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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록히드 마틴 'T-X 개발비 전가 시도'의 전말

[취재파일] 록히드 마틴 'T-X 개발비 전가 시도'의 전말
어제(10일) SBS 8뉴스에서 < ▶ 록히드 마틴, 전투기 개발비 한국에 떠넘기려 '꼼수'
>라는 제목으로  “록히드 마틴이 미 공군 훈련기(T-X 또는 APT) 사업의 개발비를 우리 정부에 떠넘기려고 한다”는 기사를 내보냈습니다. APT 사업은 17조 원을 들여 미 공군 훈련기 350대를 교체하는 일입니다. 록히드 마틴과 한국항공우주산업 KAI의 컨소시엄, 보잉과 사브 컨소시엄의 2파전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내년 3월쯤 우선협상대상업체가 선정됩니다. SBS 8뉴스는 록히드 마틴이 APT 기종의 항전(항공전자)장비 개발비 2,240억원을 한국 정부에 전가하려고 시도하고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기사가 나간 뒤 몇몇 질의가 기자에게 전달됐습니다. “17조 원 사업 따낼 수 있다면 2,240억 원은 푼돈이다”, “2,240억 원 내고 항전장비 기술이전 받으면 되지 않느냐”가 주종이었습니다.

그렇게만 되면 오죽 좋겠습니까. 정부가 항전장비 개발비를 대고 입찰가격을 낮춰 록히드 마틴-KAI가 APT 사업을 따내면 정부 보조금 지급 금지 조항에 걸리기 십상입니다. 고등훈련기 항전장비 기술은 KAI도 이미 확보하고 있는 기술입니다. 정부가 2,240억 원을 투자할 실익이 조금도 없습니다.

● 록히드 마틴의 음흉한 속셈

록히드 마틴-KAI가 APT 사업에서 미는 기종은 T-50A입니다. KAI가 록히드 마틴으로부터 기술을 받아 개발한 국산 고등훈련기 T-50을 새롭게 손 봐서 내놓았습니다. T-50A 시제기에는 이미 항전장비가 갖춰져 있습니다. 그런데 미 공군 측의 제안요청서(RFP)와 다른 점이 좀 있어서 새롭게 항전을 비롯한 핵심 장비의 개발이 필요해졌습니다.
T-50A
록히드 마틴-KAI가 개발해서 T-50A를 업그레이드하면 될 일입니다. 하지만 록히드 마틴은 꼼수를 생각해냈습니다. 한국 공군의 훈련기인 TA-50 2차 사업과 RFP에 따른 T-50A 업그레이드를 통합하자는 것입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한국 정부가 돈을 대서 TA-50과 T-50A에 공동 사용할 수 있는 항전장비를 개발하라는 뜻입니다. 록히드 마틴-KAI는 십원 한장 안들이고 T-50A의 항전장비를 얻게 되는, 록히드 마틴-KAI에게는 기가 막히는 셈법입니다.  

여기에 문제는 또 있습니다. 한국 공군의 TA-50 2차 사업은 개발이 아니라 구매 사업입니다. TA-50은 이미 완성된 전투기입니다. 새로 개발할 장비가 없습니다. 2012년 전력화돼서 잘 날고 있는 항공기이고 KAI가 현재의 설계대로 그냥 만들어서 공군에 납품하면 그만입니다. 록히드 마틴의 주장은 멀쩡하게 날고 있는 TA-50을 새롭게 개발하자는 것입니다.

TA-50에 높은 사양의 장비를 새로 개발해 장착할 소요가 있다면 록히드 마틴의 주장을 아주 조금은 고려해 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소요도 없고, 소요가 있다고 해도 KAI가 혼자 힘으로 스스로 개발할 수 있는 분야입니다. 무엇보다 정부 예산 2,240억원이 투입되는 순간 록히드 마틴-KAI의 APT 입찰금액에는 정부 보조금이 녹아들게 됩니다. 사업을 따내도 박탈될 수 있는 부정입니다.

● 수상한 논의 과정

록히드 마틴 측은 지난 10월 열린 세계 국제 항공우주 전시회(ADEX) 때 국방부, 공군, 방사청, KAI 쪽에 항전장비 공동 개발 방안을 구두로 제안했다고 군 관계자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국방부 전력 정책과는 지난 달 24일 방사청, 공군, KAI의 실무자들을 국방부로 불러 록히드 마틴의 제안을 검토했다고 합니다.

록히드 마틴 측 인사의 구두 제안을 검토하기 위해 국방부, 방사청, 공군, KAI가 모두 실무자를 보내 협의를 했다는 뜻입니다. 군의 설명을 액면 그대로 따르면 문서 한 장 오가지 않은 상태에서 미국 방산업체 관계자의 말 한마디에 정부가 움직인 것입니다. 굴욕적인 업무 프로세스입니다.

이를 두고 군과 항공업계에서 이런 저런 말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항공업계의 한 관계자는 “KAI 신임 사장이 정권 실세”라며 “APT 사업은 KAI의 사업이기도 하니 군이 알아서 뛰어다니는 것 아니겠냐”라고 말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속사정을 샅샅이 알고 있는 KAI가 먼저 록히드 마틴을 이해시키고 물러서게 하면 될 일을 거창하게 국방부로 끌고 왔습니다. KAI 김조원 대표는 노무현 정부 시절 대통령 공직기강비서관과 감사원 사무총장을 지냈고 문재인 캠프 출신입니다. 

록히드 마틴의 의도를 두고는 가격 경쟁력 강화라는 데 의견이 모이고 있습니다. KAI 관계자는 “보잉 컨소시엄과 박빙의 승부가 펼쳐질 것”이라며 “당락의 관건은 가격”이라고 말했습니다. 입찰가격을 낮추려면 록히드 마틴과 KAI가 조금씩 덜 가져가면 됩니다. 록히드 마틴은 항전장비만이 아니라 RFP에 따른 다른 장비의 개발도 한국 정부에 떠넘기려는 생각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 정부는 봉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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