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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간 이어진 '노예 노동'…농장 주인 처벌은 '솜방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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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장애인을 노예처럼 학대하고 착취하는 실태를 고발하는 연속보도, 그 두 번째 시간입니다. 오늘(14일)은 우리 사회에서 지적 장애인에 대한 착취가 끊이지 않는 이유를 짚어보겠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가해자에 대한 처벌이 너무 약하기 때문입니다.

한상우 기자입니다.

<기자>

지적장애 3급인 57살 이광길 씨는 경북 상주의 한 농장에서 지낸 15년 세월이 끔찍했다고 말합니다.

[이광길/지적장애인 노동착취 피해자 : 이제 사람을 뭐 개 취급하는 것밖에 더 돼. 인간 대우 안 해주고, 마음 불안하게 하고….]

축구장 서른 개 넓이의 논농사에다 소 키우는 일까지 도맡아 하고도 한 달에 받은 돈은 불과 15만 원.

[마을 주민 : 일은 엄청나게 합니다. 말도 못 하게 하죠.]

일을 못 한다며, 수시로 욕을 먹기도 했습니다. 이 씨는 주변 도움으로 지난해 농장을 빠져나왔지만, 또 한 번 실망했습니다.

15년 동안 일을 했는데도 노동부가 인정한 체불 임금은 220여만 원이 전부였습니다.

현행법상 3년 치 밀린 임금만 청구할 수 있는 데다, 일을 별로 시키지 않았다는 농장 주인의 주장이 인정돼 하루 2시간만 근로시간으로 적용된 겁니다.

[농장주인 가족 : 사실은 우리는 걔가 있어도 되고, 없어도 돼요. 갈 곳이 없으니까, 데리고 있자 이렇게 됐는데….]

농장 주인은 상습협박과 근로기준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지만 1심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형을 선고받았습니다.

뒤늦게나마 밀린 임금을 줬고, 학대 행위도 증명하기 어렵다는 게 판결 취지였습니다.

지난 2014년, 60여 명의 지적장애인을 구해낸 이른바 전남 신안 염전 노예 사건의 가해자 33명 중 20명도 집행유예로 풀려났습니다. 앞선 사례와 비슷한 이유였습니다.

지적장애인을 노예처럼 부려 먹어도 나중에 밀린 임금만 주면 큰 처벌은 면할 수 있다는 얘깁니다.

[최정규/변호사 : 최저임금으로 그 임금을 줬다는 이유만으로 집행유예 선처를 한 것이 과연 적절한 것인지….]

지적으로 장애가 있는 사람에게 노예처럼 착취당한 사실을 스스로 증명하도록 하는 것도 제대로 처벌이 이뤄지지 않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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