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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로 이 빠지고 술에 의지…세월호 유족 여전히 고통

국내 연구팀, 유족들 대상으로 '사고 전후 변화' 심층 분석<br>"사고 직후보다 시간 지날수록 빈자리 커져…심리치료 필요"

세월호 사고 후 자녀를 잃은 유족들이 극심한 스트레스로 치아가 빠지거나 알코올에 의존하는 등 일상으로 돌아오지 못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성균관대 외상심리건강연구소(소장 이동훈 교육학과 교수) 연구팀은 안산시 청소년상담지원센터와 공동으로 최근 논문 '세월호 재난으로 자녀를 잃은 부모의 내적 경험에 관한 질적 연구 : 심리정서, 신체, 인지, 행동적 차원을 중심으로'와 '세월호 재난으로 자녀를 잃은 부모들의 사회적 지지, 갈등, 고립경험에 관한 연구'를 발표했다고 28일 밝혔다.

두 논문은 세월호 사고로 숨진 단원고 학생의 부모 17명을 지난해 5∼8월 심층 면담하고, 그 내용을 분석한 결과를 담았다.

면담을 받은 17명 중 10명은 부부 사이였다.

이에 따르면 유족들은 사고 후 2년 넘게 지난 면담 시점까지도 정서, 신체, 인지, 행동적 측면에서 모두 심각한 기능 훼손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면담에 참여한 17명 모두 극심한 스트레스로 치과 질환 문제를 겪었고, 대부분이 잇몸이 약해져 치아가 흔들리거나 저절로 빠지는 증상을 경험했다고 털어놨다.

췌장염, 집중력 저하, 불면증 등도 겪었으며 일부는 불면증을 해소하려 자주 술을 마시는 등 알코올 의존 의심 증상도 보였다.

유족들은 또 사고 후 가족의 슬픔이 사회에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생각에 울분을 품게 됐다고 면담 과정에서 설명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유족들은 "세월호 인양, 추모공원 건립 등 과정에서 국가와 사회가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을 때 피해자인데도 나라에서 암적 존재가 된 느낌을 받았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 밖에도 유족들은 서명 운동 중 마주친 행인으로부터, 또는 인터넷 게시 글에서 '세금 갉아먹는 사람들', '빨갱이', '보상금만 좇는 사람들' 등 비난당한 경험이 있다고 진술했다.

아울러 지인들이 자녀 이야기를 할 때 마음이 아파서 외부 모임에 나가지 않거나, 세월호 이야기를 빼면 할 말이 없어 직장 동료와도 대화가 단절되는 등 사회적으로도 고립감을 느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여전히 세월호 재난을 상기하게 하는 환경에 노출되는 2차 외상을 경험하면서 자녀가 없는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일상을 되찾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원인을 분석했다.

이동훈 교수는 "사고 후 일정 시간이 지나 유족들이 각자의 삶으로 돌아가는 시점에 더욱 자녀의 빈자리가 커지고, 사고 직후보다도 더욱 심리치료가 필요하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연구 의의를 설명했다.

연구팀은 "재난 피해자들을 지원할 수 있도록 컨트롤 타워를 설립하고, 심리·의료·생계 지원 등 일상의 여러 영역에서 피해자와 유족을 위한 맞춤 지원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유족들의 분노·우울·수치심을 환기할 수 있게 돕는 장을 마련하고, 비탄을 드러내고 다른 사람과 자녀의 죽음에 관해 소통하는 기회를 마련해줘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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