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조사가 계속 진행 중인 가운데, 지난 세월호 참사 때 '부실한 초동 대처'로 해체됐다 2년 8개월 만에 부활한 해경의 해난사고 대응이 여전히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오늘 리포트+에서 영흥도 낚싯배 전복 사고 당시 상황을 재구성해보고, 논란이 된 해경의 초동 대처에 대해 짚어봤습니다.
■ 좁은 바닷길 동시에 지나다 '쾅'…사고 당시 상황 어땠나?
지난 3일 새벽 4시 30분쯤 330톤급 급유선 '15명진호'가 인천항을 출발했습니다. 1시간 반 뒤인 새벽 6시쯤 영흥도 진두선착장에서는 22명을 태운 '선창1호'가 출항했습니다. 그리고 5분 뒤인 오전 6시 5분, 사고 신고가 접수됐습니다. 영흥대교를 거쳐 평택항으로 향하던 15명진호와 11시 방향에서 남하하던 선창1호가 충돌한 겁니다.
바다에 표류하던 8명 가운데 4명은 15명진호에 구조돼 극적으로 목숨을 구했습니다. 배 안에 있던 14명 가운데 3명은 선체 내부에 남아 있던 공기층 이른바 '에어 포켓'에서 사투를 벌인 끝에 구조됐습니다. 바다에 떠 있던 4명 중 2명은 숨진 채 발견됐고, 오늘 사고해역 인근에서 실종자 2명의 시신도 수습됐습니다.
■ 해경 '낚싯배 전복사고' 신고 접수 시간 오락가락
해경은 지난 3일 1차 브리핑에서 6시 9분에 사고 신고를 접수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어 충돌이 있은 지 33분 뒤인 오전 6시 42분 해경의 고속단정이 현장에 도착했다고 밝혔습니다.
해경 측은 고속단정이 현장에 도착한 시점이 사고 발생 37분 만이라고만 밝혔지만, 사실 이들 구조대가 출발한 곳은 현장까지 10여 분이면 도착할 수 있는 거리였습니다. 그런데 이보다 20여 분이나 더 걸려 현장에 도착한 겁니다. 이에 해경이 밝힌 이유도 많은 사람을 당황하게 했습니다.
첫번째 이유는 당시 해경 구조 보트가 다른 어선과 묶여 있어 출발이 늦어졌다는 것이었습니다. 어선과 묶인 밧줄을 풀고, 다른 배가 떠내려갈까 봐 다시 묶어주면서 20분을 허비했다는 겁니다. 다른 이유는 해당 구조 보트에 야간에 항해할 수 있는 레이더가 없었다는 이유였습니다. 차로 치면 밤에 전조등도 켜지 않고 운전을 한 셈입니다. 이에 해경 측은 "암초를 피해서 가다 서다를 반복하다 보니 늦어질 수밖에 없었다"는 해명을 내놨습니다.
게다가 실제 수중 탐색을 진행할 수 있는 수중구조대의 도착은 시간이 훨씬 지난 뒤였습니다. 인천 해경에서 출발한 수중구조대는 사고 접수 이후 1시간 반을 넘긴 7시 36분에야 현장에 도착했습니다. 1시간의 골든 타임을 한참 지나서야 도착했다는 비난에 해경은 장비 탓을 했습니다. 또 해경 측은 "신형 구조선이 출동했어도 야간이어서 도착 시간은 비슷했을 것"이라는 해명을 내놨습니다.
(기획·구성: 김도균, 장아람 / 디자인: 임수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