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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동물 살라고 만들어준 '탈출구'…따라 나가보니 찻길?

<앵커>

농사용 물을 공급하는 대형 농수로에 야생동물이 빠지는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당국이 부랴부랴 야생동물 탈출구를 만들었는데 오히려 위험한 길이 되고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 이용식 기자입니다.

<기자>

농사철이 끝나 텅 빈 농수로 안에 고라니가 갇혀 있습니다. 이리저리 헤매다가 콘크리트 벽 위로 뛰어오릅니다. 그러나 번번이 실패해 엉덩방아만 찧습니다.

대형 콘크리트 농수로는 폭이 15미터나 되고 높이가 2미터가 넘어 사람도 빠져나오기 어렵습니다.

[주민 : 한 해에 몇 마리씩 빠지고 죽는 게 많죠. 빠지면 힘을 못 쓰니까.]

이 농수로는 산에서 가깝다 보니 해마다 고라니들이 빠져 수난을 당하는데 취재팀이 찾아갔을 때도 두 마리가 고립돼 있었습니다. 하지만 울타리는 물론 탈출구조차 없습니다.

지난해 10월에야 농어촌 공사가 농수로 보수공사를 하면서 야생동물 탈출구 3개를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모두 찻길이나 마을 길로 연결돼 위험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탈출로를 통해 빠져나온다 하더라도 산과 들이 아닌 이처럼 찻길로 이어져 야생동물은 로드킬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탈출구가 만들어진 장소도 고라니들이 자주 다니는 곳이 아닙니다.

[농어촌공사 직원 : 본부에서 현장조사를 하고 설계를 할 때 위치를 지정해 주는 거죠.]

야생동물 무덤이 되고 있는 농수로. 야생동물을 살리겠다며 만든 탈출구도 죽음 길이 되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김민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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