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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공간 다른 의견…'조금 떨어져 서면 안 되나요?'

조금 떨어져 서면
안 되나요?
ATM에서 돈을 뽑는데
뒷사람이 너무 붙어선 거예요.

카드 비밀번호가 보일 정도였죠.
뒤에 선 분이 제 비밀번호를
볼 거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그래도 뒤에 자리가 충분했는데
최소한의 거리는
유지해줬으면 좋겠어요.
지하철, 에스컬레이터와 같은
공공장소에서도 그래요.
지나치게 밀착한 사람들 때문에
마음이 불편해요.
그런데 예민한 사람으로 보이거나
싸움이 날 까봐
솔직하게 ‘불편하다’ 이야기도
못하겠습니다.

-직장인 이모(27) 씨
이런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은
그만이 아닙니다.

“특히 공항에서 줄 설 때
뒷사람이 바짝 밀착해 서면
정말 불편해요.”
왜 빨리 안 가냐며
툭툭 치거나 밀고
험담을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렇게 불쾌하게 여행을 떠난 경험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대학생 임준태(23) 씨
최근 인터넷에선
‘공공장소에서 타인과의 거리’에 대한
논의가 벌어졌습니다.
“사람이 많은 곳에선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요.
실수로 부딪히기도 하고,
발을 밟을 수도 있는 건데
서로 이해할 수 있는 문제 아닌가요?

몸이 살짝 닿는 것조차 불쾌하다면
서울 같은 대도시에 살기는 어렵죠.”

-오승은(20) 씨

비슷한 상황에도
사람마다 의견이 다른 건
이유가 있습니다.

사람마다
‘적당한 거리’의 기준이
다릅니다.

덕성여대 문화인류학과
정진웅 교수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적당하게 느끼는 거리는 1.2~3.6m입니다.
공공장소에서 모르는 사람과의 거리가
1.2m 미만이 되면
보통 불편함을 느끼죠.

하지만 모두가 그런 건 아닙니다.
문화에 따라 
적당한 거리 수준이 다릅니다.
  
한국 문화 속에서도
세대, 성별, 경험 등 여러 가지 변수가 중첩적으로 작동합니다.
어릴 때 만원 버스 타고 다니며
옆 사람과 닿는 게 자연스러운 일상이었던 노년층의 공간감은

보통 개인주의적인 젊은 층 공간감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동성보다는 이성에 부담을 느낍니다.

모르는 동성과의 거리보다
모르는 이성과의 거리가 멉니다.
해외 경험도 영향을 미칩니다.

서양 등 한국과 다른 공간감 속에서
시간을 보내 거리 감각이 넓어졌다면

갑자기 좁히기는 쉽지 않습니다.
과거에는 불편하지 않았던 것들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한국 사회가 워낙 
빨리 변하니
세대 차가 큽니다.
우리 사회가 개인주의화 돼 가면서
사람과 사람 사이 적당한 거리는
지금처럼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기획 최재영, 권수연  그래픽 김태화

최근 인터넷에서 '공공장소에서 타인과의 거리'에 대한 논의가 벌어졌습니다. 타인이 너무 가까이 붙으면 불편하다는 사람, 그 정도는 참아야 한다는 사람 등 다양한 의견이 부딪쳤습니다. 같은 공간에서 사람마다 의견이 다른 건 이유가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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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최재영, 권수연 / 그래픽 김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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