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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방송통신위원장이 통신사를 스토커라 부른 이유는?

'스토킹'을 '구애'라고 우기는 통신사들

채희선 기자 hschae@sbs.co.kr

작성 2017.11.08 08:30 수정 2017.11.08 10:17 조회 재생수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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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방송통신위원장이 통신사를 스토커라 부른 이유는?
▲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

올 초 LG유플러스 전주 콜센터 직원 사망 사건이 있었습니다. 정확히는 LB휴넷이라는 외주업체에서 발생한 사건이지만, 원청기업인 LG유플러스도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어 보입니다. LG유플러스는 이동통신 3사 가운데 유일하게 콜센터를 외주로 운영하는데, 전국을 5개 권역으로 나눠 실적 경쟁을 치열하게 붙여왔기 때문입니다. 일각에서는 원청 기업에서 실적을 따지는 게 무슨 잘못이냐고 되물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콜센터의 업무, 특히 '해지방어'라는 업무 성격을 살펴보면 얘기는 달라집니다. 해지방어란, 고객이 서비스 해지를 요청했을 때 이를 어떻게든 막아야 하는 일입니다. 전기통신사업법에서는 정당한 사유 없이 이용자의 해지권을 제한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위법 우려가 매우 큽니다. 그런데, 이를 못하면 상담원들은 "회사를 그만두어라"는 퇴사 압박까지 받다 보니 불법을 저지르는 경우가 않습니다. 실제, 통신사 콜센터에서 일했던 상담원은 "전화를 20분씩 질질 끌면서 소비자를 지치게 하거나, 상품권을 준다고 속이는 일까지 한다"며 "회사가 해고까지 운운하며 압박하기 때문"이라고 털어놨습니다.
[취재파일] 방송통신위원장이 통신사를 스토커라 부른 이유는? 채희선 기자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6월부터 통신사의 해지방어 실태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콜센터 상담원의 고용 문제는 고용노동부의 몫이지만, 이런 비정상적인 마케팅 때문에 통신서비스 이용자의 이익이 침해되고 있다고 판단한 겁니다. 앞서 언급한 통신사 상담원도, 정보에 취약한 노인이 서비스 해지를 요구하면 해지는커녕 고가의 결합상품에 추가로 가입시키는 경우까지 있다고 말했습니다. 워낙 통신 상품이 복잡하다 보니, 노인들은 "상품권을 주겠다", "무료다"라는 말 몇 마디면 쓰지도 않는 초고속 인터넷까지 순순히 가입한다는 겁니다. 방통위는 이번 실태 조사를 통해 해지방어 피해 사례를 상당수 확인했고, 지난 9월 말 통신사에 대한 행정처분을 내릴 방침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로부터 한 달이 훌쩍 넘은 지금까지 행정 처분은 감감무소식입니다. 그 이유를 두고, 방통위에서는 LG유플러스의 해괴한 소명, '법률 태클' 때문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첫째, '해지방어가 아니라 마케팅이다'라는 주장입니다. 고객이 해지하겠다고 말한 시점에 이미 계약은 끝난 것으로, 이후에는 신규 가입자 유치를 위한 마케팅이지 해지방어가 아니다. ▲둘째, 통화 시간이 길지만, 전화는 한 번 했으므로 방통위 가이드라인에 어긋남이 없다. 방통위는 서비스 품질 불만으로 해지를 요구한 경우에 한해 고객에게 딱 한 번 전화하도록 행정지도 한 바 있습니다. ▲셋째, 해지방어 기간 동안 소비자에게 요금을 부과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용자 피해가 없다는 주장입니다. 소비자가 끝까지 해지하겠다고 우기면(?) 요금 부과를 중단한 사례가 있는 건 사실입니다. 대신 명의 변경이나 일시 정지까지 권하며 해지를 제한한 것도 함께 확인됐습니다.
통신사 콜센터 거짓 상담방송통신위원장과 상임위원, 사무처 직원들은 황당논리에 순간 할 말을 잃었습니다. 모두 상식과 동떨어진 데다, 논리도 아전인수로 끼워 맞췄기 때문입니다. 정적도 잠시,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이 LG유플러스를 두고 '스토커'나 다름없다고 질책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연인으로부터 이별을 통보받아놓고, 끈질기게 다시 사귀자고 괴롭히면 그건 '구애'가 아니라 '스토킹'이다. 전화를 한 번 했든 두 번 했든 못 끊게 2, 30분씩 붙잡으면 스트레스가 얼마나 크겠나. 바로 이게 정신적 피해다." 이보다 더 명쾌한 비유가 있을까요. 한 달여 간 고심한 방통위. 가입자를 스토킹한 통신사들에게 방통위가 과연 어떤 처분을 내릴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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