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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포항 산후조리원 조무사들이 보여준 직업정신

노동규 기자 laborstar@sbs.co.kr

작성 2017.11.28 08:02 수정 2017.11.28 15:59 조회 재생수6,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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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의 귀천 나누기를 즐기는 이 사회에서 요즘 가장 무시당하는 직업 가운데 하나로 ‘간호조무사’를 들 수 있다. 본래 의료인의 지도감독을 받아 일하는 보건 전문직을 일컫지만 상대적으로 낮은 진입장벽과 저임금, 고된 업무강도를 이유로 낮게 평가한다. 인터넷 공간의 악마들은 이미 각종 직업을 비하하는 수식어로 조무사를 들먹인 지 오래다. 국민의 대표라는 사람마저도 특정 직업을 깔보며 비열하게도 “간호조무사보다 못 하다”고 했을 정도다.
 

이런 뒤틀린 마음을 가진 사람들에게, SBS 보도로 알려진 ‘포항 산후조리원’ 신생아실 조무사들의 헌신은 죽비로 다가갔을 것이다. 난생 처음 겪는 규모 5.4 지진에도 조무사들은 새 생명부터 챙겼다. 건물이 요동치는 순간에도 신생아 침대를 부여잡고 온몸으로 아이를 품는 모습에 눈물을 흘렸다는 사람이 많다. 오랜만에 취재 도중 가슴이 먹먹해지는 경험이었다.
 
해당 산후조리원의 임보라 조무사는 “무섭지만, 나도 엄마니까 아기들을 일단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지진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진 임 조무사의 말에선 일종의 엄숙함도 느껴졌다. “직업상 사명감을 갖고 (산후조리원) 선생님 모두 같이 함께 했다” 요컨대 임 조무사의 말은 우리사회가 잊고 있던 직업윤리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하게 만들었다. 근래 우리는 얼마나 많은 엘리트·전문가 집단의 직업적 배신을 보아왔던가.
 
국가 안보 최전선에 있는 군인과 정보기관원들이 정치댓글에 열중해 제 스스로 위엄을 잃었다. 문화융성을 기치로 내건 정부의 공복들이 치졸하게 대중 예술인들을 핍박했다. 공공기관의 공정하지 못한 채용과정이 드러나 젊은이들이 절망했다. 대통령의 소꿉장난 같았던 국정은 국민 가슴을 공허하게 했다. 하나같이 누구보다 엄격한 직업윤리를 요구받는 이들이 저지른 일탈이었다. 누구 하나 “이건 내 직업적 양심상 할 수 없는 일”이라 하지 않았다. 우리시대 가장 깊은 상처인 저 세월호 참사 역시 직업윤리를 저버린 선장의 속옷 바람 탈출과 무관하지 않다.
 
산후조리원 조무사들이 보여준 건 각자 영역에서 맡은 바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의 늠름함이다. 이 늠름한 사람들이 우리 사회를 지탱해왔음을 새삼 깨닫는다. 스스로 직업의 고귀함을 증명한 포항의 조무사들에게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