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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용산역 앞에 30층 육군호텔을 짓겠다고?…취재 후기

육군 이기주의에 용산 재개발 좌초 위기

동세호 기자 hodong@sbs.co.kr

작성 2017.11.13 14:13 수정 2017.11.16 14:18 조회 재생수35,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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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층 육군호텔 조감도용산역 앞 금싸라기 땅에 국방부가 지하7층 지상 30층 규모의 육군호텔 건립을 추진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육군은 용산역 앞 ‘용사의 집’이 있던 자리에 4성급 대형 호텔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명분은 군 장병들의 복지를 위해서라고 한다. 4성급 호텔이 군의 복지에 특히 사병복지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의문이다.

서울 한가운데 육군호텔을 짓겠다는 것은 결국 장성을 비롯한 고급 장교와 예비역용에 불과하다. 이래놓고도 육군은 전체 객실 160실 중 45실이 사병용이니 장병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어느 사병이 무슨 돈으로, 그것도 별들이 즐비한 호텔을 이용할까? 고급 장교용 호텔로 보이기 뭐하니 사병용을 끼워 넣은 꼼수인 셈이다. 80년대 후반 기자 초년병 시절 용산역 앞은 넓은 광장과 군 휘장업체, 사창가가 혼재한 낙후된 지역이었다. 그런데 하루가 다르게 고층 건물이 들어서는 용산역 앞에 30층 4성급 육군 호텔이 들어서는 게 왜 문제일까?
용사의 집 철거부지 부감문제는 추진 배경과 무리하게 이뤄진 졸속 추진 과정이다. 30층 규모 육군호텔을 짓겠다는 ‘용사의 집’ 구역은 2006년 용산구가 재개발 지역으로 지정한 곳이다. 서울시와 용산구는 당초 용산역 앞 민간인 토지 14,534 제곱미터(4,400여 평)와 용사의 집 4,259 제곱미터(1,280여 평)를 합친 용산역 전면 1구역을 통합개발하기로 하고 재개발을 추진했다. 토지를 쪼개 개발할 경우 난개발이 우려됐기 때문이다.

이후 어정쩡하게 가운데를 차지하고 있는 20% 조금 넘는 국방부 소유 땅의 위치를 구역 내에서 옮기거나 다른 곳으로 대토해주는 방안 등이 논의됐으나 현 위치를 고수하려는 육군의 고집으로 무산됐다. 국방부가 현 위치를 고집한 이유는 ‘용사의 집’이 1969년 당시 박정희 대통령의 지시로 지어진 곳으로 역사성을 강조하며 서울 요지를 고집했기 때문이다.
용사의 집 준공당시 화면용사의 집 준공당시 화면서울의 상징적인 랜드 마크 복합건물 건립 계획을 세웠던 민간인 토지주들은 해외로부터 대형 투자제의를 받아놓고도 국방부와의 협상결렬로 개발계획을 진전시키지 못하고 전전긍긍했다. 이런 상황에서 2013년 박근혜 대통령 취임 후에 상황은 급변했다. 국방부가 용사의 집 자리에 지어지는 호텔 안에 박정희 기념관을 넣겠다는 그럴싸한 명분으로 2013년 11월 대통령 재가를 받아 용사의 집 재건립을 국책사업으로 밀어붙이기 시작 한 것.

대통령 재가를 받은 국책사업임을 내세워 2015년 4월 국방부는 용사의 집 자리를 용산 전면 1구역에서 따로 떼내는 구역분할까지 받아 단독 개발에 나선다. 구역분할에 반대하던 용산구와 서울시가 갑자기 왜 태도를 바꿨는지도 석연치 않다. 군 로비설이 파다했지만 어느 누구도 설득력 있는 답변을 하지 못했다. 당시 전후 사정을 잘 아는 용산구청장은 방송 인터뷰를 꺼려하며 기피하다 결국 담당업무를 맡은 지 1년도 안 되는 도시계획과 실무팀장에게 인터뷰를 미루었다. 실무팀장은 당연히 그건 잘 모른다는 답변 뿐 어느 누구도 설득력 있는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국방부가 구역분할에 성공하면서부터 육군 호텔 건립계획은 급물살을 탄다. 사업비도 당초 1,200억 원대에서 1,565억 원까지 불어나더니 현재 추가로 매입해야하는 땅값까지 합치면 추산된 사업비만 1,800억 원대로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결국 국민 혈세로 충당해야하는 돈이다. 사업비도 처음에는 사병들에게 PX에서 빵 등을 팔아 남는 수익금이 대부분인 군인 복지기금으로 충당하려 했다가 거센 비난을 받자 자산관리공사(캠코) 위탁개발 방식으로 바꾼다. 국방부가 육군호텔을 짓겠다는 결정 과정도 의혹 투성이다.

육군 호텔 건립 확정의 근거가 되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예비 타당성 조사에서도 적자를 우려해 민간인 이용율을 60%로 잡고 있다. 적자가 불 보듯 뻔하니 민간인 이용률을 높여 수익을 내겠다는 발상이다. 타당성 조사는 크게 경제성 분석과 정책 분석의 두 가지를 통과해야 한다. 육군은 무리하게 수익성을 높이는 방안으로 경제성 분석을 통과시키는 꼼수를 부린 것이다. 예비 타당성 조사에 참여한 한국개발연구원(KDI) 내부에서도 어떻게 수익이 가능하겠나며 반대가 많았다는 후문이다.

용사의 집 자리에 육군호텔이 지어질 경우 군 시설이 될 수밖에 없고 지역 발전에도 장애물이 될 가능성이 높은데도 육군측은 육군호텔을 군사지역으로 지정할지는 검토 중이라고만 했다. 전문가들은 그래서 육군호텔의 타당성과 실효성에도 의문을 제기한다. 상업시설들이 들어설 자리에 군 시설이 들어서는 게 타당하지 않고 더구나 용사의 집 부지의 협소함으로 호텔을 짓는다 해도 건물 내 에서 차를 돌릴 수 있는 회전 반경이 나오기 어려울 정도로 설계상의 난점도 지적되고 있는 상황이다.

국방부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기 전인 2017년 2월 서둘러 용사의 집을 허무는 철거작업에 들어갔으나 돌연 공사가 중단돼 울타리만 흉물스럽게 방치되고 있다. 부지 안에 포함된 500 제곱미터 가량의 철도 공사 땅이 뒤늦게 문제돼 사업승인인가가 보류됐기 때문이다.

철도공사 측은 그 땅은 사유지라 돈 내고 사가라는 것이고 국방부는 그 땅이 원래 도로 부지라 무상이라고 맞서고 있다. 용산구는 처음에는 그 땅이 도로부지라 무상이라 판단했다가 추가로 발견된 땅이 철도공사 소유이니 철도공사의 사용 동의가 없으면 사업승인을 못해주겠다는 입장이다. 기획재정부의 위탁을 받아 위탁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자산관리공사(캠코) 측은 부지에 일부 포함된 철도공사 땅은 철도청에서 철도공사로 전환되면서 사유지로 무상 공여 대상이 아닌데 무상으로 잘못 판단한 용산구의 법리 해석 오류로 판단하고 예산 추가 배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육군 측이 철도공사 땅을 매입하려면 땅값만 200억 원이 추가로 더 들어가고 사업비도 1,800억 원대로 늘어나 그에 따라 실시계획도 다시 짜야하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사의 집 땅을 관리하고 있는 육군 측은 기어이 그곳에 육군호텔을 짓겠다고 고집하고 있다. 서울에 장병들이 머물 숙박시설이 부족하다는 이유다.

사업추진단장을 맡아 육군 측 입장을 대변하는 육사출신인 육군 대령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육군호텔이라는 용어사용 자체를 꺼리면서 '용사의 집 재건립 사업'이라는 용어를 고집했다. 육군이 보낸 공문서에서도 박근혜 대통령이 재가한 국책사업이라고 강조해왔으면서도 정작 인터뷰에서는 대통령 재가사항은 아니라고 펄쩍 뛰었다. 새 정부가 들어선 상황에서 탄핵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언급해봐야 불리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육군 호텔 건립 계획의 근거가 된 한국개발연구원, 즉 KDI 타당성 조사에서는 육군호텔 적자 운영을 피하기 위해 육군호텔에 민간인 이용률을 60%대로 높이는 방안을 제시해놓고도 전혀 모르는 사실이라고 잡아떼기까지 했다. 전임자 일로 미뤘다.

당초 SBS의 인터뷰 요청을 꺼려하던 국방부가 마지못해 인터뷰에 응하면서도 대변인실은 발언을 통제하고 육군 측이 하고 싶은 얘기만 하도록 했다. 민감한 질문이 나오면 촬영을 중단시키고 추가 질문을 못하도록 했다. 1시간 가량 이어진 인터뷰는 서울시가 구역분할을 허가해 추진한 합법적인 사업이라고만 강조하고 민감한 것은 서울시에 물어봐라, 캠코에 불어봐라는 식으로 피해갔다.

그리고 서울에 군 복지 시설이 부족하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육군 장성급 내부에서도 이 사업의 실효성에 회의적인 반응이 많았지만 제발 자기 발언을 쓰지 말아달라고 간곡하게 요청해 방송에는 쓰지 않았다. 사병들 사이에서는 결국 “그건 장성들의 숙원사업 아니겠느냐”는 말이 나온다. "주적은 간부"라는 육군 전역병의 인터뷰도 깊은 여운을 남겼다.

2015년 문을 열고 군이 운영하고 있는 위례신도시 밀리토피아 호텔도 최근 2년간 45억 원의 적자를 기록한 상황에서 어떻게 육군호텔에서 수익을 내겠다는 건지 발상 자체도 놀랍다. 서울의 핵심 노른자위 좋은 위치에 있는 육군 땅에 장병을 위한 호텔을 짓겠다는 게 뭐가 문제냐는 식으로만 볼 문제가 아니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호텔인가?

차라리 그 자리를 공원으로 돌려 주는 건 어떨까. 민간과 마찰을 빚으며 난개발을 부추기면서까지 기어이 그 자리에 4성급 호텔을 짓겠다는 것은 육군의 이기주의에 다름 아니다. 국방부와 군은 진정으로 군 장병들의 복지를 위하는 것이 무엇인지 돌아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