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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러질 듯 위태로운 건물들…곳곳 '아슬아슬'



"저쪽에 간격이 벌어진 것 안 보이능교. 곧 무너질 것 같은데 우얄라꼬 저래 놔두는지 모르겠습니다."

16일 오전 경북 포항시 흥해읍 남성리 한 2층 건물.

옥상으로 올라가는 계단 외벽이 곧 무너질 듯 위태로워 보였다.

당장에라도 아래로 떨어질 듯했다.

주변 상인이나 주민은 지나가면서 "위험해 보인다"며 한마디씩 했다.

그러나 이 건물 주변에는 현재 경찰이 쳐 놓은 통제선이 전부다.

사람이 지나갈 때 떨어지면 자칫 벽돌에 맞아 크게 다칠 수도 있는 상황인데도 그랬다.

2층 건물에 입주한 업주는 "벽이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아서 들어가지도 못하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불안해했다.

15일 규모 5.4 지진이 난 포항에 이렇게 위험에 노출된 현장이 한두 곳이 아니다.

그러나 행정력이 이런 데까지 미치지 않다가 보니 포항시는 마을 이장이나 통·반장 등을 통해 피해 현황을 접수하는 데 그치고 있다.

이 건물 바로 옆 2층 건물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아예 옥상으로 올라가는 계단실 외벽이 통째로 떨어져 나갔다.

아래 세워진 차는 심하게 부서졌다.

부서질 당시 지나가던 사람이 없어 천만다행이었다.

이 건물에 입주한 상인 김모(45·여)씨는 "어제 옆 상점에 가서 주인과 얘기하고 있다가 갑자기 지진이 나 둘이서 소리를 지르며 정신없는 시간을 보냈다"며 "진동이 지나간 뒤 밖으로 나와 보니 벽체가 떨어져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는 "지진 때 워낙 놀라서 떨어진 벽체에 차가 부서진 것도 몰랐다. 그때 차 근처에 있었더라면 큰일 날 뻔했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 건물 2층 교회로 올라가는 계단에는 금이 가 있고, 벽체 파편이 곳곳에 흩어져 있었다.

교회 황정식(53) 목사는 "지진이 났을 때 교회에 아무도 없어 다친 사람은 없다"며 "여진이 날수록 건물에 난 금 간격이 벌어지고 있어 걱정이다"고 말했다.

6개동 260가구가 사는 흥해읍 내 대성아파트도 상황이 심각하다.

일부 기둥이나 벽체가 무너지고 아파트가 기울면서 포항시가 모든 주민에게 대피령을 내렸다.

경찰과 의용소방대가 현장을 통제하면서 일부 주민은 급하게 집에 들어가 옷이나 지갑 등만 들고나오곤 했다.

한 80대 할머니는 "다른 것은 몰라도 계속 먹는 약이 있어서 약만 들고 오려고 한다"며 힘없이 말했다.

옷가지만 챙겨서 나온 이재일(72)씨는 "집에 들어가 보니 냉장고와 에어컨이 쓰러지고 난리도 아니다"고 말한 뒤 "당분간 아들 집에 가서 지내려고 한다"며 한숨을 쉬었다.

포항시 흥해읍사무소와 바로 옆 흥해실내체육관은 포항시, 소방·경찰 관계자와 대피한 주민, 자원봉사자가 엉켜 어수선했다.

상황실을 운영 중인 흥해읍사무소 내부도 벽에 금이 가고 파편이 떨어졌지만, 공무원들은 치울 경황조차 없이 끊임없이 걸려오는 전화와 민원인을 상대하느라 바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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