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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pick] "제 아들 장기 받은 분, 잘 지내고 있나요"…유가족들이 호소하는 까닭

[뉴스pick] "제 아들 장기 받은 분, 잘 지내고 있나요"…유가족들이 호소하는 까닭
뇌사 장기기증인의 유가족들이 이식받은 사람들과 최소한의 교류라도 허가되길 바란다고 호소했습니다.

사랑의 장기기증운동본부는 오늘(8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뇌사 장기기증인 유가족과 장기이식인 사이의 서신 교류 허용을 촉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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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현재 국내에서는 법적으로 장기기증인과 이식인과의 정보 공개가 일체 허용되지 않고 있다"며 "가족의 죽음 앞에 용기를 내 생명을 살린 기증인 유가족들에게 자긍심과 위로를 전하기 위해 최소한의 서신 교류라도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2011년 장기를 기증하고 숨을 거둔 이종훈 씨의 어머니 장부순 씨는 "종훈이가 장기 4개를 기증해 많은 생명을 살렸지만, 장례 후 지인들로부터 '엄마도 아니다'라는 등 모진 말을 들었다"면서 "그때 가장 간절했던 건 '잘했다'는 한 마디였다"고 말했습니다.

장 씨는 "외국에서는 장기기증인 유가족과 장기이식인이 서신을 통해 교류하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만날 수도 있다고 한다"면서 "우리나라는 이식인이 건강히 잘 사는지조차 알 수 없어 기증자 유가족으로서 답답한 심정"이라고 호소했습니다.

현재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장기이식법)은 장기이식관리기관·의료기관이 장기기증인과 장기이식인 측에게 서로 개인정보를 일절 제공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만에 하나 불상사를 방지하기 위해 수사·재판·장기기증 홍보 등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정보 공개를 금지하고 있는 겁니다.

하지만 대다수 유가족은 '잘살고 있다는 안부 정도라도 주고받도록 해달라'고 요구하는 상황입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미국에서 직접 장기기증인 유가족을 위한 예우 제도를 경험한 사람들도 참석해 힘을 보탰습니다.

작년에 미국 애리조나에서 교통사고로 뇌사 상태에 빠진 딸의 장기를 기증해 7명의 생명을 살린 고(故) 김유나 씨의 어머니 이선경 씨는 "제 딸을 통해 새 생명을 얻게 됐다는 이식인들의 편지를 받고 무척 고마웠다"며 "국내에서도 이런 교류를 한다면 큰 위로를 얻고 살아가게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국내에서 2000년 2월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이 시행된 이후 작년 말까지 뇌사 장기기증인은 4,172명입니다.

하지만 현재 국가가 주도하는 유가족 예우 사업은 전무한 상태입니다.

장기기증운동본부 김동엽 사무처장은 "장기기증인·장기이식인 정보를 공개하자는 게 아니라, 희망자에 한해 기관을 통해 간접적인 서신 교류라도 할 수 있도록 허용해달라는 의미"라고 설명했습니다.

본부는 기자회견을 마친 후 기증인 유가족들과 함께 서울시청 인근에서 서신 교류 허용 촉구를 호소하는 거리 캠페인을 진행했습니다.

본부는 앞으로 장기이식법 개정 및 정부 시행령을 요구할 방침입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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