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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착제로 붙인 외벽 '흉기로 돌변'…"부실 공사의 결과"

전문가들 "오래 된 건물들 중심으로 외벽 점검 시급"

<앵커>

이번 포항 지진에서 갑자기 쏟아져 내린 건물 외벽에 많은 분들이 다쳤습니다. 이런 건물 외장재 설치에도 내진설계 기준이 있지만 공사과정에서 거의 무시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박진호 기자입니다.

<기자>

마치 껍질 벗겨지듯 무너져내리는 건물 외벽. 주택과 상가에서도 건물 파편이 낙석처럼 쏟아지면서 사람들이 다치고 공포를 느꼈습니다.

[홍성자/포항시 주민 : 가슴이 콩닥거리고 마음도 불안하고 그래요. 다닐때도 자꾸 위를 쳐다보게 되고 혹시나 뭐가 떨어지지 않을까…]

건설업계에서는 부실한 공사의 결과라고 입을 모읍니다.

[건축 설계사 : 그거를 구조 벽에 같이 연결해서 (시공)해야 되는데…쉽게 말하면 옆에다 벽돌만 쌓은 거예요.]

외벽을 시공할 때는 구조벽에 연결하는 고정장치와 함께 각 층별로 무게를 분산시키는 '슬래브' 받침대를 배치해야 하는데, 단순히 시멘트와 모래를 섞은 모르타르나 접착제만을 쓰다 보니 옆으로 흔들리는 지진에 무력했다는 겁니다.

[건설업체 관계자 : 떨어진 건물 보면 거의 대부분 다 옛날 건물이잖아요. 그때는 우리나라에 설마 지진이 날까 이런 생각을 거의 안 했죠.]

국토부는 2009년부터 건물의 외벽과 내장재 같은 '비구조재'도 일정한 지진 하중을 견뎌야 한다는 기준을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설계 인허가나 공사 감리 절차에서는 사실상 무시돼온 게 현실입니다.

[유은종/한양대 건축공학과 교수 : 지금까지는 구조물의 내진설계만 확인했지 비구조재(외장재)의 내진설계가 돼 있는지는 확인하지 않았습니다. 지금부터라도 이와 관련된 제도, 확인절차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전문가들은 오래된 건물을 중심으로 외벽에 대한 점검작업이 시급하다고 지적합니다.

(영상취재 : 최대웅, 영상편집 : 정용화, 3D-CG : 김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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