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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보일 때 치워라? 미화원 안전 위협하는 밤샘 작업

<앵커>

쓰레기를 수거하는 환경미화원들은 주로 심야나 새벽 시간대에 일을 합니다. 주민들의 민원과 작업 편의 때문이라는데, 문제는 야간작업을 할 때 사고가 더 많이 난다는 겁니다. 꼭 밤샘 작업을 해야 하는 걸까요?

강청완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서울시 환경미화원들의 일과는 밤 10시부터 시작됩니다.

짙은 어둠에 시야 폭이 줄고 백미러에 의존하다 보니 뒷바퀴에 주차표지판이 걸리거나 환경미화원들 앞에서 아슬아슬하게 멈춰 서기도 합니다.

[환경미화원 : 수신호나 주로 소리로 알아듣게 되죠. 아무래도 밤에, 야간에 하다 보니까….]

발판에 매달려 이동하는 미화원들에게는 야간에 질주하는 차량도 큰 위협입니다.

[이렇게 큰 대로에서는 차 속도가 굉장히 빠릅니다. 새벽에 술 드시고 운전하시는 분들 있잖아요. 음주 운전하다가 사고 날 수도 있으니까요.]

실제로 지난 5월 대전에서는 작업하던 쓰레기 수거 차량을 음주 차량이 들이받아 환경미화원 한 명이 숨졌습니다.

이렇게 위험한데도 굳이 밤에 작업하는 이유는 뭘까?

하룻밤 동안 골목을 돌며 쓰레기를 거둬 매립장까지 왕복하기를 네 차례. 정해진 작업량을 끝내려면 차가 안 막히는 밤에 할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낮에는 교통 체증도 있고 해서 야간에 해요, 야간.]

밤에 다 치우지 않으면 주민 민원이 쏟아진다는 게 또 다른 이유입니다.

[구청 청소위생과 공무원 : 주민들이 지저분한 것을 보기 싫어하니까 야간에 근무한 거예요. 그럼 날 밝으면 깨끗하잖아요.]

과연 그럴까? 경기도 의왕시는 2011년 야간작업을 없애고 주간에만 작업하도록 감독하고 있습니다.

그 이후 야간보다는 차량 정체 때문에 작업 속도가 다소 느려졌지만 안전사고는 크게 줄면서 지난 2년간 단 한 건도 없었습니다.

[이인연/의왕시 환경미화원 : 해 있을 때가 더 낫죠. 더 안전하고 보이는 시야도 훨씬 더 좋습니다.]

주민에게도 주간작업의 이점을 적극적으로 이해시켜 지금은 민원이 1년에 2~3건에 불과합니다.

[김광수 주무관/경기 의왕시 청소위생과 : 종사원들의 안전사고와 생활 소음으로 인한 시민들의 수면방해 이런 것들도 꽤 된다 이렇게 말씀드리고….]

효율과 민원을 핑계로 야간작업을 강요하는 것은 미화원들의 안전은 뒷전에 둔 전형적인 행정편의주의가 아닐 수 없습니다.

(영상취재 : 최준식·최대웅·이찬수, 영상편집 : 윤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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