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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 비하 표현…'벙어리장갑' 단어 쓰면 안 돼요!

넌 벙어리(?)니까
이 장갑 껴.
10살 무렵, 어느 겨울날
친구와 함께 벙어리장갑이
진열된 가게 앞을 지나갔어요.

그런데 갑자기 친구가
이상야릇한 표정을 지으면서
절 쳐다봤어요.
“너 벙어리잖아.
이거 끼면 너랑 잘 어울리겠다.
말 못 하는 거 표시하는 셈이니
다들 널 도와줄 거야.”
네, 저는 청각 장애인입니다.

30년 전 일이지만
아직도 생각이 나요.
그 이후 벙어리장갑을 끼고
웃으면서 손을 흔드는
비장애인 친구들의 모습을 보면
 
날 비웃는 건지,
아니면 그저 반갑다고 인사하는 건지
혼란스러웠어요.
사실 저와 같은 농인들이라면
겨울에 누구나 한 번쯤은 겪어봤을
흔한 일입니다.

‘벙어리’장갑이라서요.
왜 하필 장갑에 ‘벙어리’ 란 단어가 붙은 건지.. 

답답한 마음에 어원을 찾았지만
여러 가지 설만 있고 정확한 이유도 없었어요.
‘벙어리장갑’을 볼 때마다
상처는 더 깊어져만 갔어요.

“벙어리장갑이 장애인을
비하하는 용도로 쓰이진 않지만,
의도치 않게
장애인을 비하 및 차별할 수 있죠.”

- 김효민 팀장/사회복지법인 엔젤스헤이븐
언어가 의식을 규정하고
편견을 갖게 만든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2014년도부터
명칭을 바꾸자는 얘기가 나왔어요.

시민들의 뜻을 모아
‘손모아장갑’으로 결정됐죠.
하지만 아직
‘손모아장갑’이 ‘벙어리장갑’의
대체어가 되진 않았어요.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되려면
더 많은 사람의 단어 사용과
인식 확산이 필요하대요.
지금 당장 바꾸기는 어렵겠지만,
예전보다는 많은 사람이
알고 있어서 희망이 보이는 듯해요.
단 한 번이라도
단어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보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거잖아요?
사실 벙어리장갑 말고도
흔히 쓰는 말 중에
상처가 되는 표현들이 많거든요.
단어 하나가 바뀌는 것만으로도
저희의 마음이
조금 더 가벼워질 거예요.
더는 무심코 쓰는 말에
상처받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어요.
'벙어리장갑'은 가장 많이 사용되는 일상 속 장애인 비하 표현입니다. 구철영 씨를 포함한 농인들은 '벙어리장갑' 이란 단어에 또 한 번 상처를 받습니다. '손모아장갑'이란 대체어가 생겼지만 표준국어 사전에 등재되려면 많은 사람의 대중적 사용이 필요합니다. 우리가 무심코 쓰는 말, 누군가에겐 아픈 말이 될 수 있습니다.

기획 하현종, 권재경, 박채운 / 그래픽 김태화

(SBS 스브스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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