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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미화원 덮친 덮개…아빠는 이 차가 무섭대요

아빠는 이 차가
무섭대요
주황색 모자를 쓴 환경미화원이
덮개 사이의 틈에 남은
쓰레기를 제거하고 있습니다.
점점 내려오는 덮개.
바쁘게 움직이던
환경미화원은
틈 사이로 몸을 쑥 밀어 넣습니다.

그 때 순식간에
덮개가 닫힙니다.
안간힘을 쓰다 겨우 빠져나왔지만
그는 힘없이 쓰러졌고
심폐소생술을 시도했지만
다시는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이 뉴스를 보고
가슴이 철렁했습니다.
제 아버지가
위탁업체 소속의
22년차 환경미화원이시거든요.
사고가 난 쓰레기 수거 차량과
늘 함께 일하는 제 아버지.
안전 장비라곤
형광색 작업복과 안전모가 전부라

더 걱정되던데…
이 뉴스를 본 아버지는
너무 덤덤하시더라고요.
그런 사고 소식이
익숙하셨던 거죠.

하긴, 그도 그럴 것이…
일을 하다
다치시는 일이 많아서

아무렇지 않게
응급실을 찾으시거든요.
빙판 위에서 일하다
넘어지셔서

이마가 찢어지고,
사람들이 버린 유리 조각에
무릎이나 손바닥이
베인 적도 있습니다.
아버지 주변 동료 중엔
차 뒤에 매달려 가다가 떨어져 
크게 다치는 사람이 많다고
하시더군요.
최소한의 안전조차
보장받을 수 없는 아버지의 상황을
널리 알리고 싶어

SNS에 글을 하나 올렸습니다.
놀랍게도 제 글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지지해 주더군요.
감사했습니다.
확실히 예전보다
환경미화원의 현실에 대해
관심이 높아졌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실제로 환경미화원의
노동 환경을 개선해달라는
청원도 많이 보이더라고요.
하지만 높아진 관심에 비해
실제로 바뀐 건
별로 없어 보였어요.
자잘한 부상을 입는 일부터
안타까운 사망 사고까지

일어나선 안 되는 일이
자꾸 반복 되잖아요?
오늘도 제 아버지는 
평소처럼 출근하셨습니다.

그리고 아버지의 일터는 오늘도 
여전히 위험합니다.
지난달 29일, 광주에서 환경미화원이 수거차 덮개에 끼어 숨지는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지난 2년 간 근무 중 사망한 환경미화원은 20여 명, 부상을 당한 사람도 700명이 넘습니다. 환경미화원의 열악한 근무 환경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은 높아졌지만 대책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기획 하현종, 권재경, 김경희 / 그래픽 김민정

(SBS 스브스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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