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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한 번 해볼까" '묻지마 투자'에 가상화폐 시장 '아수라장'

"나도 한 번 해볼까" '묻지마 투자'에 가상화폐 시장 '아수라장'
비트코인에 '묻지마 투자'가 이어지면서 가상화폐 시장이 사기와 환치기 등 각종 범죄의 온상이 되고 있습니다.

가상화폐 관련 인터넷 카페에는 하루에도 수백 건의 글이 올라오며 열풍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주변에서 비트코인 폭등으로 돈을 번 사람이 등장하자 주부부터 학생까지 앞다퉈 가상화폐에 투자하는 모습을 보이며, 이를 노린 범죄도 기승을 부립니다.

발행 기관의 통제 없이 P2P(개인 간 거래) 기술을 통해 이용자들 사이에서 익명으로 거래되는 가상화폐의 특징 탓에 범죄에 악용돼도 수사당국의 추적이 쉽지 않습니다.

일각에서는 투기 열풍과 범죄 관련 뉴스 탓에 가상화폐 시장이 멍드는 것을 우려하면서 정부가 적정한 규제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최근 비트코인 가격이 폭등하면서 학생부터 주부까지 너나없이 가상화폐 시장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직장인 A씨는 얼마 전 전업주부인 아내가 집에서 200만 원을 투자해 단 며칠 만에 100만 원 정도 수익을 냈다는 얘기에 황당했습니다.

A씨는 "아내가 뉴스를 보고 비트코인을 조금 사뒀는데 '하드포크'와 미국 선물거래소 상장 등의 호재와 겹치면서 갑자기 폭등했다"라며 "한달을 꼬박 일해 300만 원 남짓 벌고 있는데 아내가 앉은 자리에서 단 며칠 만에 100만 원을 벌었다고 하니 씁쓸하다"라고 말했습니다.

심지어는 중·고등학생도 투자에 나서고 있습니다.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학생 투자자들이 정보를 나누는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을 연다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게시자는 "나도 급식(학생)"이라며 "책 읽으면서 비트코인만 봐서 잘 알고 전망도 어느 정도 볼 줄 안다"고 밝혔습니다.

최근 비트코인 관련 카페에서 논란이 됐던 '비트코인 플래티넘' 사기 소동의 중심에도 고등학생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비트코인 플래티넘은 지난 9일 새로운 가상화폐가 분리돼 나오는 '하드포크' 작업을 연기한다고 돌연 공지했습니다.

뒤이어 비트코인 플래티넘 트위터 계정에 중·고등학생 말투로 투자자를 조롱하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누리꾼들은 비트코인 플래티넘 개발자를 추적해서 한 고등학생을 주동자로 지목했습니다.

자신이 해당 고등학생이라고 밝힌 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은 "제가 비트코인으로 번 돈은 300만 원 정도"라며 "비트코인 폭락이 제 탓만은 아니라고 생각하며 피해를 보신 분들이 욕하시는 것 보면 화풀이라는 생각(뿐)이 안 드네요"라고 글을 올렸습니다.

이와 관련 강남경찰서는 오늘(12일) 인터넷상에서 논란이 된 학생의 신변보호 요청을 받아들여 스마트워치를 지급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학생의 주거지와 학교에도 순찰 및 관리를 강화했습니다.

이외에도 가수 박정운(52)씨가 가상화폐 채굴기에 투자하면 수익금을 가상화폐로 돌려주겠다는 다단계 사기 사건에 연루되기도 했습니다.

또 비트코인을 매개로 한 환치기(불법 외환거래)도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 같은 소식에도 손쉽게 벌 수 있다는 기대 때문에 투기 열풍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세 살배기 딸을 둔 워킹맘 B씨는 "중장년층은 부동산으로 큰돈을 벌었지만, 우리 같은 삼십대 직장인은 자본금도 적고 부동산 규제가 많아 뛰어들기 쉽지 않다"며 "비트코인은 적은 돈으로 쉽게 돈을 불릴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크게 혹하는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가상화폐 시장에는 짧은 기간 매매를 반복해 수익을 내려는 '단타'족들이 있지만, 블록체인 기술의 발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가상화폐를 매입해 오랫동안 묻어두는 '장타'족들도 많습니다.

대부분은 가격변동에 '기쁨'과 '탄식'을 반복하는 단타족들의 글이지만, 일부는 국내에서 접하지 못하는 가상화폐 관련 알짜배기 해외 뉴스와 블록체인에 대한 수준 높은 분석들도 눈에 띕니다.

가격변동과 직결되는 소식들이 국내에선 잘 접할 수 없어서 원문으로 된 뉴스를 번역해서 공유하는 이용자들도 많습니다.

카페를 자주 이용하는 한 직장인은 "국내 뉴스로는 가상화폐와 관련된 소식을 잘 접할 수 없기 때문에 가상화폐 관련 카페를 통해 정보를 접한다"라며 "하루에도 수십 번씩 접속해 새 글을 읽고, 가격 추이도 체크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직장인 C씨는 수사기관에 종사하는 한 지인에게서 가상화폐 얘기를 처음 듣고 투자에 뛰어들었습니다.

지인은 가짜 가상화폐 투자사기 수사 중 블록체인의 실체를 알게 됐고, 수사 때문에 불가피하게 공부를 시작하면서 투자 가치가 있다고 판단해 대출까지 받아 5천만 원을 투자했다는 것입니다.

C씨는 "지인이 올해 초 이더리움에 5천만 원을 투자해 올해 6월 8억 원 정도로 불렸다는 말을 듣고 나도 투자에 뛰어들었다"라며 "7월과 9월 '대폭락' 사태를 묵묵히 버텼더니 연말인 현재 꽤 많은 이익을 냈다"라고 전했습니다.

그는 "최근 가상화폐 규제에 대한 뉴스가 많던데, 규제가 최선은 아니다"라며 "예컨대 유전을 보유한 중동의 국가처럼, 한국이 가상화폐를 많이 보유하면 미래자산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세계 각국은 올 한 해 가상화폐 시장이 과열되자 제각기 다른 해결책을 내놨습니다.

우선 중국은 지난 9월 신규화폐공개(ICO·Initial Coin Offering)를 불법으로 규정했습니다.

중국의 3대 가상화폐 거래소도 줄줄이 비트코인의 위안화 환전을 중단했으며 이 뒤에는 당국의 압박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인도네시아와 러시아도 가상화폐 거래를 전면금지해 둔 상태입니다.

반면에 미국과 일본은 가상화폐를 일부 인정하는 방식으로 규제에 나서고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4월 합법적인 결제수단으로 인정하는 법안이 통과됐고 미국은 재심의 끝에 미국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와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서의 비트코인 선물 거래를 허용했습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국 규제 당국이 가야 할 길을 놓고 의견이 분분한 상태입니다.

전문가들은 특정 통화당국에 묶여있지 않은 가상화폐의 특성상 단순히 거래를 전면금지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고 지적했습니다.

황수영 국제금융센터 부장은 "중국에서 가상화폐 거래를 규제하면서 중국 투자자들이 한국으로 많이 넘어왔다"며 "(가상화폐는) 한 국가가 거래를 금지한다고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일본이나 스위스 등 선진국의 규제 상황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며 국제 공조나 민간의 의견을 수용한 방안을 내놔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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