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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급증하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 300만 년 만에 최고…2차 저지선도 뚫리나

안영인 기자 youngin@sbs.co.kr

작성 2017.11.02 10:17 수정 2017.11.02 11:18 조회 재생수3,0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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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대표적인 온실가스인 대기 중 이산화탄소(CO2) 농도가 또다시 기록을 경신했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지난 10월 30일 펴낸 온실가스 연보에서 지난해(2016) 전 지구평균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403.3ppm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2015년 인류의 1차 심리적 저지선인 400.0ppm을 뚫은 데 이어 1년 만에 3.3ppm 증가라는 기록적인 속도로 2016년에 또다시 기록을 갈아치운 것이다.

지구 역사상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지금과 비슷한 400ppm까지 올라갔던 시기는 지금부터 300만~500만 년 전인 신생대 제3기 마지막 지질시대인 선신세(鮮新世, 플라이오세, Pliocene) 중기의 일이다. 적어도 300만 년 만에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최고를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300만 년 만에 최고인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인류의 1차 심리적 저지선인 400ppm을 넘어서 빠르게 상승하고 있지만 사실 지구 역사상 최근까지만 해도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280ppm을 크게 밑돌았다(아래 그림 참조, 자료:WMO). 마지막 빙하기가 끝날 무렵인 약 1만6천 년 전까지만 해도 200ppm을 밑돌았고 이후 1만 년이 넘는 상당히 긴 시간을 두고 아주 서서히 증가했다.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마지막 빙하기가 끝나면서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260ppm을 넘어섰다. 특히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1750년 산업화 이전까지만 해도 280ppm을 밑돌았다. 하지만 산업화 이후 농도가 급격하게 높아졌고 특히 1950년대부터 70년 동안에는 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로 가파르게 농도가 높아졌다. 지난 70년 동안 대기 중 이산화탄소 증가 속도는 마지막 빙하기 때 이산화탄소 증가 속도보다 100배나 빠르다고 연보는 지적하고 있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자료=WMO)화석연료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고 탄소를 적게 배출하는 각종 신기술이 등장하고는 있지만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계속해서 급격하게 높아지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도 인류가 엄청난 양의 이산화탄소를 지속적으로 배출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지구촌 곳곳에서 지속적인 화석연료 사용과 산림파괴, 인구증가, 과도한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일부는 슈퍼 엘니뇨의 영향도 있었던 것으로 WMO는 보고 있다. 2015~2016년 발생한 슈퍼 엘니뇨의 영향으로 적도 지역에서 가뭄이 발생하기도 했는데 이로 인해 적도 생태계나 해양에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양이 예년보다 감소했다는 주장이다. 그만큼 대기 중 이산화탄소는 늘어났다는 것이다.

이산화탄소만 급증한 것이 아니다. 이산화탄소보다 더 강력한 온실가스인 메탄(CH4) 농도도 현대 관측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메탄은 대기 중에 머무는 시간이 이산화탄소보다는 짧지만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정도(지구온난화지수, GWP)는 이산화탄소보다 훨씬 크다. 20년을 기준으로 할 때 메탄이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정도는 이산화탄소의 56배, 100년을 기준으로 할 때도 이산화탄소의 21배나 된다. 2016년 대기 중 메탄 온도는 1853ppb로 산업화 이전 대비 157%나 급증했다. 현대 관측사상 신기록이다.

메탄보다 더 강력한 온실가스인 아산화질소(N2O) 또한 급증했다. 아산화질소가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정도는 20년을 기준으로 할 때 이산화탄소의 280배, 100년을 기준으로 할 때는 이산화탄소의 310배나 된다. 2016년 대기 중 아산화질소 농도는 328.9ppb로 산업화 이전 대비 2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 중 온실가스가 급증하면서 1990년 이후 지구를 뜨겁게 가열하는 총 복사 강제력(total radiative forcing)은 40%나 늘어났다. 특히 2015~2016년 2년 동안에 2.5%나 늘어났다고 연보는 밝히고 있다. 최근 들어 지구가 급격하게 뜨거워지고 있다는 뜻이다.

적어도 300만 년 전,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지금과 비슷한 400ppm까지 올라갔던 선신세(鮮新世) 중기의 지구 평균 기온은 지금보다 2~3도 높았다. 기온이 상승하면서 그린란드와 서남극의 빙하가 녹아내려 해수면은 지금보다 20~30m나 높았다. 지금과 같은 속도로 온실가스가 늘어날 경우 급격한 기온 상승과 해수면 상승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인류가 생각하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2차 저지선은 450ppm이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450ppm을 넘어서면 지구 평균 기온은 산업화 이전 대비 2도 이상 올라가고 이로 인해 돌이키기 힘든 기후변화와 생태계 파괴 등 각종 재앙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엘니뇨의 영향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2015년부터 2016년까지 1년 사이에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3.3ppm이나 급증했다. 가정하고 싶지 않지만 이 같은 속도로 대기 중 이산화탄소가 증가한다면 앞으로 15년 정도면 2차 저지선인 450ppm에 도달한다. 지난 10년 동안의 연평균 이산화탄소 증가 속도인 2.21ppm을 고려하더라도 앞으로 22년 정도면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450ppm을 넘어선다. 단호하고 급격하게 온실가스를 줄이지 않는 한 2차 저지선이 뚫리는 것도 시간문제일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참고 자료>

* WMO, Greenhouse gas concentrations surge to new record(30 October 2017)
https://public.wmo.int/en/media/press-release/greenhouse-gas-concentrations-surge-new-record