A씨는 9∼10월 일곱 차례에 걸쳐 미화 총 5만2천 달러(한화 약 5천700만 원)를 B씨에게 이체했습니다.

그런데도 B씨는 수만 달러를 더 요구했습니다.

A씨가 "계좌에 해외송금 한도 제한이 걸려 더 못 보낸다"고 말하자, B씨는 자신의 지인을 한국에 보낼 테니 직접 돈을 건네라고 요구했습니다.

A씨는 할 수 없이 11월 말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서 B씨가 보냈다는 C(34)씨를 만나 미화 1만5천 달러(한화 약 1천600만 원)를 건넸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결혼을 약속한 B씨가 다른 사람을 보내면서까지 거액을 요구하는 상황이 수상쩍었습니다.

A씨는 112에 신고했고, 서울 중부경찰서는 해당 호텔에 묵고 있던 C씨를 긴급체포한 뒤 이달 초 구속해 수사를 벌였습니다.

중부경찰서가 밝힌 수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인 백인 의사 B씨'는 C씨 일당이 만들어 낸 가상의 인물이었습니다.

C씨는 미국·라이베리아 이중국적자였으며, 해외에 거주하는 또 다른 총책의 지시를 받고 여러 국적 여성을 상대로 온라인 '로맨스 스캠(연애·혼인을 빙자한 신용 사기)'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경찰은 C씨가 체포돼 연락이 끊기자 총책이 A씨에게 돈을 받아오라며 추가로 한국에 보낸 D(36·미국)씨와 E(57·독일)씨도 추적한 끝에 최근 검거해 사기 혐의로 구속했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다른 한국인 피해는 없었고, 수집한 단서를 통해 총책을 쫓고 있다"면서 "직접 대면하지 않은 사람에게 돈을 빌려줬다가 사기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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