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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너무 보고 싶어 배를 놓지 못했습니다" 가슴에 묻은 미수습자 5명의 사연

[리포트+] "너무 보고 싶어 배를 놓지 못했습니다" 가슴에 묻은 미수습자 5명의 사연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들이 어제(16일) 세월호가 거치된 전남 목포 신항을 떠나겠다고 밝혔습니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3년 7개월 만입니다. 미수습자 가족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세월호 선체 수색이 마무리되어가고 있는 지금 비통하고 힘들지만 이제 가족을 가슴에 묻기로 결정했다"고 말했습니다.

가족들은 "같이 울어주고 아파한 국민들에게 평생 갚지 못할 큰 사랑을 받았다"며, 사고는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세월호 참사를 거울삼아 어떤 사고에도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달라고 당부했습니다.
*그래픽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 일동]
"일각에서는 저희를 못마땅하게 보시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가족이 너무 보고 싶어 배를 놓지 못했습니다. 뼈 한 조각이라도 찾아 따뜻한 곳으로 보내주고 싶다는 간절한 희망으로 여기까지 왔습니다. 비통하고 힘들지만 이제 가족을 가슴에 묻기로 했습니다." //
미수습자들은 가슴에 묻기로 했다는 가족들, 오늘 리포트+에서는 미수습자 5명의 안타까운 사연을 되돌아봤습니다.

■ "함께 해준 국민께 감사하다" 참사 3년 7개월 만에 세월호 곁 떠나는 가족들

미수습자 가족들은 "수많은 갈등 속에서 더 이상의 수색은 무리한 요구라고 판단했다"며 남은 일들은 정부와 선체조사위원회의 몫으로 남겨두고 떠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도 "특별조사위원회 2기가 구성돼 세월호에 대한 의혹 없는 진상규명은 꼭 이뤄져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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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미수습자 가족 일동]
"함께 해주신 국민 여러분의 마음을 알기에 과감한 결정을 내릴 수 있었습니다. 이제는 저희와 함께 세월호로 인한 아픔을 조금 내려놓았으면 좋겠습니다. 미수습자 가족들은 국민 여러분들과 같이 아파해주신 마음을 잊지 않고, 이웃의 아픔을 함께하며 돌아오지 못한 가족들을 가슴에 묻고 열심히 살겠습니다." //
가족들은 "세월호 참사로 가족을 잃었지만 많은 것을 얻었다"며 사고 직후 전국에서 달려 와준 자원봉사자들, 물심양면으로 지원해준 지역 주민들, 위험을 감수하고 희생자를 찾기 위해 애쓴 잠수사 등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또 국민의 간절한 마음이 모여 세월호가 인양될 수 있었다고 덧붙였습니다.

■ 1,300여 일간의 기다림…그리고 남은 미수습자 5명의 이야기

세월호가 참사 이후 3년 만에 육지로 옮겨지고,미수습자 9명을 찾기 위한 수색 작업이 7개월간 이뤄졌지만 아직 5명은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가족들이 기다리는 미수습자는 단원고 2학년 학생이었던 남현철 군과 박영인 군, 단원고 양승진 교사, 부자지간인 권재근 씨와 권혁규 군입니다.
사연
음악적 재능이 뛰어난 남현철 군은 기타 실력이 상당했습니다. 현철 군은 세월호 참사로 세상을 떠난 단원고 이다운 군의 자작곡 '사랑하는 그대여'의 가사를 쓰기도 했습니다. 가족들은 진도 팽목항에 기타를 세워두고 현철 군이 돌아오길 기다렸습니다. 기타에는 '아빠, 엄마는 죽을 때까지 너랑 함께 살 거야. 이제 그만 집에 가자'는 메시지가 적혀 있습니다.

현철 군과 같은 반이었던 박영인 군은 만능스포츠맨으로 통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구기 종목을 좋아했고 특히 축구를 좋아해 체대에 진학하는 게 꿈이었습니다. 영인 군의 어머니는 사고 전 아들이 "축구화를 사달라"고 했지만 사주지 못한 게 마음에 걸려 사고 이후 새 축구화를 팽목항에 가져다 놓고 영인 군을 기다려왔습니다.
사연
양승진 교사는 학생들에게 듬직한 선생님이었습니다. 세월호 참사 당일 선체가 기울자 자신이 입고 있던 구명조끼를 제자에게 벗어주고 학생들이 있는 배 안으로 들어갔다가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세월호가 물 위로 모습을 드러낸 지난 3월 23일은 양 교사와 아내 유백형 씨의 33주년 결혼기념일이기도 했습니다.

권재근 씨와 아들 혁규 군은 온 가족이 제주도로 이사를 하던 길에 사고를 당했습니다. 참사 당시 막내딸은 구조됐지만, 권 씨의 아내는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고, 권 씨와 혁규 군은 아직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평소 한 살 어린 여동생을 끔찍이 아꼈던 6살 혁규 군은 여동생에게 구명조끼를 입히고 탈출을 도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오는 18일 목포 신항에서 영결식 열려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들은 내일(18일) 목포 신항에서 영결식을 치른 뒤 안산 제일장례식장과 서울아산병원에서 장례를 치를 예정입니다. 장례를 마친 뒤 가족들은 찾지 못한 유해 대신 생전의 유품을 태워 유골함에 안치하기로 했습니다.
세월호
(기획·구성: 윤영현, 장아람 / 디자인: 김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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