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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에 숨어있는 '만성 염증', 20년 뒤에 치매 만든다

<앵커>

우리나라 65세 이상 연령층에서 치매를 진단받은 사람이 72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이 추세라면 2025년에는 1백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아직 치매의 정확한 원인이나 치료법은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최근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는 연구결과가 발표됐습니다. 조동찬 의학전문 기자와 자세히 얘기 나눠 보겠습니다.

조동찬 기자, 먼저 어떤 연구결과인지 설명해 주시죠.

<기자>

세균이나 바이러스 같은 외부 균이나 술, 담배 같은 외부 물질이 몸속에 들어오면 면역 세포는 염증 반응을 일으켜 방어합니다.

그런데 몸의 방어 작용인 염증 반응이 치매와 관련 있다는 것입니다. 40대 동갑내기 남성, 두 명을 상대로 인지 기능을 측정해봤습니다. 모두 정상입니다.

이번엔 피 검사를 통해 5가지 염증 반응 물질을 측정했습니다. 한 남성은 모두 정상 범위였지만, 다른 남성은 ESR 이라는 염증 수치가 높게 나왔습니다. 평소 과음한 게 주요인으로 보입니다.

[최인선 (40세)/직장인 : 술은 일주일에 2번 정도 마시는데, (한 번 마실 때) 소주 1병 맥주 500㏄ 3잔 정도 마십니다.]

지금 40대 남성을 대상으로 측정한 혈액 속 염증 수치가 20여 년이 지나 이들이 6~70대가 되었을 때 치매에 걸릴 위험성이 얼마나 되는지 결정할 수 있다는 겁니다.

<앵커>

젊을 때 염증 반응이 잦으면 그게 치매의 원인이 된다는 것인가요?

<기자>

4~50대에 염증 반응이 잦으면 20년 뒤에 치매에 걸릴 위험도가 최대 3배 넘게 높아질 수 있다고 분석됐습니다.

미국 존스 홉킨스 의대는 건강한 4~50대 성인에게 혈액 속 염증 수치 5가지를 측정해 놓고 24년 후 이들이 70대가 되었을 때 뇌 부피와 치매 유무를 조사했습니다.

20여 년 전 혈액 속 염증 수치 다섯 가지 중 3개 이상 높았던 사람은 뇌 부피가 5% 이상 더 줄었습니다.

특히 기억을 담당하는 뇌 부위가 눈에 띄게 작아졌습니다. 방어 반응이 지나치게 잦으면 오히려 뇌에는 독이 되기 때문입니다.

[김광준/세브란스병원 노년 내과 교수 : 신체에서 나타나는 염증 뇌의 크기를 줄일 뿐만 아니라 알츠하이머 치매 때 나타나는 반응과 같다는 걸 입증한 것입니다.]

4~50대 염증 반응을 자주 겪어서 혈액 속 염증 수치가 높아지면 나이 들어서 뇌가 더 작아지고 치매 위험이 높아진다는 것을 직접 입증한 연구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앵커>

혈액 속 염증 수치는 어떨 때 올라갑니까?

<기자>

외부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몸속에 침투했을 때 그럴 수 있고 또 류마티스 질환처럼 몸속 면역세포가 자신의 몸을 공격하는 자가면역성 질환을 앓고 있거나 관절염이나 치주염 같은 만성 염증성 질환을 앓아도 염증 수치는 높아집니다.

그뿐만 아니라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같은 만성 성인병이 있는 환자에서도 염증 반응은 쉴 새 없이 일어나고, 술을 마시거나 담배를 피우는 사람도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혈액 속 염증 수치가 높아집니다.

세균과 바이러스에 의한 염증 반응은 일시적이지만 술, 담배와 만성병으로 인한 염증 반응은 일상적이라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앵커>

그런데 한번 혈액 검사 한 거로 그 사람의 평소 염증 반응 상태를 알 수 있을까요?

<기자>

단 한 번의 검사로 24년 후 뇌 용적 감소의 인과 관계를 결론지은 것은 분명한 한계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한계점에도 불구하고 이 연구가 채택된 이유에 주목할 필요가 있는데 이 연구에서는 염증 반응을 측정하기 위해 5가지 지표물질을 활용했는데, 일시적 염증은 물론 일상적 염증까지 반영했고 또 내가 지금 혈액 속 염증 수치가 높다면, 그것이 감기든 술이든 만성병이든 평소 나의 상태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겠죠.

4~50대부터 감기에 덜 걸리도록 술과 담배에 덜 노출되도록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상태에서 서둘러 벗어나도록 노력하는 게 가장 좋은 치매 예방약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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