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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김관진의 '적반하장' 식 입장표명과 MB의 '정치적 의무'

[취재파일] 김관진의 '적반하장' 식 입장표명과 MB의 '정치적 의무'
먼저 두 가지를 확실하게 해 둬야겠습니다. 첫째, 군 사이버사령부 심리전단의 불법 정치 개입 댓글 공작 행위는 이미 사법부 판단을 받았습니다. 그 행위가 군의 정치 관여고 불법이라는 사실은 판단이 끝난 사안입니다. 2심에서 1년 6개월 선고 받은 이태하 전 심리전단장의 판결문을 보면 이런 내용이 나옵니다. “여야 의견 대립이 첨예한 사안에 관한 댓글 공작, 특정 정당과 정치인에 관한 댓글 공작은 군의 정치 개입 행위다” 라고 판단합니다.

‘정치 관여 고의’도 있었다고 봤습니다. 이런 이유에는 심리전단 요원들이 남긴 글 내용뿐 아니라 2012년 대선 직후 상황실에서 ‘선거에서 승리했다며 530단 부대원들에게 박수 치게 한 행위’에서 판단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정당 사무실이 아니라 군에서 벌어진 일이라고는 믿기 힘든 광경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군은 상명하복 조직입니다. 이런 엄청난 일을 3급 군무원 신분인 심리전단장이나 사이버사령관 수준에서 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 당시 군의 조사 결과는 “개인적 일탈이지 군 수뇌부 개입은 없었고, 국정원 예산 지원도 없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것이 사실과 다르다는 증언과 증거가 잇따라 제기됐고, 국방부 재조사 TF에서 국정원 예산 지원과 군 수뇌부 개입 정황이 확인됐습니다. 김관진 전 국방장관이 검찰 앞에 선 건 이 때문입니다.

둘째, 2013년 국회에서 야당 의원들의 폭로로 단면이 드러났던 군 사이버사령부의 댓글 공작은 꼬리 자르기 식 조사로 덮어졌습니다. SBS를 비롯한 언론의 탐사취재로 이 사안이 다시 세상에 드러나게 했고, 군 수뇌부와 청와대 지시에 관한 증언도 확보해 공개했습니다. 정치권이 먼저 시작한 일도, 국방부에서 먼저 시작한 것도 아닙니다.

군의 정치개입이란 헌정 유린 행위에 대한 책임을 제대로 물어야 한다는 차원에서 탐사보도를 했고, 진실의 조각이 드러나게 된 겁니다. 정권의 의도나 정치 공방으로 물타기 할 이슈가 아니란 뜻입니다. 이런 이해를 바탕으로 김관진 전 국방장관의 검찰 출석 당시 발언을 들어보면 ‘적반하장’이란 단어가 떠오를 수 밖에 없습니다. 김 전 장관은 이런 말을 했습니다.

“북한의 기만적인 대남 선전선동에 대비해 만든 것이 국군 사이버사령부 심리전단이고, 그들은 본연의 임무 수행을 위해 최선을 다 했다” <11월 7일 검찰 출석 당시 김관진 전 장관 발언>
김관진 MB 지시
이 사안의 본질은 ‘본연의 임무 수행’을 해야 할 군 사이버사령부가 불법 정치 개입을 한 것으로 드러났는데, 그 책임은 3급 심리전단장에만 물었던 국방부 조사가 축소 은폐였다는 것입니다. 이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문건과 증언을 통해 김 전 장관이 적극 개입했고, 청와대 지시도 있었다는 것이 드러나고 있는 중이라는 게 핵심입니다. 2012년 대선을 앞둔 시점에 ‘대통령 지시’라면서 기획재정부 반대를 누르고 이례적인 군무원 증원을 해서 사이버사령부 댓글 부대에 배치했고, 이들이 적극적으로 불법 정치 개입 댓글 공작을 폈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이 과정에서 김 전 장관은 ‘호남 출신을 배제’ 하도록 지시했고,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우리 편을 뽑아라”는 지시를 했다는 것이 김 전 장관 검찰 조사에서 드러났습니다. 다시 말하면 김 전 장관이 군 사이버사 심리전단 본연의 임무 수행을 못하도록 지시했고, 불법 정치 개입 활동을 하도록 지시해 사이버사령부 조직에 엄청난 멍에를 지게 했다는 뜻입니다. 이런 김 전 장관이 사이버사령부 심리전단의 기능과 본연의 임무 수행을 언급하며 입장 표명을 했다는 점은 실망스럽습니다.
  
SBS 취재를 통해 추가로 확인된 사실이 또 있습니다. 2012년 대선을 앞두고 김관진 당시 장관이 자필 서명한 문건을 근거로 제시하면서 사이버사령부 심리전단의 지휘 계통까지 기형적으로 바꿨다는 겁니다. 사이버사령부 산하 심리전단의 지휘 통제를 연제욱 당시 국방부 정책기획관이 하도록 조정한 겁니다.

해당 문건 내용을 확인한 결과 심리전단과 연제욱 기획관은 실선으로 연결된 반면, 정작 지휘 계통에 있는 사이버사령관과는 점선으로 연결돼 있습니다. 실선은 지휘 통제를 뜻하며 반드시 보고를 해야 되는 라인이고, 점선은 보고를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지휘 협조 라인을 뜻합니다. 2012년 11월에 국방부 정책기획관이 된 연제욱 씨는 직전 사이버사령관으로 2012년 총선 댓글 공작을 지휘했던 인물입니다. 군 안팎에서 “매우 비정상적이며 말도 안 되는 지휘 통제”라고 평가한 이런 지휘권 변경을 왜 했는지 의혹이 커지는 이유입니다.
 
기형적 지휘권 변경으로 2012년 대선 당시 사이버사령부 심리전단은 연제욱 기획관-임관빈 국방부 정책실장-김관진 국방장관으로 이어지는 장관실 라인이 지휘 통제합니다. 당시 사이버사령부 고위 관계자 증언에 따르면 민감한 시기에 이런 지휘 통제를 한 이유는 청와대 개입을 쉽게 할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했습니다. 청와대 홍보수석이나 뉴미디어비서관 등이 국방부 장관 참모 라인에게 전화하는 건 나중에 그 사실이 드러나더라도 절차상 문제없는 통화지만, 사이버사령관 같은 일선 사령관과 통화한다는 건 다른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김관진 전 장관 구속영장 청구
남는 의문은 이겁니다. 과연 2012년 대선 당시에 지휘권 변경까지 하면서 국방부 장관 라인이 관여한 이유가 무엇인지, 청와대가 지휘권 변경을 빌미로 보다 적극 개입하게 된 것인지 등입니다. 이런 질문에 김 전 장관이 답을 해야 합니다.

‘군 본연의 임무 수행’을 망치도록 지휘했던 국방부 장관으로서, 자신의 부당한 지시를 따르느라 고초를 겪은 부하들을 생각하는 상관으로서, 이제라도 ‘적반하장’ 식 입장 표명이 아니라 진실을 이야기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명박 전 대통령도 “나라가 과거에 발목 잡혔다”는 말을 하며 정치 공방으로 몰아가려 할 때가 아니라 문건에 나온 ‘대통령 지시’는 무엇인지, 자신은 이 과정에 어디까지 관여했는지를 국민에게 설명해야 할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정치적 의무 있습니다. 전직 대통령의 통 큰 모습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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