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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국민의당 '호남 중진' 탈당할까?

[취재파일] 국민의당 '호남 중진' 탈당할까?
바른정당과의 '통합' 논의로 국민의당 내부가 부글부글 끓어오르고 있습니다. 바른정당과의 연대는 "저능아들이 하는 것"이라는 원색적인 비난도 나오고 있습니다. 반발을 주도하는 건 호남 중진 의원들입니다. 박지원 전 대표를 필두로 천정배, 정동영 의원이 통합 반대를 주장하고 있죠. 다음주 화요일 당내 의원들이 모여서 통합을 놓고 끝장토론을 하자며 친안(安)계와 호남계 의원들이 서로 벼르고 있습니다. 폭풍전야입니다.

대선 이후 제보 조작 파문을 겪은 뒤 당 지지율이 아직도 한자릿수를 헤매고 있습니다만 여전히 호남은 국민의당의 강력한 지지기반입니다. 호남 중진들은 향후 문재인 정부에 대한 실망감이 커진다면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호남 민심이 국민의당으로 상당부분 수렴될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습니다. 당분간 힘들겠지만 <고난의 행군>을 하다보면 정권 후반기쯤에는 뭔가 기대해볼 수도 있지 않겠냐는게 이들의 솔직한 심정입니다. 홈그라운드 '호남'에 대한 기대 때문입니다.

호남 중진들은 "바른정당과의 통합은 당의 정체성을 흔들 수 있어서 장기적으로 당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합니다. 심지어 일부 의원들은 통합을 강행할 경우 탈당을 감행할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만약 탈당러시가 현실화된다면 지역구 의원 대부분이 호남인 국민의당은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합니다. 바른정당에 이어 국민의당도 교섭단체 지위를 상실할 수 있는 위기에 봉착할 수 있습니다.

관심은 호남 중진들이 과연 탈당을 감행할 것이냐에 모아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당 안팎에서는 탈당 가능성을 높지 않게 보고 있습니다. 호남 중진들은 탈당도 불사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친안철수계 의원들이 위기의식이 낮다보니 국민의당의 내홍이 점점 깊어질 수 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호남 중진 탈당의 첫 번째 조건은 더불어민주당으로의 '복당' 가능성입니다. 다선을 경험하고 오랜 정치경험을 갖고 있는 노련한 정치인들이라는 점, 정당의 외연이 넓어진다는 게 나쁠 것이 없다는 점에서 민주당 일부에서 호남 중진과 결합하자는 주장도 있습니다. 그러나 친문 핵심을 비롯한 민주당 다수의 의견은 국민의당으로 갔던 호남 중진들의 복당에 긍정적이지 않은 것 같습니다.

호남 중진들이 민주당을 떠난 뒤 이미 호남 지역구마다 새로 임명된 지역위원장들이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어느 후보를 내놔도 지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배어 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친문계 의원은 오히려 호남 중진들의 탈당 이후 당의 응집력이 높아진 상황이라며 복당 허용은 자칫 당내 갈등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당선 가능성이 높은 여당의 지역위원장들이 호남 중진들의 복당을 반길리 없고, 텃밭에서의 갈등은 도리어 커다란 위험요소가 될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의원수를 늘려 원내 몸집을 불리는 게 집권여당 입장에서 나쁠 것이 없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당장 바른정당에서 이탈한 의원들이 자유한국당에 합류한 상황에서 민주당은 원내 1당의 지위가 위태로운 상황입니다. 국회 운영위원장을 탈환해야 한다는 의지가 강한 상황이지만 운영위원장은 고사하고 국회의장 자리까지 자유한국당에게 내줄 수도 있기 때문에, 현실을 감안해 호남 중진과 결합해서 몸집을 불려놔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적은 수의 의원을 그런 식으로 흡수하는 건 장기적으로 실익이 크지 않다는 게 민주당의 중론입니다. 힘있는 집권여당으로 자리매김하려면  원내 180석까지는 아니더라도 150석 과반은 넘겨야 하는데 121석에 불과한 여소야대 국면에서 이들의 합류가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논리입니다. 복당을 허용하더라도 야당과의 협치는 불가피한 상황에서 '의원 빼가기' 여권발 정개개편 시도로 오해받을 경우 야당과의 갈등이 깊어져 정국이 경색되면 득보다 실이 크다는 것입니다.

민주당 복당이 아니더라도 탈당 의원들의 규모에 따라서 별도의 교섭단체를 만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지방선거를 코앞에 둔 상황에서 새로운 조직을 만든다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3년 뒤 총선도 마찬가집니다. 40석 남짓한 게 제3당의 현실입니다. 이마저도 분열된다면 호남중진도 친안철수계도 미래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탈당이 공멸의 길이라는 걸 노련한 호남 중진들이 모를리 없습니다. 

'탈당 불사'를 외치는 국민의당 호남 중진들의 속내는 결국 지방선거를 염두에 둔 정치적 행위로 보인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입니다. 현실적으로  지방선거에서 국민의당이 선전할 수 있는 지역은 호남에 국한돼 있고 호남에서 광역단체장 1-2곳이라도 확보하려면 더불어민주당과의 선거연대를 통해 후보 단일화가 이뤄져야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보수 정당에 대한 거부감이 강한 게 호남의 정서인데 지방선거 전 통합을 서두르는게 실익이 없다는 생각이 강하다는 것입니다.

여러 상황들을 종합해 봤을 때 다음주 국민의당의 끝장토론에서 친안계 호남계 모두 끝장을 볼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입니다. 국민의당 어느 누구도 당의 분열을 원치 않는 상황입니다. 집 떠나면 춥고 배고픕니다. 지금은 한겨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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