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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단수' 화장실에서 물 떠오는 아파트…기막힌 사연

<앵커>

이렇게 날이 추운데 한 달 넘게 물이 나오지 않는 아파트가 있습니다. 주민들은 추위를 뚫고 근처 공원 화장실에서 물을 길어오는가 하면 난방도 되지 않는 냉골에서 떨며 지내고 있습니다.

서울 한복판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지 김관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87살 임 모 할머니는 매일 아침 공원 화장실에서 물을 길어 갑니다. 팔순 어르신에게 3리터짜리 물통은 버겁기만 합니다. 몇 걸음 떼지도 못하고 다리 힘이 풀립니다.

이렇게 가다 쉬기를 반복하며 1시간 걸려 물을 길어 온 지 한 달이 넘었습니다.

[임 모 할머니/아파트 주민 : 저기 가서 물 떠갖고 여기 내리막길 오잖아요. 그렇게 오면 다리가 벌벌 떨려. 너무너무 지금 고통을 받는다고.]

수도가 끊긴 탓에 보일러를 돌리지 못해 꽁꽁 언 집에선 전기장판에 의지해 지냅니다.

아파트의 급수 펌프가 고장 나 생긴 일입니다.

문제는 수리 책임을 주민과 아파트 건설업체가 서로 떠넘기면서 이 지경까지 온 겁니다.

[윤 모 씨/아파트 주민 : 우리가 (펌프를) 고쳐서 썼어요. 그런데 모터실을 저렇게 잠가놔서 우리가 못 고치고.]

[아파트 건설업체 관계자 : 모터를 우리가 한두 번 바꾼 게 아니에요. (주민들이) 한 번도 요금 낸 적 없어요. 한번 물어 보세요.]

2004년부터 주민과 건설업체 사이에 소유권 다툼이 이어지면서 이 아파트는 여태껏 준공승인도 받지 못했습니다.

주민들의 어려움이 계속되지만 관할 구청은 이 아파트가 아직은 불법 건축물에 해당해 중재에 나설 수 없다며 나 몰라라 하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서진호·주용진, 영상편집 : 김형석, VJ : 노재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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