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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에 많이 취해"…나를 만진 그 남자가 보낸 손편지

나를 만진 그 남자가 보낸 손편지
한 남자로부터 받은 손편지입니다.

 축구를 좋아하는 외고 출신에,
도전해 보고 싶은 게 많다며 사진을 소개한 이 남자.
편지 곳곳에는 기억나지 않는다는 말 뿐입니다.
 저는 사실 이 남자로부터
성추행을 당했습니다.

 지난해 8월, 저는 한 술집에서
그 남자는 옆 테이블에 앉아있었습니다.
 
 
제가 테이블에서 일어나 지나가는데
그 남자가 난데없이 손을 뻗어
제 몸을 만졌습니다.

술 냄새가 진동했습니다.
"

 주변에 목격자가 많아
남자는 발뺌할 수 없었습니다.

바로 경찰서로 연행됐습니다.


남자는 자기가 무슨 짓을 했는지는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 성추행범을
경찰은 측은한 듯이 바라보는 것 같았습니다.

 "스펙이 엄청 좋다." 
 "사회 나가서도 지도자가 될 사람이다"
 "성추행 피해인데, 법정에서 증언 할 수 있겠나?"

 경찰은 저에게 합의하라고 설득했습니다.

 "제발 엄벌에 처해주세요"

 저는 합의하지 않았습니다.
 
 재판으로 넘어갔습니다.

나는 너무 창피하고 무서웠지만
모두들 대수롭지 않은 일처럼 생각하는 듯했습니다.

     "벌금 300만원에 처한다"

선고 날, 예상보다 처벌이 가벼웠습니다.

판사는 3가지 이유가 있다고 했습니다.
첫째 반성한 점

하지만 판사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만 하는 이 남자가
대체 어떻게 반성했다는 건가요?
둘째 대학생활을 성실히 한 점

대학생활을 성실히 한 것과
처벌 수위가 대체 무슨 상관인가요?
셋째 위로금을 전달한다고 한 점

법정에서 위로금을 
주겠다고 약속했지만
실제로 남자는 이를 지키지 않았습니다.
 
 "위로금 받으려면 소송하세요"

 가해자측 변호사 

이미 지칠대로 지쳐
그 위로금 받으려고
또 소송할 자신이 없었습니다.

 그렇게 참 길고 긴 1년이 지났습니다.

저는 그냥 성추행 한번 당한 여자였습니다.

피해를 구제받으려고 법적 절차를 밟았는데
왜 나만 상처 받고 힘든 건지 모르겠습니다.

성추행을 당한 피해여성이 가해 남성으로부터 손편지를 받았습니다. 이후 지난 1년 동안 수사부터 재판까지 녹록지 않은 시간을 보내야했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기획 채희선 / 그래픽 김민정

(SBS 스브스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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