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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준의시사전망대] "의료계가 '문재인 케어'에 서운함을 갖는 이유는?"

인터뷰 자료의 저작권은 SBS 라디오에 있습니다. 전문 게재나 인터뷰 인용 보도 시, 아래와 같이 채널명과 정확한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 방송 : 김성준의 시사전망대 (FM 103.5 MHz 18:05 ~ 20:00)
■ 진행 : SBS 김성준 앵커
■ 방송일시 : 2017년 12월 11일 (월)
■ 대담 : 조동찬 SBS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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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강보험 비적용 3,800개 항목에 혜택 늘리자는 '문재인 케어'
- 의료계, 의사가 원칙대로 환자 보는 것 어려워질 거라 주장
- 보험 적용되는 진료는 밑진다는 것 정부와 모든 학자 인정
- '문재인 케어' 확대되면 의사가 환자 비필수 진료로 유도 우려
- 정부, 손해 보며 진료하던 필수 진료 원가 올려주겠다는 입장
- 한국, 다른 나라와 비교해 GDP 대비 건강보험료 높지 않아


▷ 김성준/진행자:

어제(10일) 서울 도심에서 1만 명 넘는 의사들이 모여서 대규모 궐기대회를 열었죠. 주최 측은 3만 명이라고 추산하고 경찰이 1만 명이라고 추산하는데. 이 집회를 한 이유가 이른바 ‘문재인 케어는 안 된다’. 이거였습니다. 의사 단체가 대규모 집회를 연 것은 2013년 영리병원 반대 집회 이후에 4년 만이라고 하네요. SBS 조동찬 의학전문기자와 함께 자세한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어서 오세요.

▶ SBS 조동찬 의학전문기자:

네. 안녕하십니까.

▷ 김성준/진행자:

우선 선거 때 많이 듣기는 했습니다만. 문재인 케어가 무엇인지 간략히 설명을 좀 해주시죠.

▶ SBS 조동찬 의학전문기자:

병원에 가서 병원비 영수증 보면 원래 가격은 100,000원인데 보험 적용이 돼서 개인 부담금 20,000원 내는 이런 항목이 있고요. 반면 환자가 100% 다 내야 하는 항목이 있죠. 고가의 MRI 검사, 로봇 암 수술비, 그 다음에 1인실, 2인실 병실료, 그 다음에 특진비. 이런 게 그렇습니다. 이렇게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던 3,800여개 항목에 대해 2022년까지 단계적으로 건강보험 혜택을 늘리겠다는 게 바로 문재인 케어입니다.

▷ 김성준/진행자:

이 3,800여 항목이라는 것은 적용이 안 되는 항목 중 전체입니까? 몇 퍼센트 정도입니까?

▶ SBS 조동찬 의학전문기자:

전체는 아니고요. 금액으로 따지는 것으로 봐서는 60% 정도로 따지는데. 현재 개인이 전액 부담하던 것 중에서 의학적으로 가치가 인정되는 것이라면 다 하겠다는 게 기본 방침입니다.

▷ 김성준/진행자:

그러니까 성형수술 이런 것 빼고는 웬만한 것은 다 해보겠다는 것 같은데. 그런데 의사들이 왜 반대하죠? 환자들은 좋을 것 같은데.

▶ SBS 조동찬 의학전문기자:

일단 건강보험 적용을 확대해서 국민의 병원비 부담을 줄이겠다는 것은 뜻은 좋지만 현실 가능하지 않다. 이건데요. 먼저 막대한 돈이 들어갈 테고. 그러려면 국민에게 돈을 더 걷어야 하는데 그런 얘기는 하지 않고 있다. 또 의사가 원칙대로 환자를 보는 게 어려워질 것이다. 즉 진료 환경의 악화가 예상된다는 게 의료계의 반대 이유입니다.

▷ 김성준/진행자:

이렇게 되면 환자가 더 많이 올 테니까. 많이 오면 환자 1인당 우리가 볼 수 있는 시간도 줄어들고. 그렇다는 얘기인가 보죠?

▶ SBS 조동찬 의학전문기자:

예. 일단 들으시는 분이 왜 의사가 정부의 예산을 걱정하느냐. 이런 질문이 드실 것 같은데. 정부의 계획은 지난 5년간 건강보험 흑자분 30조 원 중에서 20조를 가져오고요. 정부지원금과 보험료를 연평균 3% 이내로 올리면 10조 정도가 더 마련된다. 그러면 총 30조가 되겠죠. 이 30조 정도면 현재 건강보험 보장률이 63%인데. 이것을 70%까지 올릴 수 있다는 겁니다. 이에 대해 의료계는 병원비 부담이 덜해지면 더 많은 환자가 병원을 찾게 될 것이고. 또 게다가 우리나라 지금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지 않습니까. 그러면 앞으로 병원을 찾는 사람이 더 많이 늘 텐데. 지금 기준으로 단순히 계산하는 것은 턱없이 부족할 수 있다. 이게 반대 논리입니다.

▷ 김성준/진행자:

예산은 그렇고요. 문재인 케어가 의사의 소신 진료 방해한다. 이것도 자세히 설명 좀 해주시죠.

▶ SBS 조동찬 의학전문기자:

보험 적용이 되는 질병의 경우 진찰료, 입원비, 수술비 같은 것이 원가가 100원이라면요. 병원이 받는 돈은 환자가 일부 내는 돈과 보험공단에서 지급 받는 돈을 얘기하겠죠. 그게 75원 정도입니다. 그러니까 보험이 적용되는 것의 원가 보장률이 75%라서.

▷ 김성준/진행자:

그러면 병원은 25원 정도를 손해 보는 거네요.

▶ SBS 조동찬 의학전문기자:

그렇죠. 건물임대료, 장비설치비, 간호사, 그리고 의사 자신의 인건비 다 고려하면 밑진다는 겁니다. 물론 이게 학자마다 수치가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보험이 적용되는 진료에 대해서 밑진다는 것은 모든 학자들이 인정하고, 심지어는 정부도 인정합니다. 반면 보험 적용이 안 되는 MRI 같은 영상 검사는 환자로부터 원가가 100원이라면 122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검체검사는 원가의 159%를 받습니다. 이익률이 59%나 되는 거죠.

▷ 김성준/진행자:

이것만 계속 하면 돈 많이 벌겠네요.

▶ SBS 조동찬 의학전문기자:

그렇죠. 그러니까 현재 의사가 돈을 벌려면 보험 적용이 되는 필수 진료를 가급적 적게 하고, 그리고 환자에게 100% 다 돈을 받는 비필수 진료를 많이 해야 합니다. 현행 의료계 구조는 이렇게 왜곡돼 있는데. 그런데 문재인 케어로 보험 적용이 확대되면 필수 진료를 해서는 답이 안 나올 테고. 그래서 의사가 비필수 진료를 하는 쪽으로 유도되게 된다. 이런 겁니다.

▷ 김성준/진행자:

의사 입장에서 계속, 예를 들어서 내시경을 할 때 조금만 의심스러워도 검체검사 해보죠, 이러겠네요.

▶ SBS 조동찬 의학전문기자:

그런데 그게 보험 적용이 되면 의사 마음대로 안 될 수 있죠. 왜냐하면 보험을 받는데 특별한 기준 없이 의사가 마음대로 하면 정부에서 삭감을 하니까요.

▷ 김성준/진행자:

그러니까 의사들은 보험 적용이 안 되길 바랄 것 아닙니까.

▶ SBS 조동찬 의학전문기자:

그렇죠.

▷ 김성준/진행자:

정부는 뭐라고 합니까?

▶ SBS 조동찬 의학전문기자:

정부는 보험 적용이 안 되는 부분을 보험 적용하게 되면 지금의 가격만큼 다 인정해줄 수는 없다. 원가대로 좀 낮출 수밖에 없다. 대신에 지금 손해를 보면서 진료하던 필수 진료는 원가 이상으로 올려주겠다.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의학적 가치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비필수 진료의 가격은 낮추고, 그 다음에 의학적 가치가 높은 필수 진료는 높이니까 오히려 의사가 소신 진료를 할 수 있는 환경으로 만드는 게 문재인 케어라는 게 정부의 입장입니다.

▷ 김성준/진행자:

의학적 가치가 높은 필수 진료를 조금 쉽게 설명해 주시겠어요?

▶ SBS 조동찬 의학전문기자:

예를 들면 허리가 아플 때 당장 기본적으로 X-레이를 찍죠. X-레이는 보험 적용이 돼서 가격이 쌉니다. 그런데 X-레이를 찍고 별 이상이 없으면 우리가 약 먹고 혹은 물리치료를 받죠. 약과 물리치료는 다 필수 진료에 해당해서 보험 적용이 됩니다. 그런데 환자가 궁금해요. 내 허리 어떤지 궁금해서 MRI를 찍죠. 이것은 의학적으로 봤을 때 꼭 필요한 게 아니기 때문에. 이게 비필수 진료라고 할 수 있는 거죠.

▷ 김성준/진행자:

예를 들어서 허리가 아파서 정형외과 같은 곳에서 X-레이 찍고 진통제나 소염제를 준 다음 물리치료를 받으면 1만원, 2만원 내고 말 것을. 의사는 그렇게 되면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돈을 받는 것도 얼마 안 되는데. 그것은 당연히 진료도 하고 치료도 해야 하는 것이니까 돈을 더 많이 주겠다.

▶ SBS 조동찬 의학전문기자:

그렇죠. 의사들 입장에는 내가 환자를 X-레이 찍고 약 처방하고 물리치료 하는 것만으로 충분히 보전해주면 왜 괜히 MRI 찍겠느냐. 그것으로 안 되니까 우리도 어쩔 수 없이 MRI 찍는 것 아니냐. 이런 것이고. 정부 입장은 OK, MRI 비용 좀 낮춰줄게. 대신 X-레이 값, 물리치료 값, 처치 값 이런 것은 올려주겠다. 이런 입장입니다.

▷ 김성준/진행자:

국민 입장에서는 어쨌든 국민 모두가 환자가 될 가능성이 있는 사람이니까. 저를 포함해서. 당연히 이런 보험 혜택을, 문재인 케어 혜택을 받는 것을 원할 것 같고. 그렇다면 의사들이 반발하는 것에 대해서 시선이 곱지 않을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쭉 조 기자가 설명한 것을 들어보면 의사 쪽 입장도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네요.

▶ SBS 조동찬 의학전문기자:

그렇습니다. 여기서 어제 의사들의 집회에 대해서 일반 시민들의 시선은 참 곱지 않은데요. 그런데 제가 이 문제를 얘기하기 전에 건강보험 흑자 30조원에 대해서 말씀드리고 싶어요. 건강보험료는 흑자를 내는 게 중요한 게 아니거든요. 적절히 걷고 그것을 다 소진하는 게 맞습니다. 만약 30조 흑자라는 것은 국민으로부터 보험료를 과도하게 걷었거나.

▷ 김성준/진행자:

아니면 병원에 돈을 덜 줬거나.

▶ SBS 조동찬 의학전문기자:

그렇죠. 과도하게 삭감했다는. 그 둘 중 하나인데. 여기에 대해서 보건당국이 먼저 반성해야겠죠. 일단 의료계는 과도하게 삭감했다. 삭감했기 때문에 남은 게 30조다. 이렇게 얘기하고 있으니까요.

▷ 김성준/진행자:

우리는 국민대로 보험료 너무 많이 받은 것 아니냐는 것이고.

▶ SBS 조동찬 의학전문기자:

그런데 다른 나라와 비교해서 우리나라 GDP 대비 내는 건강보험료는 높지 않은 것도 사실입니다. 제가 이번에 의사 기자로서 양측 취재하다보면. 이번 의사와 정부 갈등은 조금 특이한 점이 있습니다. 어제 의사협회 측은 뭐라고 얘기했느냐면, 정부의 일방적인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은 인정할 수 없다. 반대한 거죠. 그러면서도 의료계와 협의해서 의학적 가치가 높은 것부터 보장성을 강화하라. 이렇게 주장했어요.

그런데 말씀드렸겠지만 이게 문재인 케어의 취지와 정확하게 같거든요. 그러니까 커다란 목적에 대해서 같은 생각을 하면서 이렇게 대립하는 것은 의사와 정부 간의 신뢰 관계의 문제로 보입니다. 문재인 케어에 대해서 대통령이 직접 발표했을 때 미리 의료계와 상의가 없었던 것에 대해서 의료계는 상당히 서운해 했었거든요. 그래서 그런 부분을 보건당국이 신경 써야 할 것이고요.

그 다음에 또 하나 말씀드리면 지난 2000년도에 의약 분업이 됐을 때. 진료는 의사에게 조제는 약사에게. 이러면서 그 때 참여정부가 내건 당근이 보험수가를 올려주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2001년도에 2조 4천억원 정도의 건보가 적자가 납니다. 그래서 정부는 올려주겠다는 약속을 저버리고 3% 정도, 정확하게는 2.9%를 인하했습니다. 의사들로서는 지금 정부가 보험수가를 필수 진료에 대해서 올려주겠다는 것에 대해 이미 배신감이 16년 전에 있었던 거죠.

▷ 김성준/진행자:

속았다는 느낌이 드는 모양이군요.

▶ SBS 조동찬 의학전문기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전국민의 의료보장성을 강화하겠다는 문재인 케어의 기본 정신의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조금 어려운 문제일 것 같고요. 정부와 원만하게 타협해서 가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 김성준/진행자:

신뢰 관계를 좀 쌓아야 할 것 같습니다. 잘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조동찬 의학전문기자였습니다.

▶ SBS 조동찬 의학전문기자:

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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