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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흔들리는 요보호 아동의 보금자리 ①

아동 복지 생각한다면…절실한 아동 그룹홈 지원

그룹홈 (사진=사단법인 한국아동청소년그룹홈협의회 홈페이지 캡처)
● "왜 하는 거니? 대체?"

지난 달, 미취학 아동 세명이 지내는 아동 그룹홈 시설장인 장 모(가명)씨와 만났습니다. 아동 그룹홈은 여러 가지 이유로 보호가 필요한 아이들을 일반 가정과 같은 시설에서 보호합니다. UN의 권고에 따라 우리나라는 지난 2004년 그룹홈 시설을 법제화 했습니다. 보육원이 아닌 가정과 유사한 환경에서 아이들을 돌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최대 2명의 사회복지사와 7명의 아이들이 20평형대 이상 공동주택(아파트, 빌라 등)에서 함께 생활합니다.

장 씨의 그룹홈에 머무는 아이들은 모두 생후 1년 전후로 부모로부터 신체적,정신적 학대를 받았습니다. 국가는 아이들을 친부모로부터 격리시켰고, 그룹홈에서 지내도록 명령했습니다. 장씨는 기자에게 아이들의 애착이불, 애착 인형 등을 하나하나 소개해줬습니다. 조심스럽고 소중히 어루만지는 손길에서 애정이 느껴졌습니다. 아이들 한명 한명이 당했던 학대를 말하며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했습니다. 아이들이 그룹홈에서 지내며 밝아지고 당당해졌다고 말했습니다.

● '세상을 너무 몰랐구나'

제가 방문한 장씨의 그룹홈은 경기도 모 도시의 조용한 아파트였습니다. 불과 반년 전, 장 씨와 세 아이들의 집은 서울이었습니다. 서울에서도 집값이 빠르게 오르기 시작한 지역이었습니다. 집주인은 전세에서 월세로 임대조건을 바꿨습니다. 그리고 올 초 장씨에게 집을 비워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이때부터 장씨는 서울 시내에서 안 다녀본 곳이 없었다고 합니다. ‘집구하기 전쟁’을 시작한 것입니다. ‘내가 세상을 너무 몰랐구나. 바보였구나.’라는 생각이 가득했다고 합니다. 한 달 내내 서울 구석구석 다녀본 결과 구할 수 있는 집이 없었습니다. '그룹홈을 접어야 하나? 그럼 이 생떼 같은 아기들은 어떻게 하지?' 절망의 날들이었습니다. 장씨는 이야기를 들려주며 당시 심경을 다시 떠올렸고, 눈물을 글썽였습니다. 마음이 아팠습니다.  

결국 장씨는 서울을 벗어나 경기도에 집을 마련하기로 했습니다. 또다시 아이들의 보금자리가 흔들리면 안된다는 생각에 집을 사기로 했습니다. 본인 명의로 2억 가까이 대출을 받았습니다. 한달 100만원 가까이, 30년 동안 분할 상환을 합니다. 장씨의 친구들은 장씨를 보며 말했다고 합니다. “너 그룹홈 그거 왜 하는 거니? 대체?”. 친구들이 하던 타박을 기자에게 전하던 장씨는 눈물을 주르르륵 흘렸습니다. 저는 장씨에게 어떤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그저 손을 맞잡아 주는 것밖에 할 수 있는 게 없었습니다.
그룹홈, 집 값
● 집값에 떠밀려…흔들리는 아이들의 보금자리

제가 만난 또다른 그룹홈 시설장 권 모씨도 서울 모처에 위치한 그룹홈을 닫아야 할 지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권씨가 돌보는 아이들 7명 가운데 대부분은 미혼모가 베이비 박스에 버리고 간 아이들입니다. 권씨가 자리잡은 그룹홈의 집주인은 1년 사이에 전세금 1억을 올려달라 요구했다는 겁니다. 권 씨는 집주인 마음은 백번 이해가 간다고 했습니다. 주변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는데, 어떻게 마음이 동하지 않겠냐는 겁니다. 하지만 이미 몇차례 전세보증금을 몇천씩 올리던 터라 더 이상 대출을 받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보건복지부가 2016년에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전국 그룹홈 410곳 가운데 40%는 수도권에 집중돼 있습니다. 버림받고, 학대받고, 가정이 무너지면서 오갈데 없어진 이른바 요보호 아동들이 수도권에 몰려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전체 그룹홈의 약 65%가 전월세이거나 임대주택, 혹은 무상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한국아동청소년 그룹홈협의회의 최선숙 사무국장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많은 그룹홈들이 집값과 임대료 상승에 힘겨워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그룹홈 10곳 가운데 6곳인 255곳은 개인이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255개 가운데 약 40%만이 자가소유 주택입니다. 하지만 이런 자가소유 주택 가운데서도 앞서 소개해드린 장 시설장의 경우 같은 경우가 얼마나 많을지는 알 수 없는 노릇입니다.

● 개인의 희생에 기댄 최저임금 사각지대

그룹홈 시설장을 포함해 종사자들은 24시간 아이와 함께 있어야 합니다. 24시간 근무입니다. 그렇지만 사회보험료나 퇴직금을 제외하고 월, 실 지급 받는 급여는 160만 원 내외입니다. 사실상 10년가까이 시설장으로 일해온 장씨도 마찬가지입니다. 최저임금에 못미칩니다. 4인 미만 사업장인데다  근로기준법상 예외인 특례업종 직업군으로 분류돼 있습니다. 투잡도 못하는 상황에서, 수입에 비해 무리한 대출을 받아 그룹홈을 이어가는 것입니다. 개인의 희생과 사명감에 기대 요보호 아동 그룹홈은 지탱되고 있었습니다. 

▶ 상처받는 아이들 돌보는 '그룹홈'…뛰는 집값에 걱정  (10.30 8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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