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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규제 논란…과거 잣대에 발목 잡힌 '미래 먹거리'

카풀 앱 풀러스의 24시간 영업 논란으로 스타트업 규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정부가 규제 샌드박스 도입 등 스타트업 지원 정책을 앞다퉈 내놓았지만, 일선 기업들이 느끼는 체감 효과는 아직 크지 않습니다.

상당수 스타트업은 여전히 과거의 잣대로 인해 시장에서 검증받을 기회조차 가로막혀 있다고 토로합니다.

풀러스 사태는 현재 스타트업이 직면한 규제의 벽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입니다.

풀러스는 지난 6일 출퇴근 시간 선택제를 도입하며 24시간 서비스에 나섰지만, 서울시는 불과 이틀 만에 불법 유상운송이라며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습니다.

하지만 해당 조항인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81조에는 출퇴근에 한해서는 허용한다고만 명시돼 있을 뿐 구체적인 출퇴근 시간대 및 횟수 등에 대한 규정이 없습니다.

김태호 대표는 "해당 조항을 현시대 상황에 맞게 해석한다면 출퇴근 시간 선택제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서비스인데 서울시의 무리한 해석으로 새로운 사업이 타격을 입게 됐다"고 주장했습니다.

최근 네이버·미래에셋 등 투자자들로부터 22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며 의욕적으로 사업 확대에 나섰던 풀러스로서는 뼈아픈 상황입니다.

토종 스타트업이 규제에 발목이 잡힌 사례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국내 심야버스 공유서비스인 '콜버스', 부동산 중개 법률자문서비스 '트러스트 부동산' 등은 기존 비슷한 업종의 사업자들 간 갈등이나 규제로 인해 사업에 제동이 걸렸습니다.

수제 맥주 배달 스타트업들도 올해 들어 국세청이 직접 조리한 음식만 주류 배달을 허용하면서 줄줄이 서비스를 중단해야 했습니다.

글로벌 기업도 예외는 아닙니다.

우버는 택시업계의 반발과 서울시의 규제로 한국 진출 2년 만인 2015년 일반차량 호출 서비스를 중단했고, 에어비앤비는 관광진흥법상 민박업으로 등록된 숙소만 영업할 수 있어 불법 영업을 하는 사업자들이 적지 않습니다.

과도한 규제는 스타트업의 투자 유치에도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다.

간편송금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는 설립 초기 관련 규제가 없어 불법을 우려한 국내 투자자들로부터 투자를 받지 못해 해외로 눈을 돌려야 했습니다.

그 결과 미국 온라인 결제 업체 페이팔에서 대규모 투자를 유치해 사업을 확장할 수 있었습니다.

그나마 토스는 관련 규제가 정비되기 전이라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지만 이후 유사한 핀테크 스타트업들은 줄줄이 규제에 가로막혔습니다.

아산나눔재단이 발표한 스타트업코리아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100대 스타트업 중 57개는 한국이었다면 각종 규제 때문에 사업을 시작조차 못 했을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우버와 에어비앤비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데는 미국 정부의 '방임' 정책이 한몫했습니다.

중국 역시 성장 기업에 한해서는 네거티브 규제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공유차량 업체 디디추싱, 전자상거래 플랫폼 알리바바와 같은 기업들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반면 한국은 여전히 규제 부담이 큰 나라로 꼽힙니다.

세계경제포럼(WEF)이 지난해 발표한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한국은 '정부 규제 부담'이 138개국 중 105위로 미국(29위), 중국(21위)에 크게 뒤처졌다.

올해 규제 부담 순위는 95위로 소폭 올랐지만, 여전히 주요 국가에 미치지 못합니다.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정부가 창업 지원에만 급급할 뿐 성장을 가로막는 규제 개선에는 소홀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민관협력단체인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임정욱 센터장은 "중국은 신사업을 할 때 성장할 때까지 방임하다 사후 규제를 한다"며 "우리나라는 아예 못 하게 처음부터 막아버리니 새로운 게 나오기 힘든 상황이다. 이런 식으로 타이밍을 놓친 업체들이 많다"고 전했습니다.

120여개 스타트업들로 구성된 코리아스타트업포럼도 최근 "카풀뿐 아니라 핀테크, O2O(온·오프라인) 등 혁신 창업의 영역에서 낡은 규제로 인해 스타트업이 고통받아온 환경이 더는 지속해서는 안 된다"고 촉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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