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상납' 이병기 체포…남재준·이병호도 영장 검토

검찰이 박근혜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의 특수활동비 상납 의혹과 관련해 이병기 전 국가정보원장을 전격 체포했습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는 오늘(14일) 새벽 3시쯤 이 전 원장을 체포했다고 밝혔습니다.

검찰 관계자는 "조사 과정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 전 원장을 긴급체포했다"며 "향후 체포 시한 내에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검찰은 어제 오전 9시 30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한 이 원장을 상대로 국정원장 특수활동비를 청와대에 상납한 경위를 조사했습니다.

이 전 원장은 2014년 7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국정원장을 역임한 뒤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에 이어 박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냈습니다.

검찰은 남재준 전 원장 시절 월 5천만 원대이던 상납 액수가 이 전 원장을 거치며 월 1억 원으로 불어난 것으로 파악했습니다.

지난 정권의 남재준·이병기·이병호 전 국정원장은 국정원 특활비 총 40여억 원을 박 전 대통령 측에 뇌물로 상납해 국고에 손실을 끼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앞서 소환된 남재준·이병호 전 원장은 특활비 상납 경위에 대해 '박 전 대통령의 지시'로 여겨진 청와대 측 요구를 거부할 수 없었고 관행으로 여겼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병기 전 원장 역시 앞선 두 전 원장과 비슷한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전 원장은 검찰에 출석하면서 "국정원 자금이 청와대에 지원된 문제로 국민 여러분께 실망과 심려를 끼쳐드린 데 대해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검찰은 오늘 이병기 전 원장을 추가로 조사하고 나서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아울러 같은 혐의를 받는 남 전 원장과 이병호 전 원장에게도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