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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뜨거워지는 지구, 인공 화산으로 식힌다?

[취재파일] 뜨거워지는 지구, 인공 화산으로 식힌다?
지난 1991년 6월 15일 필리핀 루손 섬의 피나투보 산에서 거대한 화산폭발이 발생했다. 100억 톤이라는 엄청난 양의 용암이 쏟아져 나왔고 화산재와 화산가스가 주변 하늘을 뒤덮었다. 특히 1천만 톤 ~ 2천만 톤에 달하는 엄청난 양의 이산화황(SO2)도 함께 분출됐다. 분출된 이산화황은 대류권 위에 있는 성층권까지 올라가 지구를 뒤 덮었고 들어오는 햇빛을 흡수 또는 반사시켰다. 들어오는 햇빛이 10% 정도나 줄어들면서 북반구 평균 기온은 화산 폭발 전보다 0.4~0.6℃나 떨어졌고 전 지구 평균 기온도 0.4℃나 떨어졌다(자료: Wikipedia).

지구온난화로 점점 뜨거워지는 지구를 식히기 위해 피나투보 화산과 비슷한 인공 화산을 만들면 어떨까? 화산이 발생했을 때처럼 성층권에 이산화황을 주입하면 지구로 들어오는 햇빛이 줄어들어 지구기온이 뚝 떨어지지는 않을까? 자연 화산을 모방해 뜨거워지는 지구를 식히려는 이 같은 지구공학(geoengineering)적인 연구가 최근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미국 국립대기과학연구소(NCAR)를 비롯해 미국과 영국 등 국제 공동 연구팀이 성층권에 이산화황을 주입해 지구온도를 낮추는 연구를 집중적으로 실시하고 그 결과를 지구물리연구 저널(Journal of Geophysical Research)에 5편의 논문으로 나눠 발표했다(참고문헌 참조). 성층권에 이산화황을 주입해 지구로 들어오는 태양 복사를 조절해 지구온도를 낮추는 방법은 지금까지 나온 다양한 지구공학적인 방법 가운데 대표적인 방법이다.

연구팀은 우선 대류권과 성충권의 대기 운동과 현상, 대기를 구성하는 물질의 화학 반응까지 시뮬레이션 할 수 있는 프로그램(소프트웨어)인 모델을 구성했다.

연구팀은 온실가스 배출을 억제하지 않고 지금처럼 계속해서 배출(RCP8.5)하더라도 지구 평균기온을 2020년도 수준(2015~2024년 평균)에 머물게 하는 것을 목표로 가정하고 실험을 했다. 화산이 발생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성층권에 이산화황을 주입해 지구로 들어오는 태양 복사를 조절함으로써 온실가스를 계속해서 배출하더라도 지구 평균기온이 더 이상 오르지 않게 할 수 있는 최적의 방법을 찾아내는 실험을 한 것이다.

연구팀은 적도와 남⋅북위 15도, 30도, 50도 상공 성층권 하부에 이산화황을 주입하는 방법을 실험했다. 이산화황을 주입하는 고도는 대류권계면에서 상공으로 5km 이내 높이로 적도의 경우 20~25km 고도에 주입했다. 자연 상태에서 화산 발생 시 이산화황이 많이 분포하는 고도를 참고한 것이다. 이산화황을 주입하는 다양한 지역과 고도, 그리고 주입하는 양을 조절하며 어느 지역, 어느 정도의 고도에서 얼마만큼의 양을 주입하는 것이 온난화 억제라는 목표를 효과적으로 달성하면서도 다른 부작용을 최소화 할 수 있을지 찾아내는 실험을 한 것이다.

다양한 실험 결과 어느 한 지역에서 이산화황을 주입하는 것보다 남반구와 북반구 여러 군데에서 동시에 일정한 속도로 그리고 지속적으로 주입하는 것이 전 지구적인 기온상승을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면 북위 15도와 30도, 남위 15도와 30도 4군데에서 성층권 하부에 1년에 총 1,400만 톤의 이산화황을 주입할 경우 남위 30도에서 1년에 580만 톤, 남위 15도에서 370만 톤, 북위 15도에서 20만 톤, 북위 30도에서 430만 톤을 주입하는 방법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대기 중 온실가스가 늘어날수록 2020년 수준의 전 지구 평균기온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주입하는 이산화황도 매년 늘려야 했는데 이번 세기 말에는 피나투보 화산이 배출했던 양의 거의 5배나 주입해야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으로도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지만 지구공학적인 방법을 적용할 경우 인류가 지금처럼 계속해서 온실가스를 배출하더라도 지구 평균기온을 현재와 비슷하게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확인했다는 것과 그 방법의 장단점을 일부 확인한 것이 이번 연구의 결과다. 온실가스를 지속적으로 배출할 경우와 온실가스를 배출하면서 지구공학을 적용할 경우 2040년과 2080년, 그리고 21세기 지구 기온 분포는 아래 그림과 영상에서 확인할 수 있다(그림과 영상 참조).
전 지구 기온 분포

<인공 화산 실험 결과 보러가기> ☞ https://www.youtube.com/watch?v=Rsb-8sqaiqw


인류가 온실가스 배출을 통제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억제할 수 있는 방법은 있다는 것인데, 과연 지구온난화를 지구공학적인 방법으로 해결하는 것이 올바른 것일까? 이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하는 사람이 많다. 실제로 실행에 옮기기까지는 풀어야할 과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연구팀 스스로도 지구공학이 미칠 부작용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다고 인정할 정도로 고려해야 할 문제가 많다.

논문에도 언급이 되었듯이 성층권 하부에 이산화항을 주입하게 되면 이산화황이 태양 복사를 흡수하면서 성층권 하부가 뜨거워진다. 성층권 하부의 에너지 분포가 달라지면서 성층권의 대기 흐름도 지금과는 크게 달라진다. 뿐만 아니라 지구 평균 기온이 상승하지 않고 유지된다고 해서 모든 지역의 온도가 지구온난화가 일어나기 전과 같은 상태로 다시 돌아간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어느 지역의 온도는 더 많이 떨어지고 어느 지역의 온도는 적게 떨어진다. 강수량 분포도 달라진다. 어느 지역은 가뭄이 심해지고 어느 지역은 홍수가 늘어난다. 전 지구 평균기온은 유지된다고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또 다른 형태의 기후변화가 나타나는 것이다. 인류가 아직 생각하지 못한 또 다른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

국가나 지역 간의 의견 불일치도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인류의 지속적인 생존을  위해서라고 하지만 당장 지구온난화로 이득을 보는 지역이나 국가는 지구공학까지 동원해 지구온난화를 억제한다는 것이 그리 반가운 소식은 아니다. 지구공학적인 방법을 실행할 경우 엄청난 기후변화나 피해가 우려되는 지역이나 국가는 지구공학적인 방법을 받아들이기 더욱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고 그들에게 희생을 요구할 수도 없을 것이다.

특히 지구공학적인 방법이 지구 평균기온을 상승하지 못하게 억제할 수는 있지만 온실가스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인류가 계속해서 온실가스를 내뿜는 만큼 대기 중 온실가스는 지속적으로 늘어난다. 성층권에 끊임없이 이산화황을 주입하더라도 대기 중에 늘어나는 이산화탄소로 인해 바다는 계속해서 산성화가 진행될 수밖에 없다. 기온 상승은 멈출 수 있지만 이 방법으로는 해양산성화로 인한 해양 생태계 파괴는 결코 막을 수 없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가 늘어나는 만큼 육상 생태계 역시 이상이 초래될 수밖에 없다.

대기 중에 온실가스가 많은 만큼 언제든 지구공학을 멈추는 순간 지구온난화는 다시 급격하게 진행될 수밖에 없다. 기후변화가 폭발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 20km 고도의 성층권 하부에 이산화황을 매년 수 천만 톤씩 끊임없이 뿌리는 것도 쉬운 문제가 아니다. 기술이 발달하고 비행기나 로켓, 기구, 수송 파이프 등을 이용한다고 하지만 이 또한 쉬운 문제가 아닐 수 있다. 지구공학적인 방법을 컴퓨터 시뮬레이션이 아닌 현실에 실제로 적용했을 때 기대했던 효과가 나타날 것인지도 두고 볼 일이다.

이 같은 모든 문제에도 불구하고 또 가정하고 싶지 않지만 지구공학을 하나의 대책으로 선택해야만 하는 시점이 온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연구팀은 어쩔 수 없이 지구공학을 선택해야 하는 시점이 올 경우 결정권자나 우리 사회가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지구공학의 가능성과 장점, 문제점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더욱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의 근본적인 원인은 인간이다. 문제를 일으킨 것이 인간인 만큼 해결해야할 의무 또한 인간에게 있다. 모든 선택은 인간의 손에 달려 있다.

<참고 문헌>

* NCAR, New approach to geoengineering simulations is significant step forward
https://www2.ucar.edu/atmosnews/news/129835/new-approach-geoengineering-simulations-significant-step-forward

* Michael J. Mills, Jadwiga H. Richter, Simone Tilmes, Ben Kravitz, Douglas G. MacMartin, Anne A. Glanville, Joseph J. Tribbia, Jean-Francis Lamarque, Francis Vitt, Anja Schmidt, Andrew Gettelman, Cecile Hannay, Julio T. Bacmeister, Douglas E. Kinnison. Radiative and chemical response to interactive stratospheric sulfate aerosols in fully coupled CESM1(WACCM). Journal of Geophysical Research: Atmospheres, 2017; DOI: 10.1002/2017JD027006

*  Simone Tilmes, Jadwiga H. Richter, Michael J. Mills, Ben Kravitz, Douglas G. MacMartin, Francis Vitt, Joseph J. Tribbia, Jean-Francois Lamarque. Sensitivity of aerosol distribution and climate response to stratospheric SO2 injection locations. Journal of Geophysical Research: Atmospheres, 2017; DOI: 10.1002/2017JD026888

*  Jadwiga H. Richter, Simone Tilmes, Michael J. Mills, Joseph J. Tribbia, Ben Kravitz, Douglas G. MacMartin, Francis Vitt, Jean-Francois Lamarque. Stratospheric Dynamical Response and Ozone Feedbacks in the Presence of SO2 Injections. Journal of Geophysical Research: Atmospheres, 2017; DOI: 10.1002/2017JD026912

*  Douglas G. MacMartin, Ben Kravitz, Simone Tilmes, Jadwiga H. Richter, Michael J. Mills, Jean-Francois Lamarque, Joseph J. Tribbia, Francis Vitt. The climate response to stratospheric aerosol geoengineering can be tailored using multiple injection locations. Journal of Geophysical Research: Atmospheres, 2017; DOI: 10.1002/2017JD026868

*  Ben Kravitz, Douglas G. MacMartin, Michael J. Mills, Jadwiga H. Richter, Simone Tilmes, Jean-Francois Lamarque, Joseph J. Tribbia, Francis Vitt. First simulations of designing stratospheric sulfate aerosol geoengineering to meet multiple simultaneous climate objectives. Journal of Geophysical Research: Atmospheres, 2017; DOI: 10.1002/2017JD0268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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