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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문제 틀렸는데 3등급…"수능 사탐 난이도 조절 실패"

<앵커>

수능을 치른 수험생들이 그제(12일) 성적표를 받아들었습니다. 그런데 채점 결과를 분석해봤더니 사회탐구 영역 때문에 골치 아픈 수험생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사탐 9과목 가운데 무려 6과목은 하나도 안 틀린 만점자만 1등급을 받았고 심지어 하나 틀렸는데 3등급으로 떨어지는 과목도 있습니다. 수능 사상 최악의 난이도 조절 실패라는 평가까지 나옵니다.

이병희 기자입니다.

<기자>

문과 수험생들은 통상 사회탐구 영역 9개 과목 가운데 2개 과목을 선택합니다.

수능 채점 결과 윤리와 사상, 동아시아사, 세계지리 등 6개 과목에서 만점자가 쏟아져 나왔습니다.

그래서 만점자만 1등급을 받을 수 있는데 만점자 비율이 응시자의 4.52에서 7.97% 특히, 경제 과목은 무려 11.75%가 만점입니다.

과학탐구 영역 8과목의 경우 만점자가 대부분 1% 안팎인 것에 비해 확연히 높은 수치입니다.

사회탐구 6개 과목의 만점자가 워낙 많다 보니 이 과목을 선택한 학생들은 한 문제만 틀려도 2등급, 경제 과목은 더욱 심각해 2등급 없이 곧바로 3등급으로 떨어지는 이른바 '등급 공백'이 생겼습니다.

[남효경/고3 학생 : 경제 같은 경우도 하나 틀리면 3등급인데… 미끄러진 것 때문에 등급이 확 낮아지고. 엄청 영향력이 크죠. (어느 정도 영향력이에요?) 대학이 많이 바뀌죠. 아무래도.]

등급 하락뿐 아니라 대학들이 주로 반영하는 표준점수와 백분위에서도 불리할 수밖에 없습니다.

[남윤곤/입시 전문가 : 하나를 틀려버리면, 두 개를 틀리면 재앙이 와요. 생윤(생활과 윤리)을 두 개 틀려버리면 백분위 (점수)가 77이에요. 그럼 저건 대학을 가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실제로 탐구 영향력이 너무 커진 거죠.]

수능 문제를 출제·검토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성적표 배포 하루 전 기자회견에서 '사회탐구 영역이 다소 쉬웠던 것 같다' 정도만 언급하며 그냥 넘어갔습니다.

[최 강/전 EBS 사회탐구영역 강사 : 사상 최악의 난이도 조절 실패라고 생각합니다. 무려 선택과목 전체에서 2/3가 되는 6과목에서 만점 받아야 1등급. 이런 일은 없었습니다. 난이도 평가의 노력, 이런 것이 현저히 부족했지 않나.]

교육과정평가원은 가장 논란이 되는 경제 과목에 대해 "최상위권 학생들이 응시하기 때문"이라는 납득하기 어려운 해명을 내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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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기획취재부 이병희 기자와 이 문제 좀 더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수험생들 혼란이 큰 것 같은데, 선택한 과목에 따른 유불리 어느 정도나 되는 거죠?

<기자>

예를 한번 들어보겠습니다. 난이도 조절에 실패해 만점자가 많은 경제와 세계지리 과목을 선택한 A학생, 문제가 없었던 사회문화와 세계사를 선택한 B학생을 백분위 점수로 비교해 보겠습니다.

두 학생 모두 만점을 맞았다고 가정하면 만점자가 많은 과목을 선택한 A학생이 9점 정도 손해를 보게 되고요, 중상위 학생들 같은 경우에는 틀린 문제가 많아질수록 격차는 더 벌어지게 됩니다.

<앵커>

주로 수능 성적으로 뽑는 정시뿐 아니라, 수시 전형에도 영향을 주게 되나요?

<기자>

수능 최저 등급을 요구하는 대학들이 있는데요, 응시를 위해 과목별로 몇 등급 이상은 돼야 한다는 겁니다. 난이도 조절에 실패한 과목을 선택한 학생들은 자신의 실력보다 등급이 낮아져서 아예 자격 미달이 될 수 있는 거죠.

<앵커>

교육과정평가원이 뭔가 입장을 내 놓아야 하는 것 아닌가요?

<기자>

상대평가로 치러지는 현 수능에서조차 이렇게 변별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교육부 방침대로 수능이 절대평가로 바뀔 경우 더 큰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큽니다.

대입 정책 개편 과정에서 전국 단위 입시인 수능의 출제와 검토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살펴봐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영상취재 : 조창현, 영상편집 : 황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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