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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준의시사전망대] "사진첩에 고스란히 드러난 5·18 왜곡 시도들…"

인터뷰 자료의 저작권은 SBS 라디오에 있습니다. 전문 게재나 인터뷰 인용 보도 시, 아래와 같이 채널명과 정확한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방송 : 김성준의 시사전망대 (FM 103.5 MHz 18:05 ~ 20:00)
■진행 : SBS 김성준 앵커
■방송일시 : 2017년 12월 4일 (월)
■대담 : 장훈경 SBS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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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18은 사전 모의해 일으킨 내란'…조작 위해 만든 사진첩 입수
- 사진첩만 보면 무장한 시민들이 폭동 일으키는 것처럼 보여
- 사진 촬영자는 시민 사이에 위장해 있던 군 관계자 ‘편의대’
- 당시 전두환 보안사령관 지시로 사진과 필름 압수
- 계엄군, 방어 위해서 공격? 집단 발포 당시 시민들 비무장 상태
- 5·18 유공자, 3만 명 공무원 가점 취업자 중 1%에 불과


▷ 김성준/진행자:

‘5.18은 무기를 든 폭도가 먼저 군을 공격해서 일어난 일이다’. ‘교도소를 습격하는 것도 민주화 운동이냐’.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을 왜곡하는 대표적인 말들입니다. SBS 보도국 기획취재부가 기무사가 지난 37년 동안 숨겨왔던 사진첩을 입수했는데. 그 안에도 이런 조작과 왜곡이 있었다는 게 확인이 됐습니다. 이 문제를 취재한 SBS 보도국 기획취재부 장훈경 기자가 나와 있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 SBS 장훈경 기자:

안녕하세요.

▷ 김성준/진행자:

우선 이 37년 만에 공개된 기무사 사진첩. 사진첩에 어떤 사진들이 있는지 한 번 알려주시죠.

▶ SBS 장훈경 기자:

일단 기무사 사진첩은 전체가 14권이고요. 1,659장의 사진이 들어있습니다. 저희는 이 가운데 6권, 688장을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통해서 확인을 했습니다. 이 사진첩은 ‘80년 직후에 이뤄진 군사재판에 증거자료로 제출되기도 했는데요. 목적은 간단합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을 정점으로 해서 호남의 반공불순분자가 5.18을 사전에 모의해서 일으킨 내란이다. 이렇게 조작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사진첩입니다.

▷ 김성준/진행자:

그러면 사진첩 내용이 앞서 제가 말씀드렸습니다만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을 왜곡하려는 시도가 많이 담겨있다고 볼 수가 있겠네요.

▶ SBS 장훈경 기자:

네. 맞습니다. 한 마디로 계엄군은 선하고 시민군은 악하다. 이런 식으로 표현이 됐습니다. 사진들을 보면 계엄군을 다룬 사진은 어린아이가 다가가 있거나 시민에게 사과를 받아먹는 모습, 시가지를 정리하는 모습. 이런 사진들이 실려 있는 반면에 시민은 돌을 던지고, 총을 갖고 있고, 또 탈취한 버스를 타고 있는 모습. 이런 사진들을 위주로 담았습니다. 그래서 사진첩만 보면 마치 무기로 무장한 시민들이 폭동을 일으켜서 계엄군이 이 상황을 진정시키려고 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물론 이것들이 다 왜곡이라는 겁니다.

▷ 김성준/진행자:

그런데 일단 이거 누가 찍은 거예요?

▶ SBS 장훈경 기자:

이 사진은 군 측과 기자들. 그 때 당시 광주에서는 카메라를 들 수 있었던 게 기자와 군 관계자, 이 둘 뿐이었습니다. 특히 군의 경우에는 편의대라고 해서 이 편의가 평상복을 뜻하는데. 평상복을 입고 시민에게 위장 잠입해서 시민군 측에서 찍은 사람들. 이런 군 관계자들을 편의대라고 합니다. 이 편의대의 역할이 시민군 측에 다가가서 유언비어도 퍼뜨리고, 정보도 수집하고, 채증을 위해서 사진도 찍은 겁니다. 실제 저희 취재진이 당시 활동했던 편의대원을 찾아서 통화를 했는데. 광주에 내려갈 때 자신의 임무가 시민군들 사이의 불순분자를 색출하는 것이었다. 이렇게 말을 했고요. 또 캔디드 촬영이라고, 이 ‘캔디드’가 제가 올라오기 전에 찾아보니 ‘솔직한, 자연스러운 모습을 그대로 찍은 것’이라고 하는데.

▷ 김성준/진행자:

포즈를 취하거나 그러지 않고 있는 그대로 찍는 거죠.

▶ SBS 장훈경 기자:

예. 그런데 이 편의대원 같은 경우는 자기가 배운 캔디드 촬영은 주머니 속에 자그마한 사진기를 몰래 숨겨놨다가 얼른 빼서 그 사진을 촬영하고 얼른 다시 숨기는. 이런 것을 캔디드라고. 자기는 어쨌든 그런 식으로 시민군들이 이렇게 무장을 한 모습들을 찍었고. 이 보안사 직원에게 사진을 찍은 것을 넘기기 위해서 수건이나 모자를 쓴다든가, 아니면 어떤 건물 앞에서 담배를 연속해서 태운다든가. 이런 사전에 표식을 미리 맞추어서 만난 다음에 자기가 찍은 사진을 넘기고, 또 새 필름을 받아서. 이런 식으로 활동을 했다고 합니다. 실제 이 사진첩을 저희가 5.18 민주화 운동 기록관 측과 분석을 같이 했는데. 이 기록관 관계자들은 이런 편의대원이 당시 광주에 수백 명이 있었다고 말을 했습니다.

▷ 김성준/진행자:

그리고 아까 편의대가 있었고 기자가 있었다고 하는데. 기자가 찍은 것도 사진첩에 포함이 됐습니까?

▶ SBS 장훈경 기자:

예. 맞습니다. 기자들이 촬영한 것으로 알려진 대표적인 사진들도 사진첩에 포함이 되어 있었고요. 외신 기자들이 찍어서 외국어로, 영어로 설명이 된 부분도 사진첩에 돼있는데.

▷ 김성준/진행자:

그런 것들은 기자의 본업이다 보니까 사실을 왜곡하는 사진은 아닐까 추측이 되는데요.

▶ SBS 장훈경 기자:

기자들이 찍은 사진까지 가져갔다는 것은 당시 광주에서 있었던 사진들을 일단 군이 다 압수해서, 그래서 자기 입맛에 맞는 것만 골라서 사진첩을 만들기 위해 기자들이 촬영한 것까지 가져간 것으로 보이는데. 실제로 지금 현재 5.18 민주화 운동 기록관 관장이자 당시 전남일보 기자였던 나희갑씨는 보안사가 5.18 직후에 광주에 신문사 두 곳을 찾아와서 필름까지 다 압수해갔다. 그리고 심지어 당시 광주 시내에 사진현상소가 두 개가 있었는데 이곳들까지 모두 다 뒤져갔다. 이렇게 말을 했습니다.

그리고 나경택씨, 당시 전남매일신문 사진기자였는데. 이 사진과 필름을 압수한 게 당시 전두환 보안사령관의 지시였다. 이런 말도 저희 취재진에게 했습니다. 5.18 직후 자기 집에 보안사 중령이 찾아와서 전두환 장군에게 보고해야 하니까 사진을 다 달라. 이렇게 말을 했다는 겁니다. 그런데 나경택 당시 사진기자는 이렇게 보안사가 자기를 찾아와서 사진을 가져갈 것을 미리 예상해서 집 천장에 중요한 핵심 사진을 다 숨겨놔서 빼앗기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 김성준/진행자:

정말 중요한 기록이 되겠네요. 그런데 지금 문제는 이 사진첩에 나온 사진들을 근거로 삼아서 당시 군 측에서 무장한 폭도들이 먼저 군을 공격했다, 그래서 대응할 수밖에 없었다. 교도소를 습격하는 것을 막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런 주장들을 한다는 것 아닙니까.

▶ SBS 장훈경 기자:

예. 맞습니다. 극우 세력들이 자주 주장하는 논리인데. 무기를 든 폭도가 먼저 군을 공격해서 방어적인 차원에서 공격한 것이다. 한 마디로 시민이 먼저 무장을 해서 잘못을 했기 때문에 군은 정당한 행동이었다. 이런 주장인데요. 이건 거짓말입니다. 일단 5.18 기간 중 가장 많은 사상자가 나온 게 5월 21일 오후 1시 집단 발포 때였거든요.

시민들이 무장을 하기 시작한 것은 21일 오후 1시 이후입니다. 집단 발포로 큰 피해를 입고 나서부터 시민들이 무장을 하기 시작했는데. 계엄군이 최초로 총을 쏜 것으로 확인된 게 5월 19일이거든요. 이 때 우발적으로 총을 쏴서 한 명이 총에 맞았고, 20일 저녁에 광주역 앞에서 집단적으로 발포를 하고. 21일에는 본격적으로 총을 쏘기 시작하는데. 이 총을 쏠 때에는 시민들은 비무장 상태였다는 겁니다. 한 마디로 비무장한 상태의 사람들에게 군이 총을 쐈다는 것이죠.

▷ 김성준/진행자:

그러면 교도소 습격 얘기는 뭐예요?

▶ SBS 장훈경 기자:

이것도 1급 군사 보안시설인 교도소를 시민들이 습격할 정도로 난폭하고, 이렇게 행동했는데 이게 과연 민주화 운동이냐. 이래서 교도소 습격 설이 오래 전부터 극우 세력들이 주장해오던 것인데요. 2007년에 군 과거사 진상 규명 위원회가 교도소 습격설에 대해서도 다 조사를 했습니다. 그러면서 밝힌 게 5.18을 불순분자의 소행으로 몰기 위해서 의도적으로 조작한 것이다. 이렇게 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이외에도 또 북한군 투입설 여전히 엄청 많이 나오고 있는데. 이것도 이미 미국 기밀문서를 통해서 당시에 북한의 움직임이 아무런 게 없었다. 미국 중앙정보부 CIA의 문건을 통해서 그런 것들이 확인이 됐고요. 우리나라 국방부도 북한군 투입설의 아무런 근거가 없다. 이렇게 이미 밝힌 바가 있는데도 특정한 극우 세력들이 계속 그런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사실은 당시 미국은 5.18 상황을 매 시간 단위로 보고받았다는 문건이 나오고 있는데. 그런 상황에서 우리나라에 북한군이 광주까지 투입됐다는 것을 미국이 파악하지 않고 있을 수도 없고요.

▷ 김성준/진행자:

파악했다 하더라도 방치해뒀을 리가 없겠죠. 당연히.

▶ SBS 장훈경 기자:

이외에도 또 지난 선거 때 많이 나온 얘기인데 5.18 유공자들이 가산점 받아서 공무원을 싹쓸이 한다. 심지어는 하급 공무원들의 말을 잘 들어보면 이들 상당수가 전라도 사투리를 쓴다. 이런 아주 황당한 유언비어도 있는데. 실제 3만 명이 넘는 공무원 가점 취업자 가운데 5.18 유공자는 300명, 1%에 불과합니다. 또 연금을 받는다, 병역면제 혜택을 받는다. 이런 5.18 관련해서 유언비어들은 모두 다 거짓말입니다.

▷ 김성준/진행자:

그것 사실 그런 거짓말이라는 것 잘 알고 있으면서도 기무사 사진첩 같은 것을 근거 삼아서 계속 일종의 유언비어를 만들어내는 게 제일 문제였던 것 아니겠습니까. 사실 어떻게 보면 아까 어느 분이 사진을 천정에 숨겨놨다가 지금에서야 공개할 수 있게 됐다는 건데. 그런 것처럼 아무리 역사가 잘못을 숨기려고 해도 드러날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 하는 좋은 교훈 아닌가 싶습니다. 오늘(4일) 얘기 잘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SBS 보도국 기획취재부 장훈경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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