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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에 도움" 미인대회 나갔다가…뛰쳐나온 취준생들

미인대회 나갔다가
러브샷 연습하고 왔습니다.
한 미인대회에 참가했어요.
그런데…
이 대회를 주최한 단체의 대표님은
‘친목 도모’에
너무 신경 쓰시는 거 같더라고요.
“사회 생활하려면 술 많이 마셔야 하니까 미리 술 연습 좀 해.”
“어린 승무원이랑 같이 
홍콩 여행도 갔었어.”
“띠가 두 바퀴나 차이 나는
20대 초반이랑 사귀었다.”

 ‘친목 도모’라던 술자리에서 
술을 강요받으면서 들은 이야기입니다.
불편하고 불쾌하기도 했지만,
일단 그냥 넘어갔어요. 

제게는 그 대회 입상이
취업에 도움이 되니까요.
그런데 대회가 끝난 다음에도
계속 연락이 왔고,
결국 또 다른 참가자들과 함께
술자리에 갔어요.

불쾌한 이야기는
그 자리에서도 이어졌습니다.
“야, 예쁘고 젊은 여자는
그냥 나이 많은 사람만 만나면 돼.
그 사람 죽으면 재산 다 너희 거라니까?”

성적인 농담도 끊이지 않던 그 자리에
더 있을 수 없어서
수치심을 느끼며 뛰쳐나왔습니다.
 
- 미인대회에 참가한 취준생 A 씨
미인대회를 주최한 단체의 대표는
억울함을 호소했습니다.
“근거 없는 말을 하진 않았겠지만
좀 과장하는 부분은 있는 것 같아요.
다 같이 열심히 하는 분위기에서
용기를 주려고 러브샷 한 것뿐,
어떤 의도를 가지진 않았습니다. 
요즘 젊은 사람들 너무 무서워요.
자기 입장으로만 해석하고
불만족스러우면 이상한 사람으로 몰아요.”

- 미인대회 주최 대표 김 모 씨
A 씨는 아나운서를 준비하는
취준생입니다. 

 해당 미인대회에 참가한 
다른 참가자들도
승무원이나 방송 업계에
꿈을 가지고 있는 
취준생들이었습니다.
“다들 미인대회 상장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고 해요”
 - 아나운서 지망생 B  씨  (28)

“미인대회 입상 기록이 있는 친구들이
서류 통과율이 높아요.”
 - 승무원 지망생 C 씨  (23)

그들은 미인대회가  
취업에 도움이 되는
‘스펙’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꼭 입상해야 하는 
‘절박함’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외모만 가꿔서
취업을 하겠다는 건
아니라고 말합니다.  

 취업이 워낙 어려우니
조금이라도 돋보이기 위한
‘안간힘’이라고 강조합니다.
“학원 다니면서 공부도 하고, 
면접 스터디랑
다른 스터디들도 꾸준히 해요.
 학원 선생님들과 현직 선배들도
미인대회 입상이
사실상 도움이 된다고 해서
같이 준비하는 거죠.
 
다른 지원자랑 차별화되니까요.”

그들은 입상 기록이
도움이 된다고
입을 모아 말합니다.
그러다 보니 많은 취준생은
이름도 생소한 수십 가지 미인대회에 
참가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성희롱을 경험하는 등 
또 한 번 상처를 받는다는 
어려움을 토로합니다.
“취준생에게 대회 입상 기록이
사회적으로 필요가 있다는 걸 아니까,
각종 대회가 생기면서
이들의 절실함을
악용하는 현상이
일어나게 되는 거죠.”

- 숙명여대 경영학부 권순원 교수
취준생들은
지금도 충분히 힘듭니다. 

 취준생들의 절박함을 이용해
이들을 성희롱 대상으로 삼는 행위는
결코 용납되어선 안 될 것입니다.
취업이 너무 어렵다 보니 승무원이나 방송 업계를 지망하는 취준생들이 미인대회까지 나가고 있습니다. 남들과는 다른 '스펙'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절박한 마음으로 대회에 나갔던 참가자들이 고통을 받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기획 최재영, 박채운 / 그래픽 김태화

(SBS 스브스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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