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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필적확인 문구 '큰 바다 넓은 하늘을 가졌노라'

유영규 기자 ykyou@sbs.co.kr

작성 2017.11.23 14:21 수정 2017.11.23 14:53 조회 재생수50,7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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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올해 필적확인 문구 큰 바다 넓은 하늘을 가졌노라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수험생 필적확인 문구는 '큰 바다 넓은 하늘을 우리는 가졌노라'로 김영랑 선생의 시 '바다로 가자'의 한 구절이었습니다.

부정행위 방지 조치 가운데 하나인 수험생 본인 필적 확인은 2006학년도 수능 때 처음 도입됐습니다.

당시 문구는 윤동주의 '서시'에서 따온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기를'이었습니다.

직전년도 수능에서 대규모 부정행위가 있었던 터라 이를 조금이라도 막아보려는 차원에서 선택됐다는 말이 나왔습니다.

2007학년도는 '넓은 벌 동쪽 끝으로'(정지용의 향수), 2008학년도는 '손금에 맑은 강물이 흐르고'(윤동주의 소년), 2009학년도는 '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윤동주의 별 헤는 밤), 2010학년도는 '맑은 강물처럼 조용하고 은근하며'(유안진의 지란지교를 꿈꾸며) 등이었습니다.

2011학년도는 '날마다 새로우며 깊어지고 넓어진다'(정채봉의 첫 마음), 2012학년도는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황동규의 즐거운 편지), 2013학년도는 '맑은 햇빛으로 반짝반짝 물들이며'(정한모의 가을에), 2014학년도는 '꽃초롱 불 밝히듯 눈을 밝힐까'(박정만의 작은 연가)였습니다.

2015학년도와 2016학년도는 각각 '햇살도 둥글둥글하게 뭉치는 맑은 날'(문태주의 '돌의 배')과 '넓음과 깊음을 가슴에 채우며'(주요한의 청년이여 노래하라), 작년 필적확인 문구는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아란 하늘빛'(정지용의 향수)이었습니다.

올해까지 총 13개의 필적확인 문구 중 윤동주의 작품에서 따온 것이 3개나 되고 노래로도 불리는 정지용의 향수는 2차례(2007·2017학년도)나 필적확인 문구로 채택된 점이 눈길을 끕니다.

모의평가·학력평가 필적확인 문구가 화제가 된 적도 있었습니다.

서울시교육청이 주관한 '2013학년도 6월 고1·2 전국연합학력평가' 필적확인 문구인 '햇빛이 선명하게 나뭇잎을 핥고 있었다'는 나뭇잎에 햇볕이 내리쬐는 모습을 '핥는다'고 표현한 독특함 때문에 온라인상에서 수많은 패러디를 낳았습니다.

해당 문구는 한수산의 소설 '유민'에서 문장을 가져와 다듬은 것이었습니다.

2014년 7월 고3 학력평가 '별을 보고 걸어가는 사람이 되라'(정호승의 '희망을 만드는 사람이 되라'), 2017년 3월 고3 학력평가 '넌 머지않아 예쁜 꽃이 될 테니까' 등은 시험을 앞둔 수험생들에게 힘과 용기를 줬던 문구로 꼽힙니다.

명문장들이 활용되다 보니 필적확인 문구를 모으면 '한국문학의 정수'가 된다는 이야기까지 나옵니다.

필적확인 문구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직원 등 다양한 이들의 추천을 받아 수능 출제위원들이 정하며 필적확인에 필요한 기술적인 요소가 담긴 문장 중 수험생에게 힘과 용기를 줄 수 있는 문장을 택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