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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최초 '아빠 육아휴직' 받은 어느 남자의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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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ar. 마이 부장님
부장님, 잘 지내고 계시죠?
어느덧 1년하고도 3개월이 지났네요. 가끔 회사 생각이 나요.
“에이, 남자가 무슨 육아휴직이야.  돈 벌어야지!”

기억나세요?
제가 2년 전쯤 한 술자리에서
육아휴직하고 싶다고 했더니
다들 이렇게 이야기했었죠.
사실 저 육아휴직 내려고 1년을 눈치봤어요.
육아휴직하겠다고 넌지시 예고도 하고, 실제로 육아휴직 신청했다가 다시 생각해보란 말에 좌절한 적도 있습니다.
그런데 부장님, 그거 아세요?
그래서 저, 더욱 힘내서 육아휴직하겠다고 다짐했어요.  

아빠가 될 동료와 후배들에게 
길을 터줘야겠다고 생각했거든요.
긴 설득 끝에 마침내 육아휴직을 허락 받고 정말 너~~무 기뻤어요! 육아 달인이 되리라, 결심도 했죠.
그런데 막상 육아를 해보니 
진짜 만만치 않았습니다.

안 먹겠다고 칭얼대면 겨우 달래 먹이고 어린이집에 보낸 뒤엔 정신없이 집안일 하고, 하루 종일 아이를 쫓다보니 아이가 아프면 저도 병이 났어요.
하지만 비교할 수 없는 기쁨도 있습니다.

아이의 잠든 얼굴만 잠깐 보던 시절, “우리 아이가 나를 아빠로 알긴 할까” 두려울 때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이젠 아이가 저를 먼저 찾아요. 진짜 아빠가 됐다는 느낌에 뭉클합니다.
육아휴직 덕에 얻은 소중한 게 또 있습니다. 더 돈독해진 부부사이입니다. 
사실 육아휴직 전에는 육아에 지쳤다며 짜증내는 아내를 이해하기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육아휴직을 하면서 저 역시 육아 우울증을 겪었고, 
하루 종일 집안일에 시달리다 
벽 보고 혼자 중얼대는 일도 있었습니다. 내가 왜 육아를 하고 있나 자괴감이 밀려올 때도 있었어요.
“오늘 어린이집에서 이런 일이 있었대”
“당신, 오늘 정말 수고했어”

그럴 때 도움이 된 건 아이를 재운 뒤 아내와 함께하는 맥주 한 잔이었습니다.

정말로, 육아는 부부가 함께해야 해요.
“마음 단단히 먹어! 혼자 감당하기 힘들다. 형이 도와줄게!”

참, 우리 회사 예비 아빠들에게 
저 대신 이렇게 좀 전해주세요. 
 
육아휴직 내고 싶은데 뭘 해야 할지 막막해하더라고요.
끝으로, 부장님께 감사 인사 드립니다. 우리 부서 최초로 ‘아빠 육아휴직’을 허락하셨고, 얼마 전 제 육아휴직도 연장해주셨죠.

부장님 덕분에 우리 회사도 
‘아빠 휴직’이 자리잡을 수 있을 겁니다.
우리 회사가  일과 가정이 공존하는 모범 사례가 되길 바라며, 
저는 곧 회사에서 뵙겠습니다. 

PS. 부장님, 저 종종 칼퇴할게요~
관련 사진

“에이, 남자가 무슨 육아휴직이야"
아직도 이렇게 생각하는 부장님이 계신가요? 이런 부장님 때문에 속앓이 중이신가요? 육아휴직이 어떤 좋은 변화로 이어졌는지 확인해보세요. 회사 최초로 아빠 육아휴직을 얻어낸 분이 부장님께 보내는 편지입니다.

기획 하대석, 이아리따 / 구성 권예진 인턴 / 그래픽 김태화 / 제작지원 바디프랜드
(SBS 스브스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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