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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1.5寒 2溫 변덕 날씨, 미세먼지 몰아냈다…녹아내린 북극 해빙과 라니냐도 한 몫

[취재파일] 1.5寒 2溫 변덕 날씨, 미세먼지 몰아냈다…녹아내린 북극 해빙과 라니냐도 한 몫
변덕이 죽 끓듯 하다. 요즘 날씨가 딱 그렇다. 3寒 4溫이 아니라 1.5寒 2溫으로 줄어든 느낌이다. 지난밤부터 서울, 경기를 비롯한 중부지방에 또 한 차례 눈과 비가 지나갔다. 서울에는 비와 진눈깨비가 내렸지만 충청과 경북 일부에는 또다시 최고 5cm 안팎의 눈이 내렸다.

이달 들어 서울에 빗방울이 떨어지거나 눈발이 날린 날은 오늘(7일)까지 5일이나 된다. 지난 토요일(2일)과 오늘을 빼고 빗방울이 떨어지거나 눈발이 날렸다. 11월 하순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달 20일부터 30일까지 11일 동안에는 7일이나 빗방울이 떨어지거나 눈발이 날렸다. 모두가 찔끔찔끔 빗방울이 떨어지거나 눈발이 날렸다.

빗방울이 떨어지고 눈발이 날렸다는 것은 많은 경우가 빗방울이 떨어지거나 눈발이 날리기 전후의 공기 성질이 서로 다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서로 다른 공기가 충돌하고 밀어내는 과정에서 빗방울이 떨어지고 눈발이 날린 것이다. 그만큼 기온은 하루 이틀이 멀다 하고 오르락내리락하고 있다. 추위가 와도 하루 이틀을 버티지 못했고 날이 풀리는 듯하다가도 곧바로 기온이 다시 떨어지고 있다.

빗방울이 떨어지거나 눈발이 날린 뒤에는 일시적이지만 중국발 미세먼지도 지나갔다. 날씨가 변덕을 부리는 중간 중간에 중국발 미세먼지가 한반도로 들어오는 것이다. 하지만 미세먼지가 한반도에 오래 머물지는 않았다. 미세먼지 농도가 평상시의 2~3배 정도인‘나쁨(81~150㎍/㎥)’ 수준까지 올라갔다가도 3~4시간 뒤에는 다시 보통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렇다 보니 일평균 기준으로 지난 11월 1일부터 12월 5일까지 서울에서 미세먼지 농도 ‘나쁨’은 단 하루도 나타나지 않았다.(그림1 참조) 물론 초미세먼지 농도도 ‘나쁨’이 나타나지 않았다. 미세먼지 농도 ‘나쁨’이 기록된 경우는 경기도가 이틀, 광주와 대구, 충북이 하루 정도에 불과하다.
[취재파일] 1.5寒 2溫 변덕 날씨, 미세먼지 몰아냈다
지난해(2016) 경우는 11월 1일부터 12월 5일까지 서울에 미세먼지 ‘나쁨’이 나타난 날은 모두 4차례나 된다. 지난해 11월 1일부터 12월 5일까지 서울지역 미세먼지 평균 농도는 54㎍/㎥를 기록했다. 2016년 연평균 미세먼지 농도가 48㎍/㎥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지난해는 늦가을과 겨울철에 미세먼지가 심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반면에 올해 같은 기간 미세먼지 평균 농도는 41㎍/㎥에 불과하다. 지난해 평균 농도 54㎍/㎥보다 13㎍/㎥나 낮고 비율로는 미세먼지가 24%나 줄어든 것이다.(그림2 참조)
서울 미세먼지 평균 농도(자료: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
배출량을 아무리 줄여도 미세먼지 농도를 1년에 1㎍/㎥ 줄이기 힘든 상황인데 어떻게 미세먼지 농도가 갑자기 뚝 떨어진 것일까? 미세먼지 배출량이 지난해와 차이가 없다고 가정할 경우 미세먼지 농도가 뚝 떨어진 것은 변덕 날씨가 원인일 가능성이 크다. 다른 조건이 같다면 중국발 미세먼지가 한반도로 들어왔지만 지난해와 달리 한반도에 오래 머물지 않고 빨리 빠져나간 것이다. 또 양은 적었지만 비가 자주 내리면서 공기 중의 먼지를 씻어 내린 것도 한 몫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틀이 멀다 하고 불어온 찬 공기가 환기를 잘 시켰고 눈과 비가 깨끗하게 씻어주기까지 한 것이다.

올해 변덕 날씨와 함께 한반도 주변 공기의 환기가 잘 되는 것은 무엇보다도 한반도 북쪽 상공에 예년과 달리 오랫동안 머물고 있는 찬 공기 때문이다. 한반도 북쪽 상공에 찬 공기가 머물면서 지상에서는 대기 불안정이 심해지고 우리나라로 찬바람도 자주 불어오고 있다. 찬바람이 불어오면서 기온은 이틀이 멀다 하고 뚝 떨어지곤 했지만 그 만큼 환기가 잘 되고 눈·비도 자주 내린 것이다.

한반도 북쪽 상공에 찬 공기가 오래 머물게 된 것은 러시아 북쪽 카라해와 바렌츠해, 그리고 베링해 북쪽 척치해의 해빙이 빠르게 녹아내리면서 우랄산맥과 베링해 상층에 예년과 달리 강한 고기압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빠르게 녹아내린 북극 해빙의 영향이 나타나는 것이다. 또 올해는 북극 소용돌이가 약해지면서 북극의 찬 공기가 한반도와 같은 중위도 지역으로 내려오기 좋은 조건이 된 것도 한 원인이다.(그림3 참조)
최근 변덕 날씨 관련 중위도 기압계 모식도(자료: 기상청)
열대 중태평양과 동태평양의 바닷물이 예년보다 차가워지는 라니냐 현상도 한반도 지역의 환기를 거들었다. 라니냐가 나타나면 북태평양에서 베링해 지역 상층에 예년보다 강한 고기압이 만들어지는 경향이 있는데 이 고기압이 한반도 북쪽 상공에 찬 공기가 머물게 하는 한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녹아내린 북극 해빙이나 약해진 북극의 소용돌이 그리고 라니냐 현상은 주로 초겨울에 영향이 큰 것으로 기상청은 보고 있다. 변덕 날씨는 초겨울에 집중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기상청은 12월 후반부터는 북극 해빙이나 북극의 약한 소용돌이, 라니냐의 영향이 점점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12월 후반부터는 현재와 같은 변덕 날씨가 점점 줄어들고 고기압과 저기압이 지금보다는 오랜 시간 동안 한반도에 머물 것이라는 뜻이다. 지금보다는 중국발 미세먼지가 한반도에 오래 머물면서 고농도 미세먼지가 나타날 가성이 점점 커진다는 뜻이다.

배출량을 줄이더라도 공기가 정체하는 시간이 길어지면 환기가 제대로 안 돼 고농도 미세먼지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한반도 미세먼지 농도가 2012년 최저를 기록한 뒤 2013년부터 2016년까지 다시 증가 추세를 보인 것도 바로 배출량이 다시 늘었기 때문이 아니라 공기가 정체한 원인이 크다(안영인,2017; Park et al.,2017). 중국에서 지난 2013년 1월 최악의 스모그가 발생한 것도 북극 해빙 감소 등으로 북서풍이 약해지면서 예년에 비해 정체했던 공기가 원인인 것으로 밝혀진 바 있다(Zou et al., 2017). 기상청의 예상대로라면 늦어도 1월부터는 한파가 주춤하는 중간 중간에 공기가 정체하면서 지금 같은 변덕 날씨 대신 고농도 미세먼지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빠르게 통과하던 중국발 미세먼지가 한반도에 오래 머물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참고 문헌>

* 안영인, 2017: [SBS 기사 링크] ▶ [취재파일] 최근 미세먼지 심해진 이유 찾았다

* Hyun Cheol Kim, Soontae Kim, Byeong-Uk Kim, Chun-Sil Jin, Songyou Hong, Rokjin Park, Seok-Woo Son, Changhan Bae, MinAh Bae, Chang-Keun Song, and Ariel Stein, 2017 : Recent increase of surface particulate matter concentrations in the Seoul Metropolitan Area, Korea, Scientific Reports 7. doi:10.1038/s41598-017-05092-8

* Yufei Zou, Yuhang Wang, Yuzhong Zhang, Ja-Ho Koo, 2017: Arctic sea ice, Eurasia snow, and extreme winter haze in China, Science Advances, Vol. 3, no. 3, DOI: 10.1126/sciadv.1602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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