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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정리 좀 해 줘!…사람 헷갈리게 하는 '우리말'

한국에서 제일
이상한 단어
사람 눈치 보게 하는
단어가 있습니다.

이 단어가 출몰하면
눈치보고
문맥을 파악해야 합니다.

그래야 뜻을 알 수 있기 때문이죠.
연패 連敗
싸움이나 경기에서 계속하여 짐

연패 連?
운동경기 따위에서 연달아 우승함

잘못 해석했다간
바보 되기 십상입니다.
그래서 이 단어는
여론의 가혹한 뭇매를 맞고 있습니다.
연패를 자주 쓰는 사람은
다름 아닌 스포츠 기자입니다.

SBS 이정찬 기자는 10월 한 달 동안
독자들 헷갈리게(!!)
‘연패’라는 단어가 들어간 기사를
6건이나 썼습니다.
연패요? 허허.
기사 제목에서는
이 단어를 피하기 쉽지 않죠.

보통 10자 내외로 제목을 쓰는데
이 단어를 쓰면 짧고 효율적이거든요.

‘3시즌 연속 우승’을
‘3연패’로 줄일 수 있죠.

사실 ‘연패’라는 단어 해석에
큰 어려움이 있을 거라곤
생각하지 않았어요.

스포츠 팬은 보통
경기 흐름과 팀 경기력을
파악하고 있거든요.

하지만 스포츠를 잘 모르는 독자들에게는 불친절한 기사일 수 있겠네요.
(ㅜㅜ)
SBS 이정찬 기자
이런 경우는
‘연패’가 끝이 아닙니다.
고용인
1 삯을 주고 사람을 부리는 사람
2 삯을 받고 남의 일을 해 주는 사람

고용자 
1 삯을 주고 사람을 부리는 사람
2 삯을 받고 남의 일을 해 주는 사람

편독
1 한 방면에만 치우쳐 책을 읽음
2 치우치지 아니하고 두루 책을 읽음
한글에 한자가 많아 
이런 일이 생깁니다.

한자로 쓰면 식별할 수 있지만
한글로 쓰면 동음이의어가 되죠.

이런 단어는
문맥으로 파악할 수밖에 없습니다.

서울대 국어교육과
민현식 교수
연승과 연패,
둘 다 이겼다는 말인데
뭐가 다른가요?


연승: 하나하나의 경기에서 이겼을 때
연패: 올림픽 등의 대회에서 연속으로 우승했을 때 씁니다.

졌다는 뜻 ‘연패’도 마찬가지.
경기 단위에서 연속으로 패배했을 때
‘연패’라고 합니다.
서울대 국어교육과
민현식 교수
좀 더 쉽게
가르쳐주세요!

이겼을 때 ‘패’를
‘패권을 잡았다’라고 해석하면 쉬워요.

‘작년에 이어 2연패’라면
‘지난해부터 2년째 패권을 잡았구나’라고 이해하면 되죠.

서울대 국어교육과
민현식 교수
그런데 꼭 한자가 아니더라도
헷갈리는 단어가 있습니다.

헬스를 끊다: 헬스를 시작하다
헬스를 끊다: 헬스를 그만두다
자연스러운 언어 현상입니다.

말은 사회, 문화 등의 다양한 영향을 받습니다.

여기서 ‘끊다’는 
‘표를 끊다’에서 온 ‘시작하다’
‘끊어버리다’에서 온 ‘그만두다‘라는 뜻 두 가지죠.

서울대 국어교육과
민현식 교수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언어는 스스로 조정해나갑니다.

소통 장애가 오면 사람들은
‘끊다’ 대신
‘가입하다’, ‘그만두다’ 등 
다른 말을 사용하기 시작하겠죠.

어떤 단어든 사람들이 이해하기 쉬운 방향으로 조정될 거라고 봅니다.



서울대 국어교육과
민현식 교수
헷갈린다고 너무 미워하지 마세요.

언젠가는 사라져
추억의 단어가 될 수 있잖아요?

스포츠 기사에는 '연패'라는 단어가 많이 쓰입니다. 연패에는 '연속으로 졌다', '연속으로 우승했다'는 두 가지
상반된 뜻이 있습니다. 사람들이 혼란스러운 이유입니다.

기획 최재영, 권수연 / 그래픽 김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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